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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중생 압사 사건과 SOFA 형사재판관할권

권리 위에 잠자는 정부를 믿어야 하는가

  •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법학 asri@unitel.co.kr

두 여중생 압사 사건과 SOFA 형사재판관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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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지난 7월10일 미국에 형사관할권 포기를 요청한 것은 국수주의적인 절대적 주권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우리 수사당국이 직접 피의자를 접견하는 등 초동수사를 자유롭게 해서 조속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2001년 개정된 SOFA의 큰 성과 중 하나로 피의자 신병인도 시점을 기소 이후로 앞당긴 점이 꼽힌다. 그러나 개정된 SOFA는 또한 기소 이후 검찰의 심문금지 등 피의자에게 지나친 특혜를 줌으로써 기소 이후 신병인도가 한국 수사당국의 초동수사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중생 압사사건에서도 이 조항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고 발생 원인으로 밝혀진 통신장애에 대해 미군 당국과 한국 검찰은 큰 견해 차이를 보였다. 미군 당국은 통신장비에는 문제가 없고 차량소음과 무선교신 혼선으로 운전병이 관제병의 경고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통신장비 불량 등으로 운전병이 관제병의 지시를 듣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실체적 진실에 대한 이러한 혼선은 초동수사를 제대로 못하게 하는 형사관할권 규정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살인과도 같은 주한미군의 중대 범죄에 대해 그동안 우리 정부가 한번이라도 미군 측에 공식 사과를 요구한 적이 있는가? 국민이 국가에 세금을 내는 이유는 생명과 재산을 잘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웃 일본은 1995년 미군 3명이 초등생을 윤간한 사건이 터지자 오키나와 주지사가 직접 미국을 방문해 항의, 클린턴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고, SOFA 규정을 개정해 신병인도 시점까지 앞당기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비해 미군 범죄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과연 주권국가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당당하지 못했다. 명백히 미국의 과실로 대한의 어린 딸 2명이 생명을 빼앗겼는데도 그 살인범을 우리 법정에 세우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SOFA는 미군의 공무중 범죄에 대해 미국이 재판관할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이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하면 재판관할권 포기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재판권 포기를 한번도 요구한 적이 없다. 그럴 권리가 있는데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에 유리한 불평등한 규정이 지속되는 한 미군 범죄로부터 한국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의 수사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개정된 SOFA에 아직도 문제가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SOFA의 민사관할, 환경, 노무, 시설과 기지 등 다른 문제는 별개로 하고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형사관할권의 문제점만을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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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법학 asri@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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