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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상어에 맞장 뜨는 ‘건달’ 거북

수족관 오션킹덤 24시

  • 정영 jeffbeck0@hanmail.net

‘조폭’ 상어에 맞장 뜨는 ‘건달’ 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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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상어에 맞장 뜨는  ‘건달’ 거북
2000t의 해수가 가득한 오션킹덤의 탱크에는 여덟 종류의 식인상어를 비롯한 바닷속 거물들이 우글댄다. 샌드타이거상어(Sand Tiger Shark), 브라운상어(Brown Shark), 화이트팁상어(Whitetip Shark), 제브라상어(Zebra Shark), 바다거북, 톱날가오리 등이 함께 살고 있다. 모두 큰 덩치들을 자랑하며 유유히 유영한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노려보기도 하고 서로의 길을 조심스레 비켜가기도 한다. 뒷덜미가 서늘하다.

그런데 그 안에서 선홍치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닌다. 어떻게 아직까지도 살아 있는지 의심스럽고 내일이 걱정스럽다. 바다라면 선홍치들이 상어를 피할 공간이 있고 큰 상어들도 괜히 에너지를 낭비하면서까지 그 재빠른 놈들을 쫓지 않는다고 하는데, 역시 지금까지 살아있는 놈들은 명이 긴 것들이었다. 처음에 넣을 때는 900여 마리였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150여 마리가 남았다. 모두 상어들의 밥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오션킹덤의 아쿠아리스트들은 별스럽지 않게 말한다. 물고기들의 당연한 생리라는 듯.

선홍치들이야 상어들의 밥이 되어도 좋지만 몸집이 작은 상어들까지 괴팍한 상어들에게 내줄 수는 없는 일. 처음에는 오션탱크에서 같이 살고 있던 몸집이 작은 블랙노즈상어와 블랙팁리프상어가 집을 떠나 작은 수조로 피신했다. 이 탱크에는 연쇄살인범이 있기 때문이다. 범인은 2.7m의 샌드타이거상어. 이곳엔 모두 일곱 마리의 샌드타이거상어가 있는데 그중 몸집이 가장 큰 암놈이 범인이다. 이곳에 온 지 2년여 만에 놈은 본색을 드러냈다.

2001년 12월 블랙노즈상어를 보란 듯이 3일 동안 입에 물고 다니면서 연쇄 범행은 시작됐다. 올해 1월22일에는 블랙노즈상어와 한국산 곱상어를 삼켰고, 다음날 그레이리프상어를 브라운상어와 둘이서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브라운상어는 그날 이후 공범이 됐다. 며칠 후 녀석은 블랙팁리프상어를 머리부터 꿀꺽, 입에 꼬리를 물고 있는 장면이 CCTV에 잡히며 더 이상 시치미를 뗄 수 없게 됐다. 그런 식으로 올해만도 다섯 번이나 살해. 작년 말부터 올해에 걸쳐 10여 마리의 상어를 먹어치운 것이다. 샌드타이거의 이빨은 안으로 굽어 있다. 그래서 먹이를 물면 흘리지도 않고 흔적도 없이 먹어치운다. 녀석은 완전범죄를 저지르려 했으나 이곳은 바다가 아닌 탓에 금세 증거가 잡히고 말았다.

담당 아쿠아리스트 오태엽씨는 가장 안타까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 7월 관중들이 다 보는 앞에서 샌드타이거상어가 길이 2m의 까치상어를 두 동강낸 것이다. 탱크 안은 순식간에 피바다가 됐고, 피냄새를 맡은 오션탱크의 모든 상어들이 본능에 따라 순식간에 모여들어 나눠먹었다. 놈이 살해한 상어 중에 이번 피살어인 까치상어가 가장 큰놈이었다. 더 가슴이 아픈 것은 살해된 까치상어가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 탱크 안에서는 임신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작년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이미 임신한 상태였던 것. 담당자들도 임신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까치상어가 새끼를 낳자 그 냄새를 맡은 샌드타이거상어가 달려들었을 것이고, 몸 안의 분비물을 흘리고 있는 어미 까치상어마저 그 이튿날 살해한 것이다.



까치상어는 보통 30cm 정도 되는 새끼를 50여 마리 낳는데, 두 마리만 죽은 채 물이 빠져나가는 바닥에서 발견됐다. 그렇다면 샌드타이거상어는 대체 몇 마리의 새끼 상어를 먹어치운 것일까. 이제 녀석이 먹어치운 마리 수는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는 왜 그런 범행을 저질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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