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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진의 스포츠 언더그라운드

베팅판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스피드에 목숨 거는 경마·경륜·경정의 세계

  • 이형진 embody@embody.co.kr

베팅판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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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정장 현장을 좀더 들여다보자.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린 9월3일 미사리 경정장은 1700대 규모의 주차장이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붐볐다. 경주권 발매소 앞마다 인파가 장사진을 이룬 가운데 발매 마감 직전에는 서로 먼저 사겠다는 다툼이 일어났다. 우승이 유력했던 선수가 입상하지 못하자 일부 시민들이 유리창을 깨는 등 난동을 피우기도 했다.

현금인출기 앞도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예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변에는 ‘카드할인’이나 ‘자동차 담보대출’등 사채대출 홍보스티커가 더덕더덕 붙어있었다.

‘꾼’들이 몰리면서 경정 매출도 크게 오르고 있다. 체육진흥재단 경정운영본부는 개장 첫주에 19억원이던 매출이 둘째주 30억원에 이어 4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9월3일 경정장으로 출근한 김아무개(35)씨는 경마로 날린 돈을 되찾기 위해 경정으로 종목을 바꾸었다고 한다. 영업활동은 휴대전화로 하고 있지만 경정이 생기면서 평일에도 도박에 매달려 영업실적마저 뚝 떨어졌다고 한숨을 지었다.

박아무개(40)씨는 생업을 포기한 채 친구와 함께 경마·경륜·경정장에서 거의 1주일을 살고 있다고 한다. 투자금의 출처를 물으니 여러 신용카드를 보여준다. 카드할인이나 현금서비스를 받아 베팅한다는 것이다.

빛과 그림자의 차이일까. 정부는 경정에 대해 ‘건전한 수상 스포츠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경정장에 매일같이 몰려드는 1만여 명의 팬들은 주말을 경륜장이나 경마장에서 보낸 속칭 ‘꾼’들이 대부분이다. 경륜이나 경마로 금·토·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 하루를 쉰 뒤 화·수요일에는 경정장을 찾는 것이다. 1주일에 닷새를 도박으로 사는 셈이다.



경마로 자신이 경영하던 사업체를 날렸지만 아직도 경정장을 찾는다는 김아무개(38)씨는 “나를 포함해 경마, 경륜, 경정에 몰려드는 사람들은 중독자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시민들을 사행성 유혹으로부터 지켜주기는커녕 앞장서서 평일에 경정을 열어 수익을 챙긴다”고 비난했다.

이런 현장에서 기생하는 신흥 장사꾼들도 있다. 경마장 안팎에서 만원권 수백장을 손가방에 담아 들고 사람들에게 몰래 접근하는 속칭 ‘꽁지’라는 불법 개인환전상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10만원짜리 수표 한 장당 3000원의 수수료를 받으며 돈을 바꿔주고 있었다.

꽁지가 등장한 이유는 경마장에서 일주일이 지난 수표는 부도 우려가 있다며 받지 않기 때문이다. 고리대금업자들도 활보한다. 이들은 주차장에 세운 차량에 명함을 꽂아 놓고 전화를 기다리는데, 경마꾼들과 흥정을 벌이는 현장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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