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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관의 조선사회 뒷마당① | 群盜

“백성을 도적으로 만드는 자 누구인가

  • 강명관 hkmk@pusan.ac.kr

“백성을 도적으로 만드는 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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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설·추설의 조직원은 이렇게 선발된다. 각 설의 도당은 소수정예주의다. 각 설의 노사장은 1년에 각 분(分)설에 자격자 1명을 정밀하게 조사해 보고할 것을 지시한다. 자격자가 되는 조건은 첫째 눈빛이 굳세고 맑을 것, 둘째 아래(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가 맑고, 셋째 담력이 강실(强實)할 것, 넷째 성품이 침착할 것 등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아 보고하면, 설의 지도부에서 비밀리에 조사하여 그 합격자를 도적으로 만든다.

노사장의 명령에 의해 책임 유사는 자격자에 접근한다. 자격자의 기호 술·미색·재물 등으로 극진히 환대하여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워진 뒤 어느 날 밤이 깊어진 뒤 어떤 집 문전에서 잠깐 기다리라 하고는 사라진다. 이내 포교로 변장한 자가 자격자를 포박하여 70여 가지의 악형을 가하며 도둑으로 모는데, 스스로 도둑이라고 실토하면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고, 끝내 아니라고 고집하면 결박을 풀고 따로 은밀한 장소에서 술과 고기를 먹인 뒤 입당식을 거행한다. 입당식 장면이 재미있다. 김진사의 말을 그대로 인용한다.

“입당식에는 책임 유사가 정석(正席)에 앉고, 자격자를 앞에 꿇어앉히고 입을 벌리라 한 뒤 칼을 빼 그 끝을 입안에 집어넣고, 자격자에게 ‘위 아래 이빨로 칼 끝을 힘껏 물라’ 호령합니다. 그리고 칼을 잡았던 손을 놓고 다시 ‘네가 하늘을 쳐다보아라. 땅을 내려다보아라. 나를 보아라’ 호령한 뒤, 다시 칼을 입 안에서 빼 칼집에 넣고 자격자에게 ‘너는 하늘을 알고 땅을 알고 사람을 안즉 확실히 우리의 동지로 인정한다’라고 선고합니다.”

이렇게 신고식이 끝나면 정식으로 강도질을 한 차례 하고 장물을 분배해준다. 이런 식으로 몇 번 강도질에 동행하면 완전한 도적이 되는 것이다.

도적단은 어떤 방식으로 기율을 유지했는가. 김진사의 말에 의하면 4대 사형죄가 있다고 한다. 첫째 동지의 처첩과 간통한 자, 둘째 체포·신문 때에 자기 동료를 실토한 자, 셋째 도적질할 때 장물을 은닉한 자, 넷째 동료의 재물을 강탈한 자다. 이들은 발각되면 사형이다. 이들의 법은 극히 엄하여 포교를 피해 목숨을 보존할 수 있어도 도적의 법에 사형을 선고받고는 빠져나갈 도리가 없다고 한다. 만약 도적질이 하기 싫다든지 늙어서 도적단에서 빠지고 싶다고 청원을 해도 동지가 위급한 경우 자신의 집에 숨기를 요구할 경우 이 한가지만은 반드시 응한다는 서약을 받고 행락(行樂·도적질)을 면제해준다.



잔혹한 배신자 처단의식

이들이 수백년의 조직을 유지해온 것은 엄격한 내부 단속과 함께 외부의 권력기관과 연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각 설은 사환계(仕宦界·관계)에, 특히 포도청과 군대에 요직을 갖고 있다. 도적이 어떤 도에서 잡힌 뒤 그가 북대이면 지방 관청에서 처결하고, 설이면 서울로 압송하게 한다. 만약 도당을 털어놓으면 사형하게 하고, 자기 사실만 공술하면 기어코 살려 옷이나 음식을 공급하고 뒤에 출옥시킨다.

이상이 현재 도적의 입당식에 관한 유일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보원 스님의 말에도 땡추의 입당식에 관한 것은 전혀 없다. 대신 보원 스님은 땡추의 조직에 대해서 심진사보다 훨씬 더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예컨대 땡추의 법을 어긴 자를 정죄하는 참회법이란 것이 있는데, 실정법을 초월한 제도로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것이었다고 한다. 또 지리산계보다 금강산계가 더욱 엄격했다는 것이다. 지리산계는 당류(黨類)가 금기를 범했을 경우 신체에서 오염된 부분을 제거하거나 굴절시키되 기능을 마비시키는 정도에 그쳤던 것이 보통이다. 예컨대 도벽이 있을 경우 손목을 자르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금강산계에서는 아량을 베풀어 범법자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든가 그대로 타살을 강행하여 당류뿐 아니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한다. 이문구는 보원 스님의 말을 아주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요약해보자.

갑이라는 당원이 파계를 범하면, 그것을 안 최초의 땡추는 여러 곳에 기별하여 사람을 모은다. 성원이 되면 재판이 열리는데, 만약 유죄 쪽으로 기울면 갑을 잡으러 두 사람이 떠난다. 편의상 두 사람을 을과 병이라 하자. 갑이 있는 절을 찾아가서 갑에게 접근하여 갑에게 세숫물, 빨래, 청소 마른 일, 진 일, 심지어 발 씻을 물까지 대령하는 등 무상(無償)의 봉사를 하여 갑의 환심을 산다. 을과 병은 서로 모른 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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