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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장기 달고 골프 즐긴다

  • 황우석 서울대 교수·수의학 hwangws@snu.ac.kr

돼지 장기 달고 골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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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식 후 면역체계 차이에서 비롯되는 급성면역거부반응과 돼지가 지니고 있는 병원성미생물에 의한 감염은 반드시 극복해야만 한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생명공학기술은 이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결과 올해 7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는 초급성 면역거부유전자가 제거된 네 마리의 복제돼지가 태어났다. 바이러스 등 미생물의 제거는 무균돼지 사육기술에 의해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다.

나는 과학자들에게 봉착한 문제를 이처럼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목표한 바를 조기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수명연장과 건강한 삶의 구현이라는 숭고한 목표가 있기에 필자의 연구팀을 비롯한 수많은 연구진이 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 이런 돼지가 태어나 실의에 빠져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까? 5년? 7년? 아닐 거다. 1∼2년이 고비라고 생각한다. 나는 생명복제기술은 동양적 특성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생명 경외심, 자연에 대한 탐구의욕, 섬세한 기술, 그리고 365일 24시간 쉼 없이 지속돼야 하는 성실성이 요구되며, 거기에다 애국심까지 가미된다면 금상첨화다. 이런 요소들이 어우러진 생명복제기술은 우리나라나 중국처럼 한 우물을 파는 과학 마니아가 많은 국가에 적합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이화여대 졸업 후 또 다른 학부과정을 추가로 이수하고 우리 연구진에 합류해 돼지와 함께 청춘을 불태우는 혜수가 있다. 복제돼지 탄생을 위해 결혼마저 미룬 상환이도 있다. “선생님, 지금도 제 환자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의 특수시설은 사육할 무균돼지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고 말하는 대학병원의 안규리 교수가 보내는 해맑고도 진지한 눈빛이 있다.

원숭이 실험을 거쳐 환자 몸안에 우리의 돼지장기가 부착되는 날을 그려본다. 돼지장기를 달고 힘차게 테니스 라켓을 휘두르고 등산을 하고 골프장에서 여유를 즐기는 내 이웃의 모습을 보고 싶다.

신동아 200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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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교수·수의학 hwangws@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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