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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원 흑금성! 北 보위부 침투, 김정일 만나다

  • 글: 이정훈 hoon@donga.com

공작원 흑금성! 北 보위부 침투, 김정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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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금성, 고정간첩 속이기 위해 신용불량자로 위장
  • ●박기영씨 옆집으로 이사와 자연스럽게 동업 시작
  • ●北 보위부장 흑금성에게 “인공항문 좀 구해주시오” 부탁
  • ●北 조사부, 흑금성에게 “100만 달러 줄테니 함께 일하자” 제의
  • ●두부모처럼 쌓인 돈다발 김포공항 검색대 무사 통과
  • ●YS, “아자의 대북사업 무조건 성공시켜라” 지시
  • ●흑금성, 북한 대표 접촉한 정치인 자료 안기부에 전달
  • ●DJ 낙선 위해 아말렉 공작·오대산 공작 벌인 권영해
  • ●구명 위해 비밀파일 작성한 이대성
  • ●흑금성, “비밀녹음 자료 있다” 위협해 위기 탈출
  • ●신건 국정원 차장, 흑금성에게 조건 제시하며 녹음자료 반환 요구
공작원 흑금성! 北 보위부 침투, 김정일 만나다
2000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이 있기 전 현대그룹을 통한 4억달러 대북지원 여부가 정치권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여당은 자신있게 대처하지 못하고, “야당은 공작을 획책하지 말라”고만 외치고 있다. 현대의 정몽헌(鄭夢憲) 회장은 외국을 떠돌며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와 현대그룹은 지난 5년간 쾌속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때는 큰 갈채를 받았지만 지금은 양쪽 모두 비난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을까.

1998년 2월말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주도한 북풍사건을 수사했다. 이 수사는 남북관계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였다. 그런데 지금 이 경고가 부메랑처럼 정부 여당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소설 같은 공작의 세계

1998년 북풍사건 때 터져나온 또 하나의 사건이 ‘흑금성 사건’이다. 흑금성(黑金星)! 무협지에나 나올 듯한 이름이 안기부의 문서에 버젓이 올라가 있었고, 흑금성은 남과 북의 최고 정보기관을 오가며 첩보활동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흑금성의 정체는 박채서씨(朴采緖·48)인 것으로 밝혀졌다. 세상의 눈은 2중간첩일지도 모를 박채서씨에게 쏠렸다. 그러나 흑금성은 어느 틈엔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기자는 그때부터 흑금성이 어떤 일을 했는지 추적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흑금성의 실체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설사 만난다고 해도 그가 모든 것을 털어놓을 리는 없었다. 뜻은 이루어지지 않는데 한 해 한 해 세월만 흘러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흑금성이 관여했던 ‘아자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광고회사가 MBC 방송과 소송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MBC는 아자에 거액을 지불하고 북한에서 TV 프로그램을 찍으려고 했는데 무산됐다며 아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

그러자 아자는 정부가 흑금성 박채서씨의 실체를 공개하는 바람에 대북사업이 무산되었다며, 1998년 정부를 상대로 77억원 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아자의 패소를 선고했다.

법원은 박채서씨가 구 안기부의 공작원으로 활동한 것은 사실로 보이나 안기부의 문서나 자료로 확증되지 않는다며 아자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는 논리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안기부에서 작성한 흑금성 공작계획서를 갖고 오거나 당시 흑금성을 지휘했던 관계자를 불러올 것을 요구했으나 안기부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고 관계자도 법정에 출두시키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아자는 엄상익씨(嚴相益)를 새로운 변호인으로 선임해 2심에 도전했다. 엄변호사는 박채서씨가 안기부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주력했다. 오랜 시간 박씨를 인터뷰 한 그는 과거 북풍사건 재판 자료까지 덧붙여 탐색한 후 박씨가 어떤 경로를 거쳐 공작원이 됐고 어떻게 공작을 했는지 알아내 방대한 분량의 준비서면을 작성했다. 기자는 이 서면을 입수했다.

기자는 아자커뮤니케이션의 사장을 지낸 박기영씨(朴起影·45)와 아자커뮤니케이션의 대주주였던 정진호씨(鄭鎭虎·47·미진아이디 대표)를 만나 보강 취재를 했다. 그리고 공개할 수 없는 몇몇 취재원의 도움도 받았다. 박채서씨에게는 여러 번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하지 못해 메시지를 남겼다. 그후 박씨는 단 한번 전화를 걸어와 ‘왜 내 기사를 써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미 공개된 공작

흑금성 기사를 쓰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흑금성의 정체가 드러남으로써 북한의 정보기관은 당시 안기부의 공작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여실히 알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정보기관은 흑금성과 비밀접촉을 했기에 여기서 “아” 소리만 질러도 대번에 “야, 어, 여, 오, 요”까지 알아들을 능력이 있다.

상대에게 이미 공개된 공작이라면 그 공작이 제대로 된 것인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는 흑금성 공작이 진행될 때의 상황이 4억달러 대북지원설이 터져 나온 지금 시점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북풍을 일으키면 뼈아픈 상처를 입는다는 것을 경험했는데도 정치권은 조심성 없이 유사한 실수를 반복했다.

공작은 국익을 위한 공작이어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이를 정치인을 위한 공작으로 바꿔놓으려 했다. 여기에 일부 정보기관장까지 가세해 마침내 국익까지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흑금성사건에서부터 북풍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연구해 차단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지금부터 기자가 입수한 흑금성 사건 자료를 토대로 그 어떤 잡지도 시도하지 못한 소설 같은 공작의 세계를 통과한다. 기사를 쓴 것은 기자지만 이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과 교훈은 독자 제위께서 스스로 구성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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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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