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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 ‘깜짝쇼’ 북한의 얼굴

북한 정치문화 변해야 남북대화 진전된다

  • 글: 송종환명지대 초빙교수·전 미국 공사

북한 정치문화 변해야 남북대화 진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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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국가간 합의를 한 후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실제 이행하는 단계가 진행된다. 그러나 남북한간에는 여타 국가간 협상과는 달리 사실상 이행단계가 없었다. 즉 합의사항의 구체적 이행문제를 토의하는 단계에 들어가면 북한측은 예정된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남한 내부의 각종 상황을 들어 서울에서 회담하기를 거부하면서 북측 지역에서 회담을 개최할 것을 고집했다. 또한 북한측은 합의사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남측에 이를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남측이 이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남측 대표에 대하여 폭언을 하거나 모욕을 주며, 종국에는 일방적으로 대화를 중단시켰다.

북한측은 남북이 ‘6·15 남북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인 ‘민족자주’의 정신대로 사고하고 행동해 나간다면 조국통일문제 해결에 결정적 국면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남측에 이를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측이 강조하고 있는 ‘민족자주’는, 1920년대에 레닌(V. I. Lenin)이 중국, 인도 등 동방의 후진국가 및 식민지를 해방시켜 소련과 동맹을 맺게 하려는 의도로 제시한 반제국주의 통일전선전술의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혁명’의 논리를 한반도에 그대로 적용한 것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측이 말하는 ‘민족자주’는 한반도 문제의 남북한 당사자 해결과 민족의 공동번영을 의미하지 않고 상대방 지역을 해방하고 체제를 바꾸고자 하는 대남 전략의 핵심이다.

북한측이 이와 같은 대남 전략의 기조에서 북한식 ‘민족자주’를 고집하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한반도의 공산화 통일과 일방적 실리를 얻기 위하여 의사협상(擬似協商 : pseudo-negotiation)을 계속하면서 기존 협상행태를 반복한다면 남북대화는 의미가 없다. 197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경험해온 바와 같이 회담 개막기의 흥분, 열광, 기대와 이행되지 않는 남북한간의 합의문서만 생산하고 민족간의 불신을 깊게 할 소지가 크다.

한반도의 공산화 통일은 북한 정권의 존재 이유다. ‘수령’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북한의 정치문화는 외부 환경에 따라 내부 체제를 적응 변화시키기보다는 ‘수령’을 보위하기 위한 내부 체제의 명령에 따라 자기식의 변화만 고집할 거라고 본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북한 체제와 정권이 계속되고 ‘북한식의 변화’가 지속되는 한 북한의 협상행태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남북한간에는 협상이 불가능하고 할 필요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협상은 협상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합의를 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협상 의제뿐만 아니라 여타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부수효과로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도 있다. 위기와 긴장감도 그만큼 줄어든다.



남북대화의 세 가지 원칙

실제로 남북한이 평화를 정착하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통일을 이루려면 남북대화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이런 논리에서 남북대화에 임하는 한국측이 견지하여야 할 몇 가지 방향과 자세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은 북한에 비해 절대 우세한 입장에 놓여 있다. 지구상에 공산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국가는 이제 극소수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국제환경 속에서 북한은 한참 동떨어져 있다. 남북한간 경제력 격차도 무척 크다. 그러니 한국측은 북한과의 대화 성사 자체에 집착하거나 대화의 성과에 조급해 하지 말고, 북한의 대남 전략과 협상행태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인식의 바탕 위에 분명한 협상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현실진단이 잘못되면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한국측은 북한측의 의도와 기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지나치게 희망적인 해석을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런 바탕 위에서 한국측이 지향해야 할 협상목표는 헌법 전문(前文)과 제4조에 규정돼 있는 자유민주, 평화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실현하는 자유사회 건설이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이러한 협상 목표 실현을 위해 한국측은 남북대화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남북한간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이 지속적으로 실시돼 서로의 안전을 확신하고 공통성을 넓혀야 할 것이다. 만일 대화를 통해 전쟁방지체제를 확보하고,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증대해 나갈 수만 있다면 한반도에 사는 남북한 주민 모두가 ‘우리’라는 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상생, 공영과 통일로 가는 길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 대만의 예에서, 경제 통신 문화 등 비정치 분야의 교류가 많아지면 정치분야 통합은 저절로 이루어지거나 촉진될 수 있다는 기능주의 이론이 최소한 체제가 다른 국가들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따라서 남북한 양측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적대적 대결구도를 하루 빨리 해소해 평화를 정착하는 문제야 말로 남북대화에서 논의되어야 할 첫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한국측은 북한이 개혁과 개방의 방향으로 가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다만 북측에 대화를 애원하면서 북한을 지원하면 국민 여론이 분열되고 반대로 현재의 우세한 입장을 배경으로 하여 북한을 압도하려 하면 북측으로부터 반발을 살 우려가 크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의연하면서도 당당한 자세로 대화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북한을 지나치게 두둔하거나 ‘상대방에게 끌려간다’ ‘지나치게 양보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난 6월29일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젊은 장병들이 목숨을 빼앗긴 서해교전이 있었음에도 한국정부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음 날 금강산관광을 계속하도록 허용한 것은 문제다. 서해교전에 대한 북한측의 재발방지 약속, 관련자 처벌은커녕 분명한 사과가 없는데도 7월25일 북한측의 대화재개 제의에 한국정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 응한 것도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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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종환명지대 초빙교수·전 미국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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