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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하면 망하고 새로우면 흥한다

귀농의 꿈 이룬 6인의 성공 노하우

  • 글: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부지런하면 망하고 새로우면 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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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우 ③ ‘도 닦는 심정’으로 연구 또 연구표고버섯 키우는 ‘김영표 버섯농장’의 김영표씨

부지런하면 망하고 새로우면 흥한다

그동안 키운 버섯들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는 김영표씨 가족

남과 다른 방식으로 남들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것을 귀농의 목표로 삼았다면, 단순히 땀만 많이 흘리는 ‘순진한 근면’으로는 이를 이루기 어렵다. 사실 따지고 보면 농업은 기본적으로 다른 어떤 일 못지않게 과학과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는 것이 성공한 귀농인들의 한결같은 지적. 다시 고3 수험생이 된 기분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 분야를 공부해야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충고다.

일단 결정하면 물불 안 가리고 앞만 보고 내달려온 ‘돈키호테’ 김영표(43)씨의 경우를 살펴보자. 올해로 농사 경력 8년째인 그는 현재 3000평 농장에서 연간 30t(㎏당 2만원)의 표고버섯을 생산 판매하는, 지역에서는 꽤 널리 이름이 알려진 성공한 농부다.

“버섯농사에 뛰어들어 처음 몇 년은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쁜 일은 지난 7월 친환경농산물인증제도에서 4단계 등급(저농약-무농약-전환기유기-유기) 중 2등급에 해당하는 전환기유기농산물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농사를 짓기 전 대구에서 출판사와 서점을 14년간 경영해오던 김씨가 사업을 접고 버섯재배에 뛰어든 것은 위암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 때문이었다. 장남에 장손인 그는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아버지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수술 후 꼬박 2년 동안 병 수발에 매달렸다.



“암에 좋다는 표고버섯과 상황버섯을 구해서 드시게 했는데 통증이 줄고 병세가 호전되시더군요. 그때 처음 신비한 버섯의 힘을 알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불안해졌다. ‘농약을 안 치는 농산물이 없다는데 암 환자가 계속해서 버섯을 복용해도 괜찮을까. 내가 직접 농사를 짓는다면 무공해 버섯을 생산할 것이고, 아버지가 좀더 오래 사시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김씨는 앞뒤 가릴 것 없이 경북 경산시 하양읍 환상리에 있는 땅 하나만 믿고 무작정 시골로 내려갔다.

“농사든 버섯재배든 전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우선 버섯재배와 관련한 책을 사서 공부했습니다. 농업기술센터나 농촌진흥청에서 버섯재배전문교육이 있다면 빠지지 않고 달려갔습니다.”

요즘이야 농촌 비닐하우스만 전문으로 지어주는 기술자가 있지만 당시만 해도 김씨가 손수 버섯재배하우스를 지어야 했다. 적잖은 시간을 투자한 연구 끝에 하우스 한 동을 짓고 나자 다음은 물이 문제였다.

“몸 70%가 물로 이루어진 사람에게 물이 중요하듯 버섯 역시 물로 자라는데 기왕이면 좋은 물을 쓰기 위해 농장 곳곳을 탐사했습니다. 마침내 지하 150m 깊이에서 질 좋은 암반수를 찾았습니다.”

항암치료를 받는 아버지를 보살피랴 생전 처음 해보는 버섯재배에 골몰하랴 입에서 단내가 날 만큼 힘든 나날을 보내는 김씨의 정성을 뒤로하고 끝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던 김씨는 오기가 생겼다.

‘남자가 한번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지. 내 힘으로 무공해 버섯을 생산해 사람들 건강을 돕고 암 환자가 효과를 볼 수 있다면 농사도 보람된 일 아닌가.’

이미 사업을 정리한 돈을 초기농사에 쏟아 부었던 그는 본격적으로 버섯재배에 뛰어들기 위해 살던 아파트를 처분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졸지에 전셋집으로 옮겨 앉았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시골 농장에 틀어박힌 채 ‘도 닦는 심정’으로 2년을 보낸 김씨. 어느날 농장 일을 마치고 텔레비전을 보는데 화면이 갑자기 캄캄해졌다. 처음엔 텔레비전이 고장난 줄 알았는데 눈에 이상이 생긴 걸 깨닫고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혀를 찼다. “당신 이런 식으로 계속 머리 쓰고 몸을 혹사하면 조만간 장님 될 거다. 앞으로 최소 두 달간 아무것도 하지 말고 무조건 쉬어라.” 극심한 스트레스와 난생 처음 경험하는 힘에 부친 노동으로 양쪽 망막에 물이 차 하마터면 실명할 뻔했던 것. 어쩌다 가족을 보러 집에 들르는 김씨에게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한 막내아들은 ‘아빠, 우리집에 놀러오세요’라며 매달리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버섯재배 비닐하우스는 어느새 25동으로 늘었다. 뿐만 아니라 재배는 물론이고 가공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을 거친 버섯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된다. 신선하고 품질 좋은 버섯을 전국에 공급하기 그의 농장은 공장을 방불케 한다. 열풍건조기와 분쇄기, 살균기, 슬라이스기, 포장기 등 여느 농가에서 볼 수 없는 기계들이 널려 있다.

“가공과정에 필요한 기계가 시중에 없어 직접 제작한 것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기계 개발에만 일년이 소요되기도 했습니다.”

무공해 재배에 특수 건조공법으로 방부제 없이 포장된 김씨의 표고버섯은 맛과 향이 뛰어나다. 최근엔 홈페이지를 통한 거래로 전국에서 구매요청이 들어오지만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표고버섯을 이용한 기능성건강식품의 가공과 제품개발을 목표로 최근 대구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를 허가받았습니다. 앞으로 초콜릿과 사탕을 밀어낼 만큼 젊은 층 입맛에 맞는 버섯 과자류를 개발하고 건강캡슐, 다이어트영양제 등 기능성건강식품을 다양하게 개발 생산할 계획입니다.”

남들은 성공한 농사꾼으로 바라보지만 그는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아직도 배가 고프다. 해가 지면 농장에 있는 세 평 남짓한 연구실에 틀어박혀 상표디자인과 포장방법 연구에 골몰하느라 밤을 새우는 일이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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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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