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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 스타 열전 ③

“노래의 생명은 테크닉이 아니라 순수”

스탠더드 팝의 전설 패티김

  • 글: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www.izm.co.kr

“노래의 생명은 테크닉이 아니라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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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가 경제성장기의 가부장제에 봉사하는 여성을 노래에 담아낸 서민정서의 음악적 표상이었다면, 패티김은 신분상승의 서구지향성을 음악적으로 대변한 인물이었다. 그것은 결코 우열을 잴 수 없는 성질이었다. 서로 가는 길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본의 아니게 두 사람은 여가수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라이벌로 비친 감이 없지 않다. 과연 서로 상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패티김과 함께 우리 가요계를 대표하는 여가수는 역시 이미자입니다. 묘하게 1959년 데뷔 연도도 같고요. 비록 음악의 외피가 다르지만 가수로서 이미자씨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그리고 두 분이 실제로는 어떤 사이였는지 듣고싶습니다.

“이미자씨요? 한마디로 독보적이면서 특별한 가창력을 갖고 있는 가수예요. 재능은 말할 필요가 없죠. 노래를 정말로 잘하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고 흔들림 없이 정상을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미자만큼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는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겁니다. 한창 때 우리는 라이벌도 아니었고 그런 의식도 없었어요. 지금도 언니 동생 하는 사이인데요, 뭘(이미자는 1941년생으로 패티김보다 세 살이 아래다). 우린 항상 같이 갔지, 경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미자씨는 얼마 전 자서전에서도 패티김에 대한 열등감을 슬며시 내비친 바 있습니다. 트로트는 알게 모르게 천대하고 패티김의 노래 같은 서구스타일을 동경하는 풍토에 대한 약간의 피해의식이라고 보는데요. 행여 패티김씨는 반대로 우월감을 품지는 않았습니까.

“저도 이미자가 ‘난 늘 패티김한테 주눅들어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워낙 솔직하고 겸손한 성격이어서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 한창 때도 저한테 ‘언니는 키도 크고 노래도 잘하고 정말 부럽다’며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곤 했으니까요. 난 그때마다 미자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할까 생각했죠. 과거나 지금이나 우월이니 열등이니 하는 감정은 조금도 없어요. 아마 미자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저 말을 하다 보니 그런 거였겠죠.”



-두 분이 세월에 변함없이 가요계의 쌍벽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어떤 음악적 공통점도 있을 듯합니다. 노래 부르기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까? 두분 모두 기교 없이 노래한다고 보는데요.

“맞아요. 저나 이미자나 소리를 꾸며내지 않고, 가진 소리를 순수하게 내는 스타일입니다. 보컬 테크닉을 거의 구사하지 않지요. 그래서 ‘이미자와 패티김 두 사람만이 한 노래를 아무리 여러 번 불러도 오리지널과 유사하다’고들 하죠. 저도 한 노래를 그토록 여러번 불러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이미자도 그렇고. 노래의 생명은 테크닉이 아니라 순수라고 봅니다. 기교를 부린 노래는 당시는 어필할지 몰라도 나중에는 듣기 싫은 법이니까요.”

이혼노래가 돼버린 ‘이별’

-지금까지 부른 곡이 얼마나 됩니까. 발표한 앨범 숫자는 기억하시나요? 그중에서 요즘 들어도 마음에 드는 곡이 있다면 어떤 곡입니까.

“아마 앨범은 65장 정도 될 겁니다. 노래는 오리지널 가요가 350~400곡 될거구요. 팝, 샹송, 칸초네 같은 외국 곡이 200곡이 넘을 겁니다. 팝송을 많이 부른 편이죠. 맘에 드는 곡은 10곡도 안돼요. 그중 흡족한 것은 후반기 곡이라고 할 1983년 노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입니다. 이 곡은 세 번 만에 녹음을 끝냈는데 녹음실에서 노래를 마치고 나니까 밖에서 스태프들이 만세를 부르더라고요. 녹음실에서 이미 히트한 셈입니다. 미흡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도 드물게 만족스런 곡입니다.

그 뒤에 나온 ‘가시나무새’도 맘에 들고 1966년에 발표된 탱고리듬의 노래 ‘4월이 가면’도 잊을 수 없습니다. 원래 이 곡은 스윙 리듬이었는데 내가 주장해서 탱고로 바뀌었지요. 그 때문에 나중에 표절로 묶여서 20년 동안이나 햇빛을 못 봤지요. 돌이켜보면 나 때문에 일이 잘못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대중가수로서 대중들이 좋아했던 곡들에 애정을 갖는 건 당연하죠. ‘초우’ ‘연인의 길’ ‘못 잊어’ ‘사랑은 생명의 꽃’ 같은 노래들은 대중의 사랑도 받고 저도 좋아한 곡들입니다. 특히 ‘사랑은 생명의 꽃’은 요즘도 부를 때마다 소름이 돋습니다.”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별’을 언급하지 않는 게 이상하네요.

“‘이별’은 대중적인 곡입니다. 멜로디도 무난하고 가사도 좋아요. 하지만 팬들은 애청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부르는 맛이 적은 편이에요. 가창력을 발휘할 수 없는 곡이라고 할까요? 콘서트에서 ‘이별’을 자주 부르지 않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혹시 애증이 교차한 음악적 동반자이자 전남편인 길옥윤 선생에 대한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것 아닐까요?

“(기다렸다는 듯) 말씀 잘하셨어요. 길선생님과의 관계 때문에 음악적으로 맘에 들고 아니고는 아니지만 사연이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이별’은 길선생님과 제가 1년 반에서 2년간 별거 중일 때 미국에 계시던 길선생님이 뉴욕 하늘을 보고 제 생각을 하면서 썼다는 곡입니다. 그러나 나한테 악보가 왔을 때 제목은 노래의 첫 구절인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였습니다.

멜로디도 좋고 대중성도 갖췄는데 다만 제목이 걸렸습니다. 난 단순한 제목을 좋아했거든요. 전화를 걸어서 제목을 ‘이별’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러자는 겁니다. 그런 사정으로 ‘이별’이 된 거예요. 그런데 얼마 후 길선생님과 내가 팬들의 기대와 다르게 이혼해버렸잖아요. 순식간에 노래가 ‘이혼의 노래’로 둔갑해버린 겁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또 나 때문에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버린 꼴이지요. 저로부터 빚어진 안 좋은 일이 왜 그렇게 많은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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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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