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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만 잘 먹어도 잔병 안걸린다

생태공동체운동가 황대권씨의 ‘녹색 건강법’

  • 글: 박윤희 자유기고가 gogh1028@hanmail.net

야생초만 잘 먹어도 잔병 안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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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토에 뿌리 박아 징역독도 빼고 농토에 친숙해지기 위해 영광으로 내려갔어요.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산속에서 고생 좀 할 계획이었죠. 마침 아버지가 산소로 쓰시려고 임야 4만 평을 사놓은 게 있었거든요. 전 주인이 나무를 잘라먹고 땅을 팔아서 그런지 땅을 파보니까 그속에 나무뿌리가 많고 다 돌밭이었어요. 맨땅을 개간하느라 별짓 다했어요. 컨테이너 하나 갖다 놓고 거기서 동생이랑 먹고 자면서 포클레인 불러다 나무 뿌리 캐내고 집채만한 바윗덩어리를 들어냈죠. 소형 중고 트랙터를 사서 돌 고르고 밭 갈고 로터리 치고…산속이라 물이 없어 플라스틱 배관 작업까지 다 했어요. 그렇게 농장을 개척하면서 ‘농부는 만능이어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그렇게 개간한 땅에 오가피나무 2만 그루를 심었다. 산비탈이라 일반 농작물 재배는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야생성 강한 약초를 찾다보니 오가피나무가 딱 걸렸다.

그 무렵, 노르웨이 국영방송(NIR)은 양심수에서 농부로 변신한 그를 찾아와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이 프로그램 때문에 그는 국내보다 노르웨이와 유럽에 더 많이 알려졌다.

“노르웨이 국영방송은 1년 중 하루를 정해 24시간 방영권을 시민단체에 일임합니다. 이 날을 ‘내셔널 펀드 레이징 데이(National Fund Raising Day)’라고 하는데요. 이를테면 KBS가 경실련 같은 단체에 하루종일 방송프로그램 방영권을 주는 격이죠. 그때 노르웨이 시민단체는 TV방송을 24시간 책임지고 내보내야 하니까 스튜디오에 저 같은 양심수를 초청해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촬영해온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 유명 가수를 불러 콘서트도 여는 거죠. 동시에 세계인권운동에 쓰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여요. 그날 노르웨이 수상과 인권장관도 나와서 노르웨이 앰네스티에 엄청난 액수의 기부금을 내더라고요.”

황씨도 출소한 지 얼마 안된 양심수 자격으로 노르웨이 국영방송국 스튜디오에 초대돼 안기부에서 어떻게 고문당했는지를 말하고 거리에서 모금운동도 벌였다. 그 덕분에 그날 모금운동은 노르웨이 시민들로부터 퍽 높은 호응을 얻었다.



제주 갈옷에 담은 철학

“양심수는 감옥에 있을 때나 양심수지 출소하고 나면 앰네스티에서도 지원을 안해줘요. 저는 이 모금운동을 계기 삼아 앰네스티에 ‘영국으로 유학가고 싶으니 장학금을 지원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했어요. 그래서 이례적으로 약 20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고, 1999년부터 2년 동안 유럽에 있으면서 유럽의 생태공동체를 둘러보고 영국 임페리얼대학에서 생태농업 석사과정을 공부했어요.”

황씨는 20대 초반엔 알제리 독립투사 프란츠 파농과 브라질의 민중교육자 파울로 프레이리에 매료돼 있었고, 이 두 사람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미국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전공했다. 당시 칼 마르크스를 연구할 수 없었던 한국의 척박한 현실도 그의 미국행을 부추긴 이유 중 하나다. 미국에서 마르크스를 공부하던 시절, 그는 뜻밖에 영국 과학사가이자 생화학자인 조셉 니덤을 알게 되었고 마르크스를 뛰어넘게 된다.

“마르크스는 세계사를 서구중심으로 해석한 사람이라 그를 연구하면서도 불만이 많았어요. 그런데 중국과학사를 전공한 조셉 니덤의 책을 읽으면서 큰 충격에 빠졌죠. 니덤은 20권이 넘는 저서 ‘중국의 과학과 문명’ 시리즈를 통해 ‘세계 과학사적으로 볼 때, 서양이 18세기 전까지 과학사에 있어서 단 한번도 동양(중국)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 증명해낸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조셉 니덤은 이제껏 도올 김용옥의 입에 씹히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그 ‘대단함’을 입증하는 사람이다. “감옥에서 도올의 책을 다 읽어봤는데 세계 각국의 유명한 사람들 중 도올의 입에 안 씹힌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그에게 안 씹힌 사람이 딱 둘 있어요.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글을 쓰기로 유명한 영국 철학자 알프레드 화이트헤드와 바로 20세기 최고의 학자로 꼽히는 니덤이에요.”

문명의 지축을 뒤흔드는 새 패러다임을 꿈꾸었기 때문일까. 그가 굳이 영국에서 늦깎이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마르크스, 조셉 니덤 그리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로 유명한 슈마허가 런던에서 공부하고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는 감옥에 있을 때 출소하면 꼭 국제적인 생태학교 슈마허대학에 가보겠다고 별렀다. 실제 2000년 5월 그는 영국 데번 지방의 슈마허대학을 찾아가 에콜로지컬 디자인(Ecological Design)코스를 마쳤다. 그는 외국에 갈 때는 꼭 한복을 입었는데, 슈마허대학에서는 제주 갈옷을 입고 다녔다. 여기엔 심오한 뜻이 담겨 있었다. 면에 감물을 들인 제주 갈옷은 한 달 넘게 빨지 않고 계속 입어도 처음 입었을 때의 우아함을 전혀 잃지 않는 ‘생태주의 의상디자인의 완벽한 모범사례’인데다, 서구문명의 지배를 당연히 여기는 외국인들에게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데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니덤, 슈마허처럼 영국의 지기를 받아서 그랬을까. 황씨가 영국에 머문 게 계기가 돼 국내에 ‘생태공동체연구모임’이 탄생했다.

“우리나라의 한 NGO단체에서 정부로부터 유럽생태공동체 탐방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따냈나봐요. 런던에서 ‘대체농법의 상호비교연구-자연농법을 중심으로’란 제목의 석사논문을 쓰고 있는데 저한테 가이드를 해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11일 동안 영국, 덴마크 등에 있는 10여 개 유럽 공동체를 함께 돌아다니게 됐죠. 그 인연으로 귀국하자마자 생태공동체연구모임을 만들어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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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윤희 자유기고가 gogh10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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