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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여론조사 뒤집어보기

  • 글: 김형준 명지대 객원교수·정치학 kimhjok@yahoo.co.kr

대선 여론조사 뒤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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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충청지역도 비슷하다. 정후보가 이후보를, 조선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는 4.1%,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4.8%,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는 0.5%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문화일보·TN소프레스에서는 이후보가 정후보를 9.7%나 앞서고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2.7%나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지역 여론조사에서 이렇듯 상반된 결과가 도출됨으로써 이 지역 공략을 위한 각 정당과 후보들의 선거전략에 혼란이 일고 있다.

한편 추석 이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한결같이 정몽준 후보는 20∼30대, 이회창 후보는 40∼50대에서 우세를 보였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선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는 50대 이상의 고 연령층에서 정의원 지지가 8.0%에 불과한 반면,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23.8%로 나타나 동일한 연령층에서 동일한 후보의 지지율이 15.8%나 차이가 났다.

여론조사 기관별 차이가 크다는 것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시간 경과와 더불어 나타나고 있는 대선후보의 지지도 변화 추이일 것이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추석 전(9월9일)과 추석 후(9월22일)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이후보와 정후보는 지지율이 상승했고, 노후보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후보는 30.2%에서 31.3%로 1.1% 상승했고, 정의원은 27.3%에서 30.8%로 3.5% 상승했다. 반면 노후보는 20.4%에서 16.8%로 3.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의 추석 전(9월7일)과 추석 후(9월24일) 조사를 비교해 보면 이후보 1.8% 상승, 정의원 1.0% 하락, 노후보 3.2% 하락으로 나타났다. 정의원 지지가 추석연휴를 거치면서 어느 조사에서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다른 조사에서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중요하고 민감한 사항에 대해 조사기관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니 유권자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비슷한 시점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기관마다 다르게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전화 여론조사는 만 20세 이상의 전국 유권자를 모집단으로 적게는 700명에서 보통 1000명 정도의 표본 자료를 통해 유권자의 투표 행태를 예측하는 것이다.



표본집단 바꾸지 말아야

따라서 표본을 뽑을 때마다 결과가 달리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을 표집오차라 하고 이러한 오차는 보통 ‘표본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표본이 1000명일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이고, 1500명을 조사했을 경우는 2.5%다. 따라서 각 여론 조사기관의 결과는 표본수의 차이에 따라 표집오차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론조사 기관별로 표본수에서 큰 차이가 없고 거의 같은 시기에 조사했는데도 결과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할당표집과 같은 비확률적 표집 방식의 사용과 재통화 원칙을 준수하지 않아 생긴 낮은 응답률과 관련된 표집오차(sampling error)이고, 다른 하나는 설문내용 구성 및 조사방식 차이, 조사원 구성 및 조사비용 등과 연관된 비표집오차(non-sampling error) 등이 대폭 개입했기 때문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할당표집(quota sampling)과 같은 비확률적 표집방식(non-porobability sampling)의 남용이 차이를 가져온다. 선거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의 의견과 흐름을 알아보려는 것이다. 물론 3000만명이 넘는 20세 이상 유권자 전부의 의견을 듣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전체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는 특정한 표본집단(sample)을 뽑아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 표본을 선정하느냐, 즉 표집(sampling) 문제다. 현재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은 유효 표본수를 채우는 데 급급한 나머지 조사시 통화가 안됐을 때 최초로 선정된 표본 전화번호를 바꾸고, 통화가정 내 무작위 선정 원칙(randomsampling)을 지키지 않으며 조사과정에 임의로 성별, 연령별로 할당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기관들이 동일한 원칙에 따라 응답자를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별로 자신이 정한 임의 기준에 따라 할당하기 때문에 기관별로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만약 모든 기관이 응답자를 선정할 때 동일하게 ‘가구내 선택 방식(in-house selection)’과 같은 무작위 확률표집(porobability sampling) 방식을 준수한다면 조사기관별 차이가 현격히 줄 것이다.

둘째, 낮은 응답률에 따른 대표성 문제도 조사기관마다 다른 결과를 낳는 중요한 요인이다. 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전화조사를 통해 1000명의 응답자를 얻기 위해 조사기관은 보통 그 다섯 배가 넘는 5000개에서 6000개의 전화번호를 뽑는다. 그렇게 뽑힌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면 대략 60%는 결번, 통화중, 부재중 등의 이유로 통화에 실패한다. 통화에 성공한 나머지 40% 중에서도 실제로 조사에 응하는 사람은 많아야 절반 정도여서 전화조사 응답률은 처음에 뽑힌 전화번호의 20%를 넘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령 A라는 조사기관은 하루에 조사를 마치기 위해 통화가 안됐을 때 최초로 선정된 표본 전화번호를 바꾼 반면, B라는 조사기관은 부재중일 경우 재통화를 시도하거나 거부한 표본 전화번호에 대해 2차 전화설득(refusal conversion)을 시도했다면 그 결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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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형준 명지대 객원교수·정치학 kimhjo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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