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재계 초점

‘온실 재벌’ SK 초일류기업 가능할까

  • 글: 이나리 byeme@donga.com

‘온실 재벌’ SK 초일류기업 가능할까

3/5
‘온실 재벌’ SK 초일류기업 가능할까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에서 산업기술정책론을 강의 중인 SK(주) 최태원 회장. 요즘 최회장의 관심은 온통 차세대 성장 엔진 개발에 쏠려 있다.

SK씨앤씨에 대한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은 최태원 회장의 SK 지배구조 강화와 직결된다. 비공개 기업인 SK씨앤씨의 대주주가 최태원 회장이기 때문이다(최회장 49%, SK텔레콤 30%, 최회장 여동생 11%, 관계사 10%). 최회장은 계열사들의 지원을 통해 형성된 SK씨앤씨의 자금으로 기존 지주회사인 SK(주)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에 에버랜드가 있다면 SK그룹에는 SK씨앤씨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SK텔레콤과 SK씨앤씨 간 아웃소싱 계약 건에 대한 집중 문제제기와 함께 이를 공정거래위에 고발하는 등, SK측에 투명경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항간에는 SK가 지난 8월 청와대로부터 투명경영에 대한 경고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SK의 한 임원은 “금시초문이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위와 같은 지적에 대해 SK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납품 및 기술지원 업체 중 상당수가 우리 그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는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기업이다. 제품이나 서비스 수준이 낮다면 그 쪽을 택하겠나. 또 납품과 관련해서는 늘 철저한 감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하자가 있을 경우 가차없이 퇴출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SK 그룹 홍보실에서도 “SK텔레콤과 관계회사 간 거래는 액수가 100억원을 넘을 경우 사외이사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다. 이제까지 사외이사의 승인 없이 이루어진 (100억원 이상 규모) 거래는 한 건도 없다”며 투명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SK 임원 출신인 한 벤처기업인도 “SK텔레콤이 중소기업과의 거래에 다른 관계사를 끼워넣는 건, 그것이 더 효율적인 유통방식이기 때문”이라며 SK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정유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그런 식으로 말하면 정유사도 주유소와 직거래하면 좋을 텐데 왜 마진 줘가며 대리점을 경유하나. 그 편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대리점을 직접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비용도 절감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중간다리로 활용하는 기업들은 모두 그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또한 외주 가능한 업무는 아웃소싱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기본 아닌가. SK텔레콤과 관계사들의 적극적인 업무 분담은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가능한 시각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은 1500만명의 고정고객을 가진 사실상의 국민기업이다. 오너나 그룹의 이익 확대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국가 IT산업 발전과 벤처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의무가 있다”는 업계의 지적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한편 한 SK 관계자는 “솔직히 문제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회사 이익에 반할 소지가 있다. 별 노력 없이 SK텔레콤이라는 안정적 수요를 확보한 탓에 창의력과 치열성이 떨어지는 업체가 더러 있다. 또 엄연히 위로 ‘회장님’을 모시고 있는 터라 벤처 특유의 도전정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관계업체와 거래를 틀 때마다 ‘이쪽 단가가 제일 낮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일류기업을 지향한다면서 싼 물건 샀다고 좋아하는 것은 난센스”라는 말도 덧붙였다.

SK텔레콤의 신사옥 건설과 관련한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금 서울 중구 을지로에 지상 33층 규모의 사옥을 건립중이다. SK텔레콤 측은 “연초 신세기통신과 통합해 직원수가 급격히 증가한 데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본사기능을 통합,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옥을 건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속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설명이다.

SKT 사옥에 얽힌 사연

사옥 문제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위기의 여파로 기업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을 즈음, 뜻밖에도 SK텔레콤은 종로구 서린동 신사옥으로 이전을 계획한다. 원래 서린동 빌딩은 SK건설이 SK(주)를 위해 지은 것이었다. 그러나 구제금융 여파로 SK(주)의 자금사정이 나빠진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임대조차 불가능해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SK건설이 SK텔레콤에 긴급 지원을 요청한 것이었다. 이에 SK텔레콤 사외이사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옥 이전을 강력히 반대했다. 급해진 SK측은 “현재 입주해 있는 남산 그린빌딩을 1년 안에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고 사외이사진은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사옥 이전 후 4년 여가 흐른 지금까지도 SK텔레콤은 그린빌딩을 매각하지 않고 있다.

“아직 수요가 많고 적당한 매각처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SK텔레콤측의 설명. 그러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와중에 다시 을지로 사옥 입주 계획을 듣고 나온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SK글로벌이다. 애초 을지로 사옥 건립을 추진한 것은 SK글로벌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 역시 4000여억원에 달하는 건축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것. 또 다시 사외이사들의 반대가 이어졌으나 SK측은 “SK글로벌의 자금 사정이 안 좋은 데는 SK텔레콤의 책임도 있다. 텔레콤의 경영 안정과 주가 관리를 위해 상당액의 SK글로벌 자금이 SK텔레콤 주식에 묶여 있기 때문”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지친 사외이사들이 ‘이번에 이사가면 다시는 새 건물 사자는 말은 안 하겠지’라며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말았다는 후문이다.

내부거래 문제 이상으로 요즘 SK 경영진을 곤혹스럽게 하는 건 이른바 ‘기업 신뢰성’에 대한 세간의 문제제기다. ‘장학퀴즈’, 합리적 오너(최종현 선대회장), 전문경영인(손길승) 등용, 첨단통신산업의 리더 등으로 대표되는 SK의 이미지는 그 동안 각고의 노력을 들여 획득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벌이고 있는 여러 형태의 이른바 ‘공격 경영’에 대한 언론과 여론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 것. 신용카드업 진출 논란도 그 중 하나다.

SK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신용카드업 진출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SK로서는 충분히 욕심을 내볼 만한 분야다. 다만 그 실행 방식에 있어서는 이견이 있다. SK는 최근 SK텔레콤이 직접 신용카드 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물론 신용카드 업계, SK텔레콤 주주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SK에 우호적인 인사들조차 “통신사업과 금융사업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신용카드업은 금융사업이다. 그룹 내부에 SK증권 등 5개의 금융관련 업체가 있으나 지금껏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을 맡아 추진할 만한 전문 경영인도 없다. 이런 상황에 SK텔레콤이 주체가 돼 신용카드업에 뛰어드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다. 가능하면 기존 신용카드사와 제휴를 하고, 꼭 직접 해야겠다면 별도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SK텔레콤 사외이사 중 일부도 이 견해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SK텔레콤의 신용카드업 진출은 내부적으로도 적지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3/5
글: 이나리 byeme@donga.com
목록 닫기

‘온실 재벌’ SK 초일류기업 가능할까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