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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초점

‘온실 재벌’ SK 초일류기업 가능할까

  • 글: 이나리 byeme@donga.com

‘온실 재벌’ SK 초일류기업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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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SK의 이미지에 더욱 큰 그림자를 지우고 있는 건, 이른바 ‘공기업 민영화 전담 그룹’이라는 세간의 인식이다. 잘 알려져 있듯 SK는 1980년 유공(現 SK(주)) 인수와 1994년 한국이동통신(現 SK텔레콤) 인수를 통해 급격히 성장했다. 공개입찰이 아닌 ‘낙점’ 혹은 ‘배분’의 방식을 통해서였다.

‘유공’ 인수와 관련해서는 1999년 12월 눈여겨볼 만한 증언 두 가지가 공개된 바 있다. 출처는 산업자원부가 펴낸 역대 상공-동자부 장관 에세이집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최동규 전 동자부장관은 여기 기고한 ‘정유산업의 민영화’라는 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1994년 전두환 대통령이 백담사에서 돌아온 후 내가 초청해 골프를 치던 중 11년 전에 있었던 일이 되새겨졌다. “그때 유공을 선경에 넘기게 한 사람은 보안사령관이었던 노태우야, 나도 몰랐어.” 역사는 이렇게 해서 밝혀지게 되고 진실 앞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현실에 머리를 숙일 뿐이었다.’

또 한 증언은 역시 같은 책에 실린 유양수 전 동자부장관의 에세이 ‘공직과 소신’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80년 6월 중순 모처로부터 유공 민영화 검토 제의를 받았으나 당시 유공의 지분 50%를 소유한 걸프사 지분을 정부가 전량 인수, 국유화하는 것이 최우선책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이후 1980년 7월 하순 선경의 C회장이 장관실로 직접 찾아와 단도직입적으로 유공을 자기에게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그로 인해 유공 민영화를 독촉하던 고위층의 뒤에 C회장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C회장과의 면담이 있은 2주 후 동자부 차관과 관계실장 및 국장이 국보위에 불려가 유공 불하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보고하라는 지시를 받고 왔다. 그러나 나는 “내가 장관직에 있는 한 유공 불하는 안 된다.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못박았다. 이후 9월에 제5공화국이 출범하면서 나는 3개월이라는 최단명 기록을 세우고 물러났다. 얼마 후 유공은 선경에 불하됐다.’

한편 두 증언이 나올 당시 SK는 해명자료를 통해 “SK와 노 전대통령의 인연은 1989년에 시작됐다. 유공 민영화 추진은 1980년 최규하 대통령 시절 진행됐다. SK가 유공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원유공급 능력이 국내 민간기업 중 가장 우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94년 SK는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다. 그 2년 전인 1992년, SK는 이미 제2이동통신(後 신세기통신) 사업자로 선정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종현 당시 회장과 노태우 대통령이 사돈이라는 이유로 격렬한 특혜 시비가 일었다. 당시 여당 대통령후보이던 김영삼 민자당 대표는 청와대에 “사업자 선정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렇게 해서 SK의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7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민영화 핵심은 정보와 네트워크”

1994년, 미뤄졌던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국영기업인 한국이동통신의 민영화가 동시에 진행됐다. 정부는 사업자 선정에 대한 전권을 전국경제인연합에 넘겨버렸다. 당시 전경련 회장이던 SK 최종현 회장은 10여 명의 재벌 총수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영빈관인 ‘승지원’으로 불러모았다. 최회장은 모두 6차례의 승지원 모임을 통해 제2이동통신 사업자 및 한국이동통신 민영화 문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SK는 제2이동통신 참여를 포기하는 대신 한국이동통신이라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아무 어려움 없이 품안으로 끌어들였다. 다른 재벌그룹들이 신사업인 제2이동통신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한국이동통신의 가치를 과소평가한 덕분이었다.

이 과정에 SK는 정부로부터 큰 혜택을 받는다. 당시 재벌그룹이 타 업종에 신규투자를 하려면 ‘자구노력 의무’라는 것을 이행해야 했다. SK 또한 한국이동통신 주식매입에 소요되는 4279억원의 자금을 보유주식이나 부동산을 처분해 마련해야 했다. 그런데 체신부가 이를 5년간 유예해줄 것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에 요청해 승인을 받아낸 것이다.

이에 대해 체신부는 “한국이동통신의 주식값 상승으로 매입대금이 예상보다 커지자 선경그룹이 대책마련을 요구해왔다. 그 타당성이 인정돼 관계부처에 자구노력 유예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자구노력 의무 유예는 대단한 혜택임에 분명했다. 이는 두고두고 ‘SK의 한국이동통신 특혜 인수설’의 빌미가 됐다.

SK의 공기업 민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5월에는 한국통신 민영화에 적극 참여, 제1대주주가 됐다. 대한송유관공사를 계열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정유사업과 통신사업의 공통점은 ‘규제사업’이라는 것이다(정유는 현재 자유화). 쉽게 말해 정부가 그 구조 및 가격 결정 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일종의 독점 사업이라는 뜻이다.

전직 전경련 임원인 D씨는 “공기업 민영화는 그 자체가 딜(거래)이다. 끈 없이 이루어지는 민영화는 없다. 가격보다 중요한 것이 정보요, 네트워크다. SK가 그런 공기업 민영화를 네 차례나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사실은 SK가 그 방면으로 상당한 노하우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더구나 모두 정부 규제사업 아닌가. 규제사업을 잘 해나가려면 주무 부처는 물론 정·관계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SK의 힘은 바로 거기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사실 ‘로비에 강한 기업’이란 이미지는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SK로서도 달고 싶지 않은 꼬리표일 것이다. 실제로 SK가 다른 재벌그룹보다 정보력이 뛰어나다거나 유난히 로비에 공을 들인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만을 놓고 봤을 때 SK텔레콤의 정보업무 관련 인력이나 노하우가 단연 돋보인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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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나리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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