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상복합의 ‘화려한 부활’은 시작됐나. 선릉LG리더빌 공개청약 당첨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신청자들.
주상복합아파트의 열기는 부동산 투기안정대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청약 자격에 제한이 없고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 서울의 요지에서 분양하는 주상복합아파트에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 때문에 분양예정인 몇몇 주상복합아파트는 청약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상복합아파트시장의 동향을 살펴보자. LG건설이 9월5∼6일 분양한 용산LG에클라트는 310가구 분양에 1만명 이상의 청약자가 몰려 30 대 1 이상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여의도 모델하우스는 이틀 간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우건설이 9월4일부터 3일간 청약접수한 대우학동역마일스디오빌에는 260가구 모집에 6000여 명이 몰려 23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또 현대건설이 9월 2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내놓은 18∼27평형 현대하이엘 98가구는 평균 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LG건설 관계자는 “용산LG에클라트 분양 열기는 회사 관계자들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며 “하지만 주상복합시장은 아직도 공급과잉 상태인 지역이 많아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여의도에서 분양하고 있는 대우트럼프월드 3차와 롯데캐슬아이비는 미분양을 면치 못하고 있어 주상복합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가 금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반기에 분양하는 주상복합 중에는 송파 가락동을 비롯해 잠실, 중구 황학동, 방배동 등 요지에 들어서는 것이 있으며 500가구 이상 대단지도 많다. 분양가격도 지난해보다 낮게 책정돼 거주목적으로 구입하려는 실수요자가 많아 청약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또한 주상복합아파트는 분양권 전매 제한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일부 투자수요까지 가세하면 시장이 한바탕 회오리칠 것으로 보인다.
세중코리아의 김학권 사장은 “그동안 주상복합아파트는 환금성과 전용률이 낮아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하반기 분양예정 물량에는 실수요목적 단지가 많아 투자수요와 실수요 간에 청약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울 요지에서 분양하는 주상복합을 우선 청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피스텔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주상복합아파트도 아파트를 대신할 투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서울·수도권에는 8000여 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가 쏟아질 전망이다. 성원건설은 11월 초 송파구 가락동에서 500여 가구를 분양한다. 모두 역세권인 데다 주변 환경도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롯데건설은 10월 말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 맞은편에 400여 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잠실단지는 현재 평형 및 가구 수, 오피스텔 규모 등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실수요자를 타깃으로 한 상품을 계획하고 있다. 잠실 캐슬골드는 지하철 2·8호선 및 롯데백화점이 지하로 연결되며 강남대로와 올림픽대로가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에 있다.
롯데의 성필경 이사는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어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이번 상품은 내 집 마련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평면 및 분양가, 마감수준 등을 고려해 내놓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환금성은 낮고 리스크는 크다
신영은 10월 말 종로구 수송동에서 528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종로구 수송동은 금융·업무 중심지역이어서 관심을 끄는 물량이다. 아직 분양가 및 평형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조만간 분양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신영 측의 설명이다.
그밖에 포스코개발은 오는 11월 광진구 자양동에서 1500여 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며 풍림산업은 연말께 종로구 사직동에서 1000가구의 주상복합을 내놓을 예정이다.
주상복합아파트는 공개 청약제로 바뀌어 과거처럼 밤샘이나 줄서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사전분양도 사라진다. 이 점에서 실수요자들에게 유리하다. 실수요자들은 거주목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금성 및 전용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변 입지여건 및 교통여건도 사전에 챙겨야 할 대목이다. 주상복합아파트는 주로 도심상업지역에 건립되기 때문에 교통체증 유발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주거여건이 좋은 편은 아니다. 분양가에서 거품이 빠졌다고는 하나 아직 아파트보다 비싸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난해 주상복합 아파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분양방식과 고층에 따른 전망, 최고급 마감재와 편의시설 등의 장점이 투자자들의 발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이 과거 대형 평형 위주에서 중소 평형 물량을 늘리고 분양가를 낮춘 것도 수요층을 넓히는 데 한몫을 했다. 또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부동산으로 쏠린 관심과 건설업체들의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시기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것도 한 가지 이유였다. 그러나 주상복합아파트는 일반아파트와 달리 공사 시행자나 시공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분양계약자들이 계약금 및 중도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
주상복합아파트가 분양이 잘 되고는 있지만 거품일 개연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거품론이 이는 이유는 지난해 청약률이 수십 대 일을 기록한 주상복합아파트도 실제 계약률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떴다방’들의 작전 대상이 된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상복합아파트는 일반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에 짓기 때문에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이 높다. 그만큼 고밀도로 지어져 옆 건물과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쾌적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전용면적도 아파트에 비해 작다. 따라서 수요가 많은 중소형 주상복합의 경우 분양면적보다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분양가격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또 편의시설이 많아 관리비가 일반아파트보다 평균 50% 이상 비싸다. 아파트보다 수요층이 제한되어 있어 팔고 싶을 때 팔지 못해 이른바 ‘환금성’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이다. 아직까지는 분양보증제 시행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자나 시공사가 부도를 내면 분양대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주상복합은 장방형이 아닌 타워형이 많다. 따라서 남향이 적기 때문에 값이 약간 비싸더라도 남향이 투자가치가 크다. 또 일부 타워형 아파트의 모퉁이 부분 돌출된 곳에 위치한 가구는 집안 내부가 노출돼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므로 피하는 게 좋다.
대형보다는 수요층이 두터운 중소형이 유리하다. 대형은 그동안 많이 쏟아져 공급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중소형 이 투자가치가 있다. 도심에 지어진 주상복합아파트는 인접 지역에 대형 빌딩이 들어서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고층건물에 가려 조망권은커녕 일조권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