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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욱·박수룡의 화필기행 붓 따라 길 따라

서울 인사동

도심 한복판에서 느끼는 세월의 더께

  • 글: 민병욱 사진: 박수룡

서울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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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길을 따라 번지던 정다움과 흥겨움은 동쪽으로 불과 한 블록도 못 가 차단된다. 탑골공원과 그에 등댄 낙원상가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 노년지구. 서글프고 구성진 쓸쓸함이 찬 공기처럼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7,80년대엔 공원에서 노인들의 즉흥 정치 토론장이 서고 작은 생필품 시장도 열렸지만 이제 모두 옛 얘기가 돼버렸다.공원정비를 이유로 한시간 이상 공원에 머무르지 못아게 하고 벤치 등 앉을 것을 아예 없앴기 때문이다.그러자 노인들은 공원 담 바깥쪽에 서성이기 시작했고 1000원짜리 두세 장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장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

1500원짜리 해장국집, 3500원짜리 이발소가 연중무휴 노인 손님을 받는다. 포장마차형 점집에서는 거꾸로 노인들이 2000원짜리 사주 궁합을 봐주고 운세를 알려준다.

돈 없는 노인들은 그런 시장조차 싫은지 공원 안에 들어가 화단 옆에 쭈그리고 않았다 나오기를 반복한다. 팔각정을 독점해 살다시피 하는 비둘기들은 그런 노인들이 못마땅하다. 공연한 날갯짓으로 바람을 만들어 노인들을 괴롭힌다.

‘문화지구’ 인사동 지역의 판이한 두 얼굴에 저녁놀이 비낀다. 골목 안 주점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흥겨운 밤을 준비하는 사이 밤바람이 모질까 두려운 노인들은 집에 갈 채비를 서두른다.

신동아 200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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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민병욱 사진: 박수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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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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