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김화성 기자의 스포츠 別曲

감독들은 왜 목이 잘리는가

  • 글: 김화성 mars@donga.com

감독들은 왜 목이 잘리는가

3/4
감독들은 왜 목이 잘리는가

에릭손 감독.

한국 프로야구 LG구단은 얼마 전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 삼성과 팽팽한 접전을 벌인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김성근 감독을 잘랐다. 왜 LG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김감독을 잘랐을까.

김성근 감독은 스스로 말한 것처럼 “야구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그는 24시간 내내 야구만 생각한다. 어쩌다 집에 들어가도 가족은 뒷전이고 오직 야구 데이터나 야구 비디오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그래서 그의 야구는 ‘통계 야구’이고 ‘관리 야구’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도 아니다 싶을 땐 가차없이 빼버린다. 반면에 아무리 이름 없는 선수라도 열심히 하는 선수는 눈도 깜짝 않고 출장시킨다. 그래서 김성근 감독 밑에선 무명 출신의 스타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일부에선 감독이 사사건건 간섭하는 게 많아 선수들이 자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내성적이고 외곬으로 자기만 옳다고 생각해 구단 운영에 있어서 전혀 타협할 줄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태평양 이후부터만 쳐도 4번이나 중도 해임됐다는 것.

하지만 세계의 유명한 축구·야구감독 치고 고집쟁이 아닌 감독은 하나도 없다. 이번 한·일월드컵에서 우승한 브라질의 스콜라리 감독도 브라질 대통령까지 나서서 호마리우를 대표팀에 넣으라고 했지만 들은 척도 않았다. 히딩크도 마찬가지다.

하위팀을 상위팀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김성근 감독이 최고이지만 그의 지도방식은 팀을 우승으로 만드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이것도 김성근 감독에겐 억울한 말이다. 그는 늘 전력이 약한 팀을 맡았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김성근 감독은 “프로에 온 선수들은 누구나 뭔가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다. 그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게 바로 감독이다”라고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LG 어윤태 사장은 김감독을 해임하면서 “김성근 야구엔 LG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경영자로서 회사의 미래와 맞지 않는 감독과는 일을 같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계약을 할 때는 ‘김감독의 야구에 LG의 미래가 보여서’ 했단 말인가.

감독마다 팀 경영 스타일이 다르다. 그 어느 감독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김성근 감독이 하나에서 열까지 챙기는 스타일이라면 후임으로 임명된 이광환 감독은 웬만한 것은 다 선수에게 맡기는 스타일이다. 이감독은 “야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감독은 선수들이 잘하도록 이끌어주고 도와주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구단과 감독의 관계는 마차의 수레바퀴와 같다”며 구단과의 불협화음 소지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소위 자율야구다.

국내 프로축구 최고령 감독으로서 정규 리그 2연패를 이룩한 성남일화의 차경복 감독(65)도 비슷하다. 차감독은 훈련 계획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것 등은 코치진에게 다 맡겨버린다. 자신은 전체적인 팀 운영이나 큰 줄거리에만 신경을 쓴다. 이른바 ‘인덕(仁德)의 축구’다.

그러나 감독의 팀 경영 스타일에 정답은 따로 없다. 그 어느 방식이든 구성원들로 하여금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쏟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명감독의 조건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리더, 즉 명감독이란 어떠한 사람인가. 그것은 바로 이기고 있는 팀을 지지 않게 만드는 사람이다. 아무리 싸움에 능한 자라도 모든 싸움에 다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명감독은 이기고 있는 팀을 지지 않게 할 수는 있다. 다음은 경영학 서적 ‘최강의 손자’에 나오는 일본 프로야구 명감독 모리 마사아키의 예다.

모리 감독은 현역 시절 요미우리 자이언츠 포수로서 아홉 번이나 우승했고 세이부 라이온스 감독일 때는 일본시리즈에서 여섯 번이나 우승한 명감독이다. 그는 말한다. ”7회에 우리가 만루 홈런을 쳐서 앞서가는 상황이라도 확실한 다음 수를 생각하지 않으면 남은 이닝에서 역전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다 역전될 경우 안타를 두들겨 맞은 투수를 감독이 질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역전을 당한 것은 확실한 다음 수를 생각하지 못한 감독에게 있다. 축제라면 몰라도 싸움을 하고 있을 때는 마지막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계책을 강구하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그렇다. 그래서 손자도 “지지 않는 것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지만 이기는 것은 적에 따라 그 결과가 바뀐다”고 했다. 다시 말해 승리란 적이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철저히 준비하고 지키고 있으면 언젠간 적이 빈틈을 보이고, 바로 그때 전력을 다해 공격하면 비로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상 ‘지지 않는 리더십’의 전형은 바로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이다. 제갈공명이 이끄는 촉나라 국력은 잘해봐야 조조가 이끄는 위나라의 6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인재도 위나라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촉은 항상 손권의 오나라와 연합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두 나라를 합해도 국력은 위나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오나라는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른다. 촉의 최선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3/4
글: 김화성 mars@donga.com
목록 닫기

감독들은 왜 목이 잘리는가

댓글 창 닫기

2022/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