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정밀 분석

‘족집게 공습’으로 바그다드부터 초토화!

미 국방부 기밀자료로 본 이라크전쟁 시나리오

  • 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족집게 공습’으로 바그다드부터 초토화!

3/10
‘족집게 공습’으로 바그다드부터 초토화!

지난해 10월 백악관에서 미 상·하원이 승인한 대(對) 이라크전쟁 결의안에 서명하는 부시 미 대통령

1991년 걸프전쟁 당시 미 군부는 6개월 동안 전쟁 준비를 했다. 후세인은 미국이 이라크군을 공격해올 것이란 점을 6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던 셈이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다시 미국과 이라크 사이에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에 미 군부는 아마도 기습작전을 펼 것이다. 유엔에서 무기사찰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러시아나 독일이 미국의 일방적 군사작전에 제동을 걸고 있다. 후세인은 부시가 진격명령을 내리지 않고 말로만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착오할 수도 있다. 그러나 펜타곤은 그동안 무시무시한 대규모 공습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바그다드에 퍼부어 지휘체계가 마비된 후세인이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정권을 붕괴시킨다는 전략을 검토해왔다. 이른바 RDO작전(Rapid Decisive Operations, 신속하고 과단성 있는 작전)이다.

후세인도 그동안 미국의 공격에 대비한 준비를 해왔다. 2002년 6월말 바그다드 주변의 방공망을 구축 완료한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바그다드 시내의 고층건물과 정부청사 옥상에는 대공포를 설치했다. 대통령궁과 몇몇 중요 시설의 상공엔 밤마다 대형 바람기구들을 띄운다. 이라크 관리들은 후세인의 명령에 따라 띄운 그 기구들이 미군 헬기가 날아드는 것을 방해할 것으로 믿는다. 이란-이라크전쟁(1980∼88년) 당시에도 바그다드의 하늘에는 이란 공군의 공습에 대비해 그렇게 기구들이 떠 있었다.

이라크군은 바그다드 주변 넓은 지역에 지상 1m 높이로 쇠막대기와 가시철망을 설치해놓았다. 미군 공수부대가 내리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이런 방어전을 위해 이라크는 수천 톤의 강철을 수백 대의 트럭에 실어 바그다드로 옮겼다. 인구 500만의 바그다드는 후세인의 최후 방어진지다. 미군 공습피해를 줄이기 위해 바그다드 시내 곳곳에 각종 전투장비들을 분산배치했다. 바그다드 주변엔 불도저로 판 참호들이 즐비하다. 이라크 정예부대로 후세인의 권력기반인 9만 병력의 공화국수비대는 바그다드 주변 티그리스강변에 참호를 파놓았다. 이 참호들은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대통령궁과 바그다드 중심지를 지킨다. 현재 집권 바트당 소속 준(準)무장병력과 ‘사담 의용군’으로 알려진 일단의 무장병력들도 식량과 연료를 비축하고 있다. 그들은 여차하면 미군과 시가전을 벌인다는 각오다.

2002년 여름 미 중부군사령부 토미 프랭크스 대장은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전쟁의 작전개요를 브리핑했다. 그 뒤로도 여러 차례 보고했다. 그렇지만 “아직 아무런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는 게 펜타곤의 공식 입장이다. 그동안 펜타곤과 중부군사령부 사이에선 이라크전쟁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를 두고 많은 논의가 오갔다. 지금까지 논의된 이라크전쟁 작전계획의 가닥을 정리해보면 △이라크 작전계획 1003(OPLAN 1003) △다우닝 작전계획(Downing Plan) △‘바그다드 먼저’ 작전계획 △‘사막의 여우 II (Desert Fox II)’ 작전계획 등 크게 네 가지다.

네 가지 작전계획 검토



OPLAN 1003은 걸프전쟁 이래 지난 10년간 미 중부군사령부(CENTCOM)의 이라크전쟁 기본작전계획이다. 이는 주요 석유생산국인 쿠웨이트와 사우디 아라비아를 이라크의 공격으로부터 지킨다는 억지(deterrence)에 바탕을 두고 필요할 경우 이라크군을 공격한다는 개념이다. 이라크군 전체를 격파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다시 말해 이라크군이 쿠웨이트나 사우디를 공격해 들어올 경우), 압도적인 미 전투력을 시차별로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18공수단과 4보병기계화사단, 82공수사단, 101공습사단이 작전에 참여하게 된다.

OPLAN 1003은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1991년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작전 때와 비슷한 군사력 이동이고, 2단계는 국경선을 따라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 3단계는 후세인체제를 붕괴시키는 반격작전이다. 1990년대에는 후세인체제 붕괴라는 작전개념이 설정돼 있지 않았다. 1998년 미국의 한국전쟁계획(OPLAN 5027)은, 만일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북한 김정일정권을 붕괴시키는 쪽으로 수정됐었다. 후세인정권을 붕괴시키는 3단계 작전개념이 OPLAN 1003에 들어간 것은 부시행정부 들어와서다.

OPLAN 1003에 따르면, 후세인정권을 전복하기 위해선 미군 지상군 병력이 20만명 이상 투입돼야 하고, 이 정도 규모의 동원에는 3개월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 후세인도 미군의 공격에 대비해 군을 재배치하고, 외교적 공세로 미군의 이라크 공격 흐름을 교란하려 들 것이다. 전 CIA 중동지역 분석가인 케네스 폴락(부르킹스연구소)도 최근 저서 ‘험악한 폭풍(The Threatening Storm)’에서 이라크 공격에 최소 20만에서 30만의 미군 병력이 투입돼야 한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이라크 도심에서 후세인에 충성하는 병력과 시가전을 벌이려면 경보병이 투입돼야 한다. 또 전쟁 초기 이라크가 유정(油井)에 불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 공수부대 병력을 유전지대에 투입해야 한다. 공수부대는 아울러 후세인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쏘지 못하도록 미사일 진지를 점령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이 어느 정도 끝나면, 치안유지를 위해 이라크에 일정 기간 미군이 주둔할 필요가 생긴다. 그러려면 적어도 20만~30만의 병력이 필요하다. 공습에 쓰여질 공군기는 700∼1000대다. 최초 공습에서 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1개월 정도 걸릴 것이다.

3/10
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목록 닫기

‘족집게 공습’으로 바그다드부터 초토화!

댓글 창 닫기

2023/04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