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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럴 ‘뉴욕타임스’, 중도 ‘워싱턴 포스트’, 강경 ‘월스트리트 저널’

한반도 관련 기사로 본 美 메이저 언론의 성향 분석

  • 글: 홍은택 euntak@donga.com

리버럴 ‘뉴욕타임스’, 중도 ‘워싱턴 포스트’, 강경 ‘월스트리트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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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럴 ‘뉴욕타임스’, 중도 ‘워싱턴 포스트’, 강경 ‘월스트리트 저널’

‘북한과 전쟁불사’ ‘주한미군철수’로 맞대응하는 강경보수파 언론인. Fox-Tv의 빌 오레일리, CNN의 로버트 노박,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 카렌 하우스(왼쪽부터)

큰 채찍을 휘두르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실제 위기가 터졌을 때는 채찍도 당근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말려든 미 행정부의 실상을 지적하는 글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의도적으로 파기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월스트리트저널’ 1월2일자에 상세히 보도됐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6월6일 오랜 침묵을 깨고 북한과의 협상의지를 밝히면서 협상의제에 대량살상무기 외에도 북한이 보유한 막강한 재래식 전력의 감축까지 포함시켰다. 북한 김정일 정권은 협상하겠다는 뜻이 아니라고 판단, 이 제의를 거부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북한의 이런 반응은 부시 외교팀의 몇몇 강경파가 원한 것이었다. 이 신문은 한국의 김대중 정권에 대해서는 “우리가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할 빌미를 만들면서 실제로는 북한이 받을 수 없는 제의를 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한 고위관리는 “우리는 북한이 이 제의를 거부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북한과의 갈등을 키워왔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대화와 협상은 전희와 섹스의 차이”

북한이 핵 위협을 극대화하자 미국은 뒤늦게 북한과의 대화 방침을 밝히면서 대화(talk)만 하지 협상(negotiation)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빌 켈러(Bill Keller)는 1월11일자 칼럼에서 대화와 협상은 전희(foreplay)와 섹스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력으로 공격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대화를 안하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선회하기 어려워지자 협상은 아니고 대화만 한다는 행정부의 군색한 논리를 꼬집은 것이다.

리버럴한 언론들은 북핵 위협을 강조하지만 위기 해소방법으로 타협을 강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1월5일자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 신문은 북핵 문제가 위기는 아니라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인식을 비판하면서 “한두 개의 핵무기를 갖는 것과 예닐곱 개의 핵무기를 갖는 것은 전략적으로 큰 차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여분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선제 핵 공격에다 보복 핵 공격 능력을 구비한 것이며 타국에 판매할 수 있는 재고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대북 협상에 즉각 착수하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리버럴한 언론들이 북한 정권을 우호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의 대표적인 외교전문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지난해 12월20일자 칼럼 ‘이웃에 사는 정신병자’에서 북한을 ‘제 집 주변에 다이너마이트를 묻고 이웃들에게 음식과 난방비를 주지 않으면 마을을 폭파시키겠다고 협박하는 실업자 건달’에 비유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같이 정신나간 중무장 국가를 상대할 때는 점진적으로 무장을 해제하고, 식량을 주는 대가로 핵개발을 멈추게 하고, 투자와 무역을 늘려 가난을 해결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며 “이러한 방법만이 북한 체제 붕괴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일 정권이 증오할 만한 정권이기는 하지만 붕괴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화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언론들은 북한 정권의 악을 강조한다. 그런 악의 정권은 어떤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없애버려야 하며 악과 대화하려는 사람도 악이라는 논리다. 더구나 주한미군이 그런 악을 막아주고 있는데도 미군에게 물러가라고 외치는 한국인들에겐 직접 악을 상대하도록 해줘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하고 있다.

보수논리를 이끌고 있는 ‘월스트리트저널’을 분석해 보자. 이 신문은 지난해 9월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역사적 정상회담(17일)을 앞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방북을 ‘정처 없는 나그네길’이라고 비꼬았다. 이 신문은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이 국내에서 추락하고 있는 인기 만회용일 뿐이며 방북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고 경고, ‘한반도 냉전 구도의 청산 기회’로 본 다른 언론과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신문은 이어 10월8일에는 북한이 부시 행정부의 요구에 굴복해 대량살상무기를 만지작거리는 일을 그만두는 것은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고 전망하면서 따라서 “미국의 가장 좋은 전략은 뒤로 물러앉아 파산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한동안 애태우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신문의 전망과는 달리 북한의 핵개발 강행에 애태우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로 드러나고 있다.

24일에는 사설에서 핵개발을 동결키로 한 북-미 기본합의를 깨뜨리고 비밀리에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북한에 중유 제공 등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부당하며 오히려 유엔을 통한 대북 제재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설 이후 부시 행정부는 중유 제공 중단 결정을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2월12일자 사설에서 미국이 하루 전 스커드미사일을 적재한 북한 화물선을 억류해 조사하다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풀어준 것과 관련, 오히려 이러한 해상 임검(臨檢)과 무기 압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시 대통령이 주장한 ‘선제공격’이 뭔가 의미가 있다면 미국은 테러 지원자들이 판매하거나 그들에게 향하는 무기를 압수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더 나아가서 물론 ‘실수’의 가능성도 있겠지만 “(조사원이)10척의 무고한 선박에 승선하는 편이 한 개의 핵무기가 테러분자들에게 전해지는 편보다 더 낫다”는 논리를 폈다.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무력제재도 불가피하는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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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홍은택 eunt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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