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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귀틀집 사이로 밤새 까마귀 울고

오대산 방아다리 약수에서 부연동 오지마을까지

  • 글: 황일도 기자 사진: 김용해 기자

눈 덮인 귀틀집 사이로 밤새 까마귀 울고

3/3
오대산 계곡의 하이라이트라는 소금강 입구에 다다르자 늘어선 가게들이 흐린 겨울 해를 받아 운치 있는 풍경을 만든다. 산행 온 사람들이 제각기 커피 한 잔씩 타 가지고 둘러앉은 가겟집 테이블의 화두는 새로 뽑은 대통령 이야기. 추위를 추스르고 오르기 시작한 소금강 계곡에는 무릉계, 십자소, 대왕암의 기암괴석이 발길을 재촉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름 수해는 길을 구룡폭포에서 끊어놓았다.

미처 성이 차지 않은 마음을 달래려 찾은 곳은 잘 알려지지 않은 소금강의 옆줄기 용수골. 소금강 입구에서 6번 국도를 타고 1km 남짓 달려 삼산파출소 직전에서 우회전해 다리를 건너 들어가면 ‘아는 사람만 아는’ 경치가 숨어 있다. 허위허위 깊은 골짜기에 내려섰다. 눈 녹은 물이 콸콸 흘러 바위를 때리고 반쯤 녹은 얼음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이 햇살에 빛나는 모양을 넋 놓고 바라보노라니 “비경은 비경”이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온다.

여행의 마지막 발길은 강원도에서도 가장 깊은 오지라는 부연동 마을로 향한다. 소금강에서 차를 되돌려 6번 국도를 따라 5km 남짓 나오면 오른편으로 깜박하면 놓치기 십상인 415번 지방도가 있다. 날이 저물면 갈 수 없다는 전후치 고개를 30분 가까이 곡예하듯 타넘어야 나오는 곳이 바로 부연동이다. 깎아지른 듯한 산들이 빙 둘러싼 분지에 폭 파묻힌 스무 가구 남짓의 마을을 보니 ‘6·25가 일어난 줄도 모르고 지냈다’는 옛 이야기가 그럴듯하다.

마을 끝 산모퉁이에 남아 있는 귀틀집을 찾아나선 길에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창호지를 뚫고 새어나오는 불빛이 더없이 아늑하다. 집 뒤 나무들 사이로 까마귀 한 마리가 울어제끼고, 사람 소리에 놀란 고라니는 카메라를 들기도 전에 후드득 달아나버린다. 몇 해 전까지 서울에 나가 살다 돌아왔다는 민박집 젊은 주인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산골에 묻혀 사는 맛’을 이야기하는 동안 눈발이 다시 흩날리기 시작했다.



신동아 200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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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기자 사진: 김용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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