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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성사시킨 권병현·최수진 베이징 비밀접촉 내막

  • 글: 이정훈 hoon@donga.com

남북 정상회담 성사시킨 권병현·최수진 베이징 비밀접촉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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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총사장을 만난 문씨는 남북 대화를 복원할 방안을 놓고 장시간 대화를 나눴는데, 최총사장은 “남조선의 책임 있는 사람이 나서서 북조선에서 가장 아쉬워하는 전력(電力) 문제를 도와주겠다고 한다면, 끊어진 북남 대화를 잇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씨가 “책임 있는 남한 사람으로 주중 한국대사를 내세우면 되겠느냐”고 묻자, 최총사장은 “좋다”고 대답했다.

그후 문씨는 한번 더 최총사장을 만나 의견을 교환한 후, 권병현 중국주재 한국대사에게 최총사장과 나눈 이야기를 보고했다. 권대사는 문씨의 보고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2000년 1월6일(이때부터는 구체적으로 일이 진행됐으므로 날짜에 관한 기록이 있다) 문씨는 최총사장을 찾아가 권대사가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최총사장을 찾아갔는데, 이때 최총사장은 ‘북과 남은 농업과 철도·경공업·수산·상품전시장 사업 등 다섯 가지 경제 분야의 협력에 주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북남 경제협력 건의서’를 문씨에게 주었다.

문씨로부터 이 건의서를 건네받은 권대사는 주의 깊게 읽어본 후 문씨에게 최총사장과 만나게 해줄 것을 부탁했다. 1월9일 권대사는 문씨의 주선으로 베이징 시내 최고급 호텔인 켐핀스키 호텔에서 최총사장을 만나, 그가 제시한 남북경협 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하게 되었다.



밤새워 보고서 작성

이 만남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권대사는 1월11일 아침 대사 관저로 최총사장을 초청해 조찬을 하며, “대한민국의 특명전권대사로서 책임지고 이야기하겠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께서 의지를 갖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니 그 뜻을 북한에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권대사는 “김대통령은 천주교 신자로 허위를 모르고 살아온 분이다”라고 강조하며, 다시금 김대통령의 뜻을 북한에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1월11일은 화요일인데,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은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떠나는 항공편이 있는 날이다. 이미 평양 방문 일정이 잡혀 있던 최총사장은 권대사의 관저를 나와 바로 고려항공을 타고 평양에 들어갔다.

평양 체류 기간에 최총사장은 북한의 대남 담당부서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이하 아태) 측 인사를 만나 권대사의 뜻을 전했다. 아태 인사들은 김대통령이 직접 ‘북남경협’을 언급했다는 데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북한을 떠나기 전 최총사장은 ‘남조선이 북조선의 SOC(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형태로 북남경협을 해보자’는 방안을 적은 글을 아태 김용순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1월22일 베이징으로 돌아온 최총사장은 권대사를 만나 아태 측에서도 경협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권대사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정말이냐. 경협 부분에 대해 북한이 관심을 기울이느냐”며 반가워했다.

최총사장은 남측에서 말하는 ‘퍼주기식 대북 지원’이란 말을 아주 싫어한다. 그는 북과 남이 함께 이익을 보는 경협을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때도 최총사장은 “북남 교류는 북측이 일방적으로 받는 게 아니라, 북과 남이 같이 사업함으로써 함께 이익을 얻는 경제협력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론을 덧붙였다고 한다. 권대사는 이러한 상황을 전부 서울로 보고하였다.

1월26일 김대중 대통령은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며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을 언급하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이 이러한 언급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권대사의 보고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언론은 권대사의 부탁을 받은 최수진 총사장이 북한과 깊숙이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김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 주장을 연례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비중 있게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아태는 베이징에 나와 있던 아태 관계자를 남측과 접촉하는 실무자로 정하겠다고 통보해왔다.

그로 인해 권병현·문대근(남측)-최수진·아태 실무자(북측) 대화라인이 형성되었다. 양측은 이 라인이 가동하는 것을 한국 국정원에는 알리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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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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