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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北風’ 차단 평양밀사 파견설 전모

“‘대북라인’ 가동중이었던 것으로 안다”

  • 글: 엄상현 gangpen@donga.com

한나라당, 대선 ‘北風’ 차단 평양밀사 파견설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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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후보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에서도 그 가능성과 관련된 정황을 찾을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이전까지만 해도 ‘극악한 반통일 분열주의자’ ‘부정뇌물 사건에 연루된 협잡꾼’ 등 이후보에 대한 비난공세를 지속적으로 퍼부었다. 가장 극에 달했던 시기가 지난 해 5∼6월경이다.

2002년 5월11일 북한 로동신문은 ‘극악한 친미친일 매국역적의 정체를 발가본다’는 제목으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친일을 했다는 장문의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아침마다 애비와 함께 일어나 동쪽 하늘을 향해 궁성요배를 하는 것을 제도화·습성화한 것도 이회창 역도이고, 기모노를 입고 천황폐하 만세를 부르는 장면을 사진 찍어둔 것을 자랑한 것도 다름아닌 이회창이다”라는 것이 당시 보도내용의 주요 골자다.

또 5월24일 북한 관영 중앙방송은 ‘시사논단 논평’에서 “이총재가 6·15 공동선언에서 제시된 나라의 통일 방향과 구체적인 방안을 반대하는 것은 사실상 6·15 공동선언 자체를 부정하고 반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민족의 통일 의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틀 전인 22일 관훈토론회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제2항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9월13일에는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인터넷판에서 ‘역적의 아들이 대통령후보란 말입니까’라는 제목으로 “이후보 부친 이홍규씨의 황해도 해주법원 서흥재판소 검사서기시절 친일행적을 폭로 규탄한다”는 비난기사를 보도하기에 이른다.



문제의 기사는 서흥지역 노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평양지국발 기사로 보도됐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는 이홍규씨의 과거를 둘러싸고 한바탕 뜨거운 정치공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당시 보도가 북한 정부차원에서 꾸며진 일이라고 보고 향후 대책에 부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신보의 기사가 단발성이 아닌 기획성 기사이며 후속보도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연말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북한의 ‘이회창 흠집내기’가 더욱 심화되는 한편 북한 정부와 여당이 서로 짜고 ‘신(新)북풍’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보에 대한 비판과는 별도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 등 ‘깜짝 카드’를 북한측에서 내놓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후보에 대한 북한의 비난공세는 시간이 흐르면서 크게 줄었고, 한나라당에서 우려하던 ‘깜짝 카드’도 결국 나오지 않았다.

밀사는 ‘전략적 상호주의’ 대북전략가

그렇다면 실제로 한나라당측에서 어떤 식으로든 북측에 ‘밀사’를 보내 ‘이회창 흠집내기’와 ‘신(新) 북풍’을 사전에 차단했던 것일까. 진위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채 정황상 가능성만 있는 상황에서 추론에 불과하지만,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북밀사’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대북밀사’는 특성상 여러 가지 필요충분조건을 갖춰야 한다. 북한 사정에 정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북한 고위층까지 선을 댈 수 있는 ‘대북라인’ 가동능력이 있어야 한다.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만큼 입이 무거워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일반적으로 밀사는 최측근에 해당하는 인물들 중에서 선별하는 게 상식이다.

여기에 앞서 소식통이 전한 대화내용을 참조하면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이 ‘절대적 상호주의’에서 ‘전략적 상호주의’로 수정되는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 당내·외 인사들 가운데 이런 모든 조건에 들어맞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많아야 5∼6명 안팎이라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지목된 인사는 당내에 ‘전략적 상호주의’ 개념을 정립한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부차관과 이후보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서울대 백진현(白珍鉉) 교수 등이다.

대선 때 이후보의 통일특보를 맡았던 송 전 차관은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 파문이 일었던 판문점 남북 특사교환을 위한 남북실무대표 접촉 당시 남측대표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백교수는 당 외곽에 포진해 있는 이후보의 통일외교분야 핵심 브레인으로 지난 대선 TV합동토론회 때 이후보의 원고를 직접 손 볼 정도로 이후보로부터 절대적 신뢰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교수의 통일안보정책의 지론 또한 ‘전략적 상호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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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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