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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특집│대북 비밀지원 파문

‘국익 우선’ 궤변으로 진상규명 외면말라!

  • 글: 안영모 전 세계일보 주필

‘국익 우선’ 궤변으로 진상규명 외면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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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글은 명시적 외침으로 시작된다. ‘언론은 ‘민족자결’ 눈떠라’, 이것이 그 글의 큰 제목이다. 글을 관통하고 있는 논리와 주장은 대북지원의 불가피성과 옹호에 있다. ‘열강의 세계화 전략 속에서 북녘의 경제주권은 지켜야 한다’는 전제 아래 대북 비밀 송금의 타당성을 강조하고 이 문제를 비판한 언론보도에 대한 신랄한 질타로 이어진다.

‘북 송금에 담긴 역사적 진실’이란 작은 제목까지 붙은 도올의 기사는 예의 그 도도한 글의 흐름과 그 나름의 논리 전개로 독자를 압도한다. 또한 철학을 전공한 학자답지 않게, 어찌 보면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는 남북문제, 국제정치, 국내정치, 경제분야 등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각종 예시와 데이터까지 도입하는 완벽미도 과시했다.

도올이 정치권의 뜨거운 문제를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과감한 터치와 비판적 언어를 동원하면서 써내려간 데는 어떤 필연적 사유가 있을 것이다. 짐작건대 그 글을 쓴 심경은 대북 송금지원을 까발리려는 야당이 미운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놓고 북치고 장구치는 일부 언론, 아마도 그의 눈엔 보수로 비친 언론을 향한 분노의 분출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단서는 관련기사의 큰 제목에서 발견된다. ‘언론은 ‘민족자결’ 눈떠라’. 이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현존 한국의 언론들이 강대국의 이해와 논리에 휘둘려 민족자결이라는 숭고한 뜻을 저버린 채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점을 일갈하려 했던 것 같다. 도올은 결코 특정 언론을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글의 행간을 보면 보수 논조의 일부 언론을 지목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한데 이번 ‘북 송금에 담긴 역사적 진실’이란 글을 대하면서 언뜻 눈에 거슬린 대목은 바로 ‘역사적 진실’이라는 독선적 표현이다. 그가 ‘현학적 수사에 능한 달변가’라는 일부의 평은 차치하더라도 ‘역사적 진실’이라는 자찬은 좀 심했다. 그 ‘역사적 진실’을 관통한 주제는 한국 언론에 대한 분노와 강대국에 대한 반감이다. 반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들과 거래를 해온 DJ정권과 현대그룹에 대해선 일말의 애정 어린 연민의 정을 감추지 않았음도 분명해 보인다. 그야 대학교수이기도 한 도올 개인이 사견으로 쓴 글임을 전제했다면 굳이 논쟁거리가 안 되겠지만 사회의 공기인 신문에, 그것도 그 신문에 소속된 ‘기자’ 신분으로 ‘역사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주장을 발표했다는 데 대해서는 신문의 공신력은 물론, 그 글의 타당성과 책임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도올의 그 유려한 문장을 타고 종횡무진 넘나든 대하 논평엔 어떤 오류가 있는가 짚어보자.

민족자결론의 이중성



도올은 해방 전후 우리 민족이 강대국의 이해관계로 겪어야 했던 민족 수난사를 일별한 뒤 우리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정치외교적 방법론을 이끌어냈다.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태는 결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만의 논리로써 종결될 수 없다. 그것은 반드시 미·중·일·러·유럽을 포섭하는 국제적 역학 속에서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결코 생경한 논리가 아닌, 모든 국제정치학의 서장에 나오는 일반론이다. 한데 필자 도올의 글을 관통하는 요체는 ‘민족자결’이다. 언론을 향해서도 외세(외신)에 놀아나지 말 것과 ‘민족자결’을 깨달으라는 식으로 나무랐다. 그는 민족자결론과 강대국의 국제적 역학론이 대립관계인지, 아니면 상호보완관계인지를 언급하지 않은 채 건너뛰었다. 다시 말해 통일을 포함한 제반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있어 ‘민족자결’이 우선인지, 아니면 국제적 역학관계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민족자결론이란 말은 좋은 표현이긴 하지만 21세기 세계화시대엔 맞지 않는 과거회귀라는 비판도 있음을 부연하고 싶다. 민족주의를 내세웠다가는 국제사회에서 낙오자가 된다는 경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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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영모 전 세계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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