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은 왜 죽었나

김진수 기자의 밀착 추적기

  • 글: 김진수 jockey@donga.com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은 왜 죽었나

3/5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은 왜 죽었나

2000년 11월5일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가운데)이 기자회견을 갖고 장래찬씨 자살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동방금고 사건 수사가 종결된 뒤 해당사건과 관련한 야당의 적극적 ‘공세’가 오랜기간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당이 의혹을 부풀렸다는 검찰의 주장에 전혀 일리가 없지는 않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검찰이 수사에 매우 소홀했다는 비난을 면키는 힘들다. 일단 검찰은 장씨 사건에 대한 수사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잡았다.

“(검찰은) 자살 정황이 너무도 명확해 처음부터 사건을 타살 가능성이 없는 ‘단순자살’로 확신했다. 따라서 국과수 부검 소견이 나온 후 사인을 자살로 결론짓고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이변호사). 그 ‘확신’은 옳았을까. 결과적으로 ‘확신’은 ‘자살’이란 사인에 대한 확신이었을 뿐, ‘자살동기와 배경’에 대한 확신은 아니었다. 검찰이 수사에 등한했음을 드러내는 몇 가지 사례.

우선 검찰은 장씨의 도피기간(10월23∼31일) 중 그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기본이랄 수 있는 통신감청이나 통화명세 조회를 전혀 하지 않았다. 때문에 장씨가 잠적 당시 자신의 형인 래형(66)씨와 금감원 김중회 비은행검사1국장(54·현 부원장보)과 수차례 전화통화를 했는데도 그의 소재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장씨 유서에 대한 필체 감정도 건너뛰었다. 유서는 같은날 작성됐다고 보기 힘들 만큼 정자체와 흘림체가 뒤섞여 있었다. 군데군데 가필 흔적마저 있었다. “유서에 대한 필체 감정을 했느냐”는 물음에 이변호사는 “솔직히 내용에 일관성이 없는 유서의 해석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자살 정황이 명백해 감정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를 당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던 장씨 사건을 수사중이던 검찰의 수사의지라고 보기는 힘들다.

논란이 된 유서는 A4용지 8장 분량. 이중 ‘자살입니다’로 시작하는 6장은 장씨 사체가 발견된 당일 밤, 빗발치는 기자들의 요구로 언론에 공개됐다. 유서엔 금감원 직원들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는 내용과 함께 평창정보통신 및 KDL 주식 매입 경위가 실려 있었지만, 이는 검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이윤진씨(58·장씨가 옛 재무부 재직시절 함께 근무했던 상사인 고 이신우 중앙투자금융 감사의 미망인)의 진술과 상이해 또 다른 의혹을 낳았다.



유서에 따르면 동방금고 유조웅 사장의 제의로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샀다 비싸게 팔아 6억3000여 만원의 차익을 올렸고, 그 돈을 다시 KDL 주식에 투자했다 손실을 입어 유씨로부터 7억원을 손실보전받았으며, 이윤진씨가 5억원의 손실보상을 요구해 동방금고에 협조를 요청했다는 게 장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장씨가 숨진 여관방 욕실 변기에서 발견된 ‘또 하나의 유서’에서 ‘유씨로부터 받은 7억원을 작은형님의 친구가 관리하는 계좌로 송금했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장씨의 유서 내용은 결국 허위로 입증됐고, “손실보상을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는 이씨의 주장을 뒷받침한 바 있다.

당시 언론은 “11월6일 또 하나의 유서가 뒤늦게 발견됐다”고 보도했지만, 장씨 변사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 특수2부 변찬우 검사(43·현 서울고검 검사)는 “갈기갈기 찢어진 종잇조각들을 다시 짜맞춰 내용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린 것이지, ‘또 하나의 유서’ 역시 사건 당일 현장에서 발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언론에 공개된 6장을 뺀 나머지 2장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던 걸까. 당시 언론은 장씨가 가족 앞으로 남긴 이 유서 2장에 정·관계 인사들의 명단도 일부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이변호사는 “가족에게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다는 정도만 언급돼 있었을 뿐, 금전문제와 관련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이는 장씨 사체에 대한 부검이 있은 직후 그의 장남(28)이 기자들에게 “가장으로서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고 한 말과 일치한다. 현재 유서 원본은 장씨 가족이 보관중이다.

“자살동기 규명은 불필요”

“사실상 검찰은, 야당이 정현준씨가 건넨 자료를 근거로 의혹을 하나씩 터뜨려 언론에 보도되면 이를 따라가며 수사하는 것만도 힘에 부쳤다. 장씨의 유서 역시 사생활 보호와 명예훼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공개 안해도 됐지만, 워낙 의혹이 증폭돼 할 수 없이 공개를 결정한 것이다. 애초부터 검찰 수사의 초점은 장씨의 사인이지 자살동기를 규명하는 일은 아니었다”(이변호사).

이는 검찰이 처음부터 수사범위를 틀 지워놓고 가능한 한 소극적 수사로 일관했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이다. 피의자가 자살했으므로 어차피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려야 할 게 분명한 만큼 추가 수사가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수사결과를 ‘예단’한 것이다.

3/5
글: 김진수 jockey@donga.com
목록 닫기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은 왜 죽었나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