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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미국 통치 받으며 석유자원 헌납한다

이라크전쟁, 그후

  • 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2년간 미국 통치 받으며 석유자원 헌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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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미국 통치 받으며 석유자원 헌납한다

쿠르드족 수천명이 3월4일 이라크 북부 아크라에 모여 이라크전쟁이 일어날 경우 터키의 개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제법학자들은 “국제법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불법(illegal)”이라고 지적한다. 1999년 코소보전쟁 당시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군사개입 결의를 추진하지 못했다. 유고연방(정확히는 세르비아)에 우호적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미국 국제법학자들은 ‘적법(legitimate)’이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이번 이라크전쟁에서 그런 해석을 얻어낼 전망은 별로 없다.

미 법학자 모임인 ‘합법을 위한 교수들(The Professors for Legality)’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얻어내지 못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법적인 국가관계란 정치지도자가 무력에 호소하는 것이 편리하다고 여길 때마다 무시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제법이란 전쟁의 끔찍함으로부터 (약소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란 주장이다. 영국의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런던정경대학의 법학과 교수들도 일간지 ‘가디언’에 낸 공동기고문에서 “앞으로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가상의 공격에 대한 방어를 내세워 선제공격을 한다는 것은 국제법상 전혀 근거가 없다”고 못박았다. 유엔헌장에 따르면, 외부의 군사적 공격을 받아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말고는 어떠한 군사적 행동도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부시 행정부가 내세우는 이른바 ‘선제공격론’은 국제법상 인정될 수 없다는 게 중론. 더구나 9·11테러 공격에 후세인이 개입했다는 증거도 없다.

미국은 후세인 제거 뒤 이라크를 접수하려 한다. 서구 열강의 식민지 쟁탈 바람이 거세게 분 19세기도 아닌 21세기의 서아시아에 미국의 신식민지가 들어서게 된다. 후세인 없는 이라크 상황은 친미 인물 하미드 카르자이를 세웠던 아프간 모델과는 어느 정도 다른 모습이 될 전망이다. 부시 행정부는 1년 반에서 2년쯤 한시적으로 미국인이 직접 이라크를 다스리는 구도를 그려왔다. 그러나 미 군정설과 총독설에 아랍권이 반발하자,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군정을 실시할 계획이 없으며 단기간의 치안유지 계획만 갖고 있다”고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그 ‘단기간’이 얼마 동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처음 계획했던 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민정을 미국이 주도할 계획엔 변함이 없다. 미국인 민정(과도정부) 수반은 20∼25명의 이라크인들로 이뤄진 자문위원회의 도움을 얻게 될 것이다.

미 군정을 실시한다면, 미 중부군사령관 토미 프랭크스 대장이 군정 우두머리가 된다. 그러나 군정안이 폐기되면, 프랭크스 장군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라크군 무장해제까지다. 군정 실시안에 반대하는 견해는 부시 행정부 안팎에 만만치 않았다. 파월 미 국무장관도 그 가운데 하나다. ‘워싱턴 포스트’의 보브 우드워드 부국장이 쓴 ‘전쟁 중인 부시(Bush at War)’엔 파월이 부시 대통령에게 진언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라크 전쟁이야 미국이 이기겠지만, 그 뒤가 큰 문젭니다. 일정기간 미국의 장군이 아랍국가를 다스리는 걸 상상해보십시오. 바그다드의 맥아더 장군? 이런 체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요?”

현재 이라크 민정을 이끌어갈 ‘미국인 총독’으로 꼽히는 인물은 예비역 육군중장 출신인 제이 가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가너는 이라크전쟁 승리 뒤 이라크 재건문제를 다루기 위해 올해 1월 미 국방부 내에 조직된 한 부서(재건인도지원처)를 이끌고 있는 인물. 재건인도지원처는 이라크 반체제인사들을 중심으로 ‘예비내각’을 짜고 미국인 고문관(advisor)들이 그들과 함께 이라크를 다스리는 방안도 검토해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이 이라크 침공 결의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시의 이라크 침공 의지가 확고하다고 보았다. 미국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에 비판적 시각을 지닌 아난 총장은 캐나다 출신 측근인 루이스 프리헤트 사무차장에게 “후세인 체제가 무너진 뒤 유엔의 역할과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관련 보고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6인 예비조사팀이 작성한 60쪽 분량의 이 보고서의 골자는 “전쟁이 끝난 3개월 뒤 유엔이 가칭 유엔이라크원조기구(UNAMI)를 설립, 동티모르와 코소보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라크에 새 정부를 세우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이때 UNAMI를 이끌 인물로는 아프간의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 탄생에 관여했던 라크다르 브라히미(68·전 알제리 외무장관)가 꼽힌다.

이같은 유엔 사무처의 구상은 미국이 그리는 구도와 근본적으로 시각을 달리한다. 유엔이 전쟁 뒤 이라크 구호·재건에 초점을 맞췄다면, 미국은 전쟁 뒤 이라크를 군정과 민정으로 최장 2년간 통치하면서 그동안 이라크 석유자원, 이라크 재건사업 계약 등으로 실속을 챙기는 쪽에 맞췄다. 전후 이라크 구도에서 미국과 영국은 다소 입장 차이가 있다고 알려진다. 미국이 이라크를 한시적이지만 직접 통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반면, 영국은 전면에 나서기를 꺼린다. “지난날 영국 식민통치가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껄끄러운 세계의 눈길 때문이다. 전면에 나서기보다 석유이권 등 실속을 챙기자는 게 영국이 그리는 그림이다.

따라서 영국은 가능한 한 빨리 유엔이 이라크 사태에 개입, 전후 재건과정을 주도적으로 맡아주길 바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라크는 동티모르 같은 작은 나라가 아니다(이라크 면적은 동티모르의 33배). 유엔의 6인 예비조사의 보고서도 “유엔이 이라크 임시정권을 이끌어가는 것이 (영미) 점령군보다는 보기에 낫지만, 유엔은 이라크 행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벅차다”고 적고 있다. 따라서 유엔은 오스트리아 본회의(2001년 12월)를 열고 아프간 명망가들을 불러모아 아프간 과도정부 구성을 논의하도록 이끌었듯, 이라크도 같은 절차를 밟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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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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