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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고백

“DJ와 가깝다니까 안기부장은 면담 신청, 재벌은 돈다발 들고와”

탤런트 김수미가 살짝 엿본 정치인·기업인 그리고 뇌물

  • 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DJ와 가깝다니까 안기부장은 면담 신청, 재벌은 돈다발 들고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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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어떤 사람들이 찾아왔습니까.

“권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저명인사들이었죠.”

그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권력의 실세’로 오인해 치켜 세우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김대통령이 오라버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드라마 ‘전원일기’팀은 청와대 만찬에 초대받았다고 한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에 이어 ‘국민의 정부’도 전원일기 팀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당시 김수미씨는 ‘전원일기’ 팀과 함께 청와대에 초청을 받았음에도 마치 대통령 내외분이 자신만을 불러 청와대에 혼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주변사람들에게 말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왜 그런 거짓말을 했습니까.

“한마디로 재려고 그랬던 것 같아요(그는 일본말 ‘가오다시’라는 표현이 적합한 것 같다고 부연 설명했다). 사람들이 저를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어서 한번 재려고 그랬던 거지. 사람들이 권력 옆에 붙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무섭기 시작합디다. 저를 ‘측근’이라고 오인한 사람들에게 20년 전에 대통령을 만난 게 전부였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청와대도 전원일기 팀과 같이 들어갔는데 마치 저만 혼자 들어간 것으로 얘기했고, 주위 사람들이 ‘대통령과 전화통화는 자주 하느냐’고 물으면 전화통화를 한 적도 없으면서 ‘어제도 전화통화를 했다’는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옵디다.”



현금으로 거액 싸들고 찾아와

재벌기업 돈다발 소동도 이 무렵 일어난 일이라며 그는 씁쓸히 웃었다.

-돈은 얼마를 가지고 왔으며 청탁하러 온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거액이었고 모두 현금이었어요. 누가 얼마를 갖고 왔는지는 얘기할 수가 없어요. 그것이 몰고 올 파장을 생각해야죠.”

-돈은 받았습니까.

“아뇨. 그 자리에서 돌려보냈어요. 그때 그 사람에게 솔직히 고백했어요. 저는 ‘김대통령과 특별한 친분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이죠. 이러다간 큰일 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김대통령과는 20년 전에 만났을 뿐이고 지원유세를 했던 인연밖에 없다고 털어놨어요.”

-그런 청탁을 한 기업이 또 있었습니까.

“그 곳 한 군데뿐이었어요.”

권력과 가깝다는 소문이 나자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서’ 극진히 떠받들기 시작했다는 김수미씨.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져 거짓말까지 늘어놓게 됐고 ‘권력의 실세’가 된 듯한 행동하면서 본의 아니게 ‘권력의 맛’을 본 그는 스스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괴로웠다고 당시의 심경을 토로했다.

“저는 남을 속이기 위해서 헛방 치고 거짓말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권력자와 가깝다고 알려진 이후 자꾸 주위 사람들이 저를 권력의 실세로 떠받들면서 사람이 몰려들고 청탁이 들어오니까, 남편이 ‘너 그러다 칼맞아 죽어. 말조심하고 까불지 마’라고 충고하더군요. 결혼생활 30년 동안 제 사생활에 일절 간섭하지 않던 무던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까 맘이 꺼림칙했어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생기면서 잠자리에 들어서도 괴로웠고 남편이 ‘까불지 말라’고 아침저녁으로 잔소리를 해대는데 정말이지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렇게 사는 게 하도 답답하고 힘들어서 잘 아는 명상가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더니 그분이 ‘정상에 우뚝 서 있지 마라. 벼락 맞는다. 높은 담에 의지하지 마라. 언젠가는 그 담벼락에 깔려 죽게 된다’고 조언하더라고요.”

“대통령 아들들이 비리사건에 연루된 것도 주변사람들이 그렇게 만든 것 같다”고 말한 그는 “집 한 칸 없이 전세를 살고 있었거나 돈이 없었다면 줄 대달라며 가져온 그 돈다발을 받았을 것”이라고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제가 먹고 살만 하니까 그랬지, 쥐도 새도 모르는 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돈을 먹고, 먹은 값을 하려면 이러저리 쑤시고 다녔어야 할 텐데.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끔찍해요. 자의가 아니라지만 주변 사람들이 제가 권력의 측근인 양 행동하도록 몰고 가는데 어느 순간, 앞뒤가 모두 막혀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무서웠죠. 사람들이 저절로 붙기 시작하는데, 정말이지 그때 남편이 저를 말리지 않았다면 무슨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권력이라는 태풍 속으로 들어가 고통을 당했다는 그는 지난 16대 대통령선거 기간에 노무현 후보측으로부터 여러 차례 지원유세 요청을 받았지만 다시는 정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신동아 200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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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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