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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슈

회의는 춤추고 법안은 잠잔다

‘인간배아복제’ 8년 논쟁

  • 글: 김훈기 puset@donga.com

회의는 춤추고 법안은 잠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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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1월 미국의 생명공학회사인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러지(ACT)는 인간의 체세포와 소의 난자를 결합시켜 ‘키메라 배아’를 만든 후 꾸준히 비슷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ACT는 왜 ‘키메라 배아’를 만들었을까. 인간의 난자가 아닌 소의 난자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윤리문제 때문이다. 인간의 난자를 ‘불임클리닉용 시험관아기’를 만드는 일 외의 용도로 실험을 하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규제를 받는다. 화제의 주인공인 시벨리 박사는 바로 사회적인 비판을 최소화하는 방편으로 소의 난자를 사용한 것이다. 그는 이 ‘키메라 배아’가 32세포기 단계까지 분열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폐기시켰다.

그러나 인간배아복제와 이종간 핵이식에 대해 국내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불가(不可)’ 판정을 내리고 있다. 인간의 배아 역시 엄연한 생명체라는 인식 때문이다. 배아에서 세포덩어리를 떼어내 줄기세포를 만드는 과정은 생명체를 함부로 조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 실험을 위해 수많은 생명체(배아)가 폐기되는 일은 ‘살인’ 행위가 아닌가.

더욱이 인간배아복제는 단지 ‘배아’ 단계에서 실험이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개체’ 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즉 누군가가 복제된 배아를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한다면 ‘복제양 돌리’와 마찬가지로 ‘복제인간 아무개’가 등장할 수 있다. 진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클로네이드의 주장에 따르면 바로 이브의 탄생 과정에 해당한다.

그런데 최근 들려온 돌리의 사망 소식은 인간배아복제의 윤리적 측면 외에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실 인간배아복제는 모든 난치병에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선천적으로 유전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신체의 모든 세포는 유전적 결함을 안고 있다. 즉 환자 자신의 세포를 떼어내 복제할 경우 배아로부터 얻은 줄기세포 역시 동일한 유전적 결함을 갖게 된다. 이런 세포로 병을 치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인간배아복제는 후천적인 난치병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돌리의 죽음으로 인해 이 부분에 대한 가능성 역시 도전을 받고 있다.



돌리에게 핵을 제공한 엄마의 나이는 여섯 살. 즉 6년 동안 분화된 세포를 떼어내 복제를 수행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돌리의 탄생 초기인 수정란 상태는 정상적인 수정란에 비해 노화된 것이 아니겠는가. 만일 이 수정란을 배반포기까지 분화시킨 후 줄기세포를 추출할 경우, 그 줄기세포 역시 노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것이 아닐까.

2001년 과학기술부가 설립한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권혁찬 원장(봄여성병원)은 “복제된 수정란이 이미 어느 정도 노화가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이로부터 추출한 줄기세포 역시 분화가 진행됐을 것이므로 만능세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노인성 치매에 걸린 환자의 경우 몸의 세포는 상당 부분 노화됐을 것이다. 이 세포로 복제배아를 만들어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일이 과연 적합할까.

물론 인간배아복제가 야기할 안전성 문제에 대해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복제된 인간배아로부터 추출한 줄기세포에 대한 공식적인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세필 소장은 “최근의 우려는 돌리 하나의 사례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돌리가 탄생한 지 이미 6년이 지났으며, 그 사이에 세계적으로 복제기술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돌리의 결함을 복제기술 자체의 결함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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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훈기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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