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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적

동성애 살인이냐 미군 보호용 희생양이냐

이태원 美 여대생 살인사건

  • 글: 이정훈 hoon@donga.com

동성애 살인이냐 미군 보호용 희생양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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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살인이냐 미군 보호용 희생양이냐

사건 현장인 모텔방 103호 내부

제시카가 잔혹하게 살해된 변사체로 발견된 것은 그로부터 6시간 15분이 지난 18일 오전 8시쯤이었다. N바를 나와 103호로 돌아온 네덜란드 여학생은 붉은 꼬마전등만 켜놓고 샤워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 올라가 잠이 들었다가 이 시간쯤 깨어났다고 한다. 103호를 비롯해 교환학생들이 묵었던 모텔 방은 결코 큰 방이 아니었다.

에서 보듯이 2인용 침대가 하나 있고, 침대가 차지하는 넓이보다 약간 더 큰 공간에 경대와 TV 수신기가 있는 아주 작은 방이었다. 현관 옆에 있는 화장실도 매우 작았다. 벽도 얇아서 옆방에서 섹스를 하면 그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잠에서 깨어나 눈길을 돌리던 네덜란드 여학생은 침대에서 불과 1m도 떨어지지 않은 방바닥에 팬티조차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여자가 천장을 향해 반듯이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나신(裸身)의 여자는 머리를 방 쪽으로, 다리는 103호의 문을 향한 채 현관과 방을 나누는 문턱에 허벅지께를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스카프인지 옷가지인지를 덮어쓰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네덜란드 여학생은 이 나신의 여인에게 일어나라고 할 생각으로 다가가 머리를 가볍게 흔들다 이 여인이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기겁해 방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바로 옆방인 104호 문을 두들겼다.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카렌을 보고 “제시카가 보이지 않는다. 내 방에 웬 시체가 있다”며 울부짖었다. 이 말을 들은 즉시 카렌과 네덜란드인 남학생은 즉각 103호로 가보았다. 벌거벗은 여성이 온 얼굴에 피투성이를 한 채 옷가지 같은 것으로 얼굴을 덮고 바로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깜짝 놀란 네덜란드인 남학생은 101호와 102호를 두들겨 안에 있던 러시아 여학생과 핀란드인 남녀 학생을 나오게 했다. 그리고 모텔의 프런트로 달려가 전화로 경찰에 사건 발생을 신고하였다.

잔혹히 살해된 제시카



이 변사체가 바로 제시카였다. 잠시 후 인근 파출소에서 직원이 달려오고 용산경찰서 강력반이 달려왔다. 이어 서울경찰청 감식반이 나와 제시카의 시신과 제시카의 시신이 있던 103호를 샅샅이 살피게 되었다.

제시카는 눈을 뜬 채 숨져 있었는데 눈 주위를 포함한 얼굴은 수많은 가격으로 처참하게 뭉개져 있었다. 윗니가 부러져 있었고 오른쪽 귀는 2∼3cm 정도 찢어져 있었다. 살인자가 제시카의 안면부를 가격할 때 튄 피로 103호 벽과 방바닥엔 수많은 핏자국이 찍혀 있었다. 이러한 정황으로 봐서 제시카는 나체인 상태로 103호에서 무수한 가격을 당해 살해된 것이 분명했다.

수사는 과학이다. 강력사건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변사체부터 샅샅이 조사하여야 한다. 제시카의 시신을 최초로 검안한 의사는 ○○정형외과의 이아무개씨였다. 이씨는 제시카가 타살된 것으로 보았는데, 직접 사인(死因)은 뇌 손상과 경부압박상(頸部壓迫傷)일 것으로 추정했다. 경부(頸部)는 ‘목’이다. 즉, 누군가가 목을 강하게 눌러 상처를 입히고 숨을 쉬지 못하게 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경부압박상에 의한 사망이다.

경부압박질식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 교살(絞殺)이다. 교살은 끈 같은 것으로 목을 감고 조여서 죽인 것을 말한다. 교살된 시체의 목에는 끈이 감고 돌아간 ‘색흔(索痕)’이라고 하는 흔적이 남는다. 그러나 경부압박질식사를 당한 시신에는 색흔이 없고, 대신 목뼈 등이 골절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씨는 제시카의 목뼈가 골절된 것을 발견하고 경부압박상에 의한 사망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제시카를 숨지게 한 중간 선행 사인은 머리와 안면을 무수하게 때린 ‘두부(頭部) 및 안면부의 다발성 손상’일 것으로 추정했다(의사들은 항상 ‘추정’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판단을 밝힌다). 제시카의 아래턱은 부러져 있었는데 이씨는 이를 근거로 제시카의 안면부가 다발성 손상을 입었다고 적었다.

이어 제시카를 숨지게 한 선행 사인은 둔기에 의한 타격일 것으로 추정했다. 윗니가 부러지고 귀가 찢어지고 벽까지 피가 튀고 얼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짓이겨놓으려면 둔기에 의한 가격이 아니고선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 최초 검안의사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는 부검 등을 통해 보다 정교하게 제시카의 사인을 추정했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3월19일 제시카의 시신을 부검한 국과수 법의학과팀은 경부압박질식사 혹은 액사(扼死)로 숨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다. 경부압박질식사 중에서도 손 같은 것으로 목이 졸려 죽는 것을 액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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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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