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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수사, 국익 위한 건지 아닌지 판단 어려워”

서영제 서울지검장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SK수사, 국익 위한 건지 아닌지 판단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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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수사, 국익 위한 건지 아닌지 판단 어려워”

서영제 서울지검장은 “삼성 등 재벌고발사건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이 폭로한 도청 관련 문건이 원자료가 아니라 그것을 보고 따로 정리한 자료라면서요?

“아니, 그것도 확실히 모르죠. 수사를 더 해봐야 압니다.”

-도청이 기관 차원인지 개인 차원인지도 모르고요?

“아직 판단할 수 없습니다.”

-검찰간부들조차 국정원의 도청을 의식한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과장된 얘기입니다. 우리 사회에 도청 공포증이 널리 퍼진 탓인데 검찰엔 그런 것 없습니다. 우리가 도청당할 이유도 없지만 도청할 만한 시설도 없을 거예요.”

특수1부가 맡고 있는 ‘세풍’ 수사는 정치 공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사결과 서상목 전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지원을 요청받은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1997년 9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 회성씨와 공모해 대선 직전까지 23개 기업으로부터 166억3000만원을 불법 모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회창 전 총재는 ‘세풍’과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이회성씨 등 관련자들이 출두를 안 하고 있습니다.”

-강제로 구인할 수는 없습니까.

“안 돼요, 이미 기소가 됐기 때문에. 기소가 된 이후엔 강제로 구인할 수 없습니다.”

서지검장에 따르면 이회창 전 총재의 개입 여부는 이회성씨를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소환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조사가 힘들다는 것이다. 법논리대로야 맞는 얘기겠지만 일반인이 듣기엔 답답한 구석이 있다.

-참고인이 출두를 안 해 수사를 못한다… 검찰의 실력이 그 정도는 넘지 않습니까.

“추측수사를 할 순 없습니다. 근거를 갖고 해야지. 수사는 마술이 아닙니다.”

-정치권을 의식하는 건 아닙니까.

“지금 정치권을 의식할 이유가 전혀 없잖아요. 선거도 끝났고. 오로지 법적 관점에서 수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만 생각할 뿐 다른 고려사항은 없습니다.”

서지검장은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서면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수사 때 여권과 금감원 고위관계자 등이 직·간접으로 수사팀에 우려의 뜻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간섭이나 압력으로 비쳐질 만하지요. ‘세풍’ 수사와 관련해 한나라당에서 무슨 얘기는 없었습니까.

“없었어요. 부임한 후 수사와 관련해 외부로부터 전화 받은 적이 없습니다. 나는 이제껏 검사 생활하면서 외부로부터 청탁전화나 정치적 압력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도대체 왜 외압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원래 아는 정치인도 고위층도 없습니다. 대인기피증이라 할 정도로 바깥 출입을 안 합니다. 그래서인지 전화 같은 게 일절 없습니다.”

경제사정 고려해 수사해야

3월13일 부임한 서지검장은 취임사에서 ‘경제발전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검찰권 행사’를 언급하는 한편 기자간담회에서 “국가를 망하게 하는 기소는 할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재벌수사 유보’ 논쟁을 일으켰다. 노대통령과 여권 일각에서 SK수사를 못마땅해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이었다. 언론은 이를 ‘재벌수사 유보’로 해석했고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묻자 서지검장은 “사실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얘기”라며 탁자에 취임사를 펼쳐놓고는 길게 설명했다.

“그 문제는 내가 인터뷰에 응한 이유이기도 해요. 취임사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저는 원칙을 얘기했을 뿐입니다. 검사가 수사하고 기소할 때는 가능한 모든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는. 국익이라든가 국가경제의 균형발전이라든가 서민의 고충이라든가 이 모든 걸 고려해야 합니다.

형법에 규정된 ‘양형의 조건’에 따르면 형을 결정할 때는 범행동기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것을 수사할 때도 원용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1원짜리라도 죄가 되면 무조건 기소하는 단세포적 사고방식은 법정신에 맞지 않아요. 예컨대 어떤 사람이 10억 사기를 쳤다고 합시다. 그런데 구속하려 보니까 언제 죽을지 모르는 말기암 환자란 말입니다. 주변 정황을 일절 생각지 않는다면 무조건 구속해야겠지요. 10억이니까. 그러나 내일 죽을 사람을 구속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국가도 마찬가지거든요. ‘국가를 망하게 하는 기소는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예컨대 외환위기 등으로 경제가 아주 안 좋은 상태에서 대기업 관련 수사를 잘못하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런 수사는 주변 상황을 봐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수사와 기소를 하기 위해선 시대 상황과 경제사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SK수사가 국민의 공감대를 얻었느냐 못 얻었느냐를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형사9부(SK수사팀)가 재벌기업의 분식회계를 적발한 것은 대단한 개가입니다. 분식회계를 적발했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재벌기업들이 분식회계를 하지 않는다면, 국익을 위한 수사로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 경제가 어렵고 제2의 외환위기가 온다고 하는데 재벌수사를 해 그 기업이 망하고 외국자본이 다 빠져나간다면, 그건 국익을 해치는 수사가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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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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