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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민주화운동 전위대에서 참여정부 개혁 선봉대로

민변

  • 글: 김진원 법률신문 취재부장 jwkim@lawtimes.co.kr

민주화운동 전위대에서 참여정부 개혁 선봉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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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민변이 그동안 거둔 성과는 무엇일까. 먼저 민변의 활동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강령부터 살펴보자. 목적을 정하고 있는 민변 회칙 2조에 따르면 ‘이 모임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연구, 조사, 변론, 여론형성 및 연대활동 등을 통하여 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한 내용이다. 변호사법 1조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변호사의 사명’이라는 제목으로 첫째 항에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기본적 사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간과해선 안 될 커다란 의미가 담겨 있다. 변호사의 본질, 존재 이유에 관한 고민이다. 이와 관련, 임종인 부회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변호사는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 모토다. 그러나 대개는 그렇게 살지 않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변호사법 1조에 가장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 민변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면서 그는 “일제시대 지식인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했나. 또 1970∼80년대는 어떤가”라고 되물으며 “그 시대 과제를 충실하게 이행하려는 사람들이 바로 민변 변호사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민변 회원들 중 상당수는 시국사범을 변론하고 악법 개폐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민주화라는 우리 사회의 근본 과제를 외면하지 않고 그 실현을 위해 싸워왔다. 민변의 주된 변론대상이 노동자와 농민, 도시빈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나 소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란 점만 봐도 민변 또는 민변 변호사들이 어떻게 활동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93년 2월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많이 줄어들긴 했으나 민변이 그동안 관여한 시국사건 변론 활동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1990년 10월의 ‘남한사회주의노동당동맹(사노맹)사건’, 1990년 10월 윤석양 이병이 폭로한 보안사 사찰사건, 1991년 4월 명지대생 강경대군 치사사건, 1991년 5월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군내 부정투표를 폭로한 이지문 중위 사건(1992년 3월) 등이 대표적인 것들로 특히 6공 후반기에 큰 사건이 많았다.

변론활동만이 아니다. 민변 활동의 개혁성은 오히려 회칙 2조에도 명시돼 있는 연구, 조사 및 여론형성, 연대활동 등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나중에 의견서가 책으로 출간되기도 한 악법개폐운동이 대표적이다.

1989년 1월 국가보안법 등 반민주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되는 10여 개의 법령을 대상으로 민변 변호사들이 나눠 맡아 연구한 끝에 의견서를 작성, 발표했다. 한승헌, 이돈희, 황인철, 최영도, 고영구, 안영도, 김동현, 백승헌, 박원순, 김선수, 유남영, 윤종현, 김갑배, 이상중, 정미화, 조용환, 김형태, 김원일, 이석태, 안상운 변호사 등이 의견서 집필과 검토에 참여한 변호사들이다.

주요 사건이나 인권유린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활동도 했다. 또 창립 초기에는 재야민주운동단체들의 연대 제의에 신중하게 반응했으나 점차 이들과 폭넓은 연대활동을 벌였다. 현재 민변의 활동범위는 법조 개혁 주장은 물론 국제활동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간첩사건 변론 고민

정법회 시절부터 핵심적으로 관여해 왔으며,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로 있는 박원순 변호사는 “민변은 법률가단체로서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크게 이바지해왔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민변도 그동안 굴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정사건의 변호 여부를 놓고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는 등 노선 갈등도 없지 않았다.

1992년 9월 적발된 황인오 등이 관련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과 김낙중씨 등이 연루된 간첩사건이 단적인 예다. 이 두 사건에서 조선노동당에 가입해 간첩활동을 한 사람을 민변의 이름으로 변론하는 게 타당한가를 놓고 내부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이 문제를 표결에 부친 결과는 참석자 38명 중 가21, 부15, 기권 2명. 그러나 민변 집행부는 이같은 사건을 변론하기 위해서는 회원들간 완전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에 따라 민변은 공식 수임을 하지 않고, 회원 변호사 중에서 희망자를 알선했다. 결국 이 사건들은 민변 회원이 개별적으로 맡아 변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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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원 법률신문 취재부장 jwkim@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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