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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계획도시를 가다 ①|호주 캔버라

지역통합에 성공한 행정수도의 모범

  • 글: 김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des@donga.com

지역통합에 성공한 행정수도의 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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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통합에 성공한  행정수도의 모범

벌리그리핀 호수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

캔버런의 40%는 공무원이다. 이들은 국회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등에서 일하고 있다. 국방산업과 정보통신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고학력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금수준은 호주의 다른 어느 곳보다 높다. 하지만 임금수준이 높은 만큼 세금도 많이 낸다. 호주 남단 태즈메이니아주의 경우 1달러 세금을 내면 4달러만큼 돌려받는다. 캔버라에서는 1달러 세금을 낼 경우 70센트만 돌려받는다고 한다.

이런 높은 세율에 거부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방정부는 이를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 캔버라에서는 다른 주보다 대학진학 비율이 높다. 대학교육의 수준도 높다. 캔버라에서는 주거비용도 적게 든다. 물가도 시드니 등 대도시에 비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싸다. 생계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높은 세금에도 주민들은 큰 불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탈리아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분명 캔버라의 소득이 다른 도시보다 높다. 소득의 40% 가량을 세금으로 내지만 내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싼 비용에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손해 보는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표현이 ‘commonwealth(공익)’다. 골고루 잘사는 나라가 호주의 건국이념이다. 호주 전체적으로 이 이념이 잘 지켜지고 있지만 캔버라는 이 이념에 가장 충실한 도시다. 시드니만 해도 슬럼가가 있고 빈부의 격차가 심하지만 캔버라에는 슬럼가도, 심각한 빈부격차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24시간 개방된 국회의사당

이런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캔버라에서는 모든 행정업무에 주민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한다. 자기 집의 나무를 벨 때도 이웃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최근 캔버라 시당국은 도시발전계획을 내놓으면서 2010년까지 인구 40만의 도시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거센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곳 어디에 10만명을 더 수용할 공간이 있느냐”는 게 반대의 이유. 현지 언론에는 이런 주민들의 의견이 활발히 실리고 있다.



캔버라의 힘은 투철한 경영마인드를 갖춘 공무원들의 경쟁력에서도 나온다. 캔버라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조형물이 국회의사당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사당과 달리 캔버라의 국회의사당은 24시간 개방돼 있다. 누구라도 국회의사당에 들어갈 수 있고 몇 시간이고 머무르며 의사당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

지역통합에 성공한  행정수도의 모범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있는 수도 캔버라의 또 다른 상징 전쟁기념관. 이곳에는 건국 이후 호주군이 참전한 모든 전쟁기록과 관련 기념물이 보관, 전시돼 있다.

의사당은 그 자체로 독립된 전시관이다. 상하 양원인 호주 연방의회의 역사가 한자리에 모여 있다. 역대 국회의장과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초상화가 빼곡히 걸린 복도를 지나노라면 짧지만 만만찮은 저력을 지닌 호주라는 나라를 실감할 수 있다.

일반인들도 국회 부속건물은 물론, 비회기중에는 국회의사당도 빌려 쓸 수 있다. 국회의사당에서 결혼식도 하고 돌잔치도 할 수 있다. 동창회나 친목모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어떤 경우든 대여료를 내야만 한다. 이처럼 호주에는 권위주의 대신 실용주의가 공무원의 확고한 철학으로 자리잡고 있다. 행정수도 캔버라의 저력은 이처럼 실력 있는 대학과 민주적 소양을 갖춘 시민, 그리고 경쟁력 있는 공무원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 도시에도 허점은 있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집단의식, 위기의 순간 극적인 반전의 힘을 발휘하게 하는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다는 게 캔버런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워터포드 국장은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사람들이 호주의 여러 도시에서 오다 보니 공동체의식이 희박하다는 것이 문제다. 거리에서 활기차게 서로 어울리는 대신 일을 마치면 집에만 머무는 것이 일반적인 이곳 주민들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공통체 의식은 동고동락(同苦同樂)하고 있다는 유대감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캔버라도 자연스럽게 캔버런만의 독특한 공동체의식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워터포드 국장은 “지난해 여름 산불이 심하게 났을 때 모금운동이 활발히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서로 돕고 사는 연대의식이 생겨난 것 같다. 이제 시작이다. 인간미가 부족하다는 단점은 캔버라가 더욱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환경친화적인 도시라지만 캔버라에도 선진국형 사회문제는 있다. 마약 등 청소년들의 탈선은 이곳에서도 골칫거리다. 특히 젊은 남성의 자살률이 높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곳 사람들은 “젊은이들의 목적의식을 자극할 만한 직업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그 원인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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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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