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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취재

“현대 분식회계 추궁해 남북정상회담 대가성 입증”

‘묘수’ 찾는 대북송금 특검

  • 글: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oon@donga.com

“현대 분식회계 추궁해 남북정상회담 대가성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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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특검 주변에서는 진작부터 현대의 계좌와 장부를 조사해 현대의 돈이 김대중 정부 실세들에게 흘러들어 갔는지의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북송금 특검법은 특검은 검찰로부터 검사 세 명을 지원 받을 수 있고 기타 검찰이나 경찰·금감원 등에서 최고 15명의 공무원(수사관과 계좌추적 전문가)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특검팀은 16명의 특별수사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특검은 이용호 게이트 수사에서 실력을 발휘한 검찰의 이모 수사관과 계좌 추적의 1인자로 불리는 전직 검찰 수사관인 임모씨 등을 채용했다.

현대가 김대중 정부 실력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면 그 돈은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특검의 일차 수사는 현대가 조성한 비자금을 밝히는 데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현대의 분식회계가 드러날 수가 있다.

최근 시민단체의 폭로로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난 SK는, 채권단이 채권 회수에 나섬으로써 위기를 맞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채권단이 채권회수에 나선다면 ‘가뜩이나 허약한’ 현대는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염려 때문인지 현대는 오히려 특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대아산의 김윤규 사장 등은 어느 은행을 통해서 송금했는지 등을 상세히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특검팀이 현대의 모든 장부와 계좌를 뒤짐으로써 분식회계 사실이 포착될 것을 염려한 현대측이 방어적인 협조를 하는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그러나 현대는 대북송금은 경협 차원이었고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는 아니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특검은 현대의 분식회계 사실을 포착해 ‘현대그룹이 해체되도록 하겠다’며 압박을 가하지 않는 한 현대로부터는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돈을 보냈다는 진술은 받아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대출은 처벌될 것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대출이 적법했느냐의 문제이다. 현대상선은 일시당좌대월로 대출을 신청했는데, 일시당좌대월은 기업 운전자금으로 지원되는 초단기 대출금이다. 쉽게 설명하면 일반인들이 많이 갖고 있는 ‘마이너스 통장’과 유사한 것이다.

현대는 대출한 4000억원 중 2235억원은 북한에 보내고 나머지 1765억원 중에서 1500억원 가량은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현대건설의 기업어음(CP)을 사주는 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북송금이나 CP 매입으로 사용된 돈을 기업의 운전자금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대출을 허가한 산업은행 관계자들은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 이들에게 적용될 죄목은 ‘업무상 배임’.

특검은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을 결정한 산업은행 관계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할 때에도 수색영장에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다고 기록했었다.

특검의 수사가 김대중 정권의 실세들은 놓치고 대출에 관계된 산업은행 관계자만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몸통은 빠져나가고 꼬리만 잡았다’는 비난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기소된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대통령의 지시를 받게 돼 있다. DJ를 비롯한 김대중 정부의 실세들이 시켜서 대출을 결정했다”고 주장한다면, 법원은 이들에게 적용된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꼬리만 기소했는데 그마저 무죄 판결이 나왔다’며 특검 수사의 허술함을 비난하는 여론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현대, 대가는 부인 송금 수사는 협조

한국은행법에는 같은 그룹에 포함된 회사들은 그 그룹 자본금의 25% 이상을 대출받을 수 없다는 ‘동일인 여신한도’ 규정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있기 전 현대그룹은 왕자의 난을 겪으며 심각한 재정위기를 맞았다. 그로 인해 계열사 곳곳이 대출을 받아 연명을 했는데 2000년 5월 현재 현대그룹은 동일인 여신한도를 넘어서 있었다. 따라서 6월7일 산업은행에서 4000억원을 대출받은 것은 동일인 여신한도 규정을 어긴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들은 동일인 여신한도 규정을 어긴 데서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로 살펴볼 것은 2235억원의 대북 송금 과정이다. 6월7일 현대상선은 산업은행 본점 영업부(1000억원)와 구로지점(1000억원), 여의도지점(2000억원)에서 4000억원을 일곱 장의 수표로 인출했다. 그리고 돈세탁을 하듯 이 수표를 여러 금융기관에 돌려 잘게 쪼겠다가 합치는 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6월9일 국가정보원 직원이 배서한 액면가 합계액 2235억원인 26장의 수표가 외환은행 본점 영업부에서 북한으로 송금되었다.

여기서 왜 현대상선의 돈을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들고 왔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 부분에 대해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임동원씨는 송금 편의를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대가 이 돈을 국정원에 주었다고 주장한다면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성의 돈’으로 정의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는 송금을 의뢰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특검을 난감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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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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