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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에너지 협력체’로 ‘퍼주기’ 비난 잠재운다

베일 벗는 ‘노무현식’ 대북지원 카드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동북아 에너지 협력체’로 ‘퍼주기’ 비난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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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에너지 지원을 둘러싼 관심의 또 한가지 초점은 ‘과연 어떤 에너지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부분.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전력, 천연가스, 석유 등 종류별로 토론이 진행됐다는 것.

천연가스의 경우는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와 극동의 야쿠츠크, 사할린 등에서 북한, 한국, 일본까지 가스관을 연결하는 방안이 거론되었다. 전력의 경우는 극동러시아의 조력자원, 시베리아의 수력자원을 활용하거나 연해주 지역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해 송전선을 끌어들이는 모델이 제기됐다. 석유의 경우는 국가 간의 송유관 연결보다 공동구매 및 비축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방안들은 대부분 러시아를 공급자로, 나머지 국가들을 소비자로 삼는 구도다. 때문에 구체적인 방안 역시 러시아가 주로 제안하는 형식이었다.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측은 정부기관 뿐 아니라 시베리아 가스관에 대한 개발권을 갖고 있는 가즈프롬, 극동지역 전력을 맡고 있는 보스토크에네르고 등 관련기업의 임원들도 참석해, ‘수요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고 한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이미 한·러 간에 상당히 논의가 진전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르쿠츠크 가스관 방안(208쪽 관련기사 참조). 이 지역에 천연가스전을 갖고 있는 영국의 BP(the British Petroleum)와 우리측 사업자인 7개 민간기업 컨소시엄이 합의를 이루는 경우, 이번에 구성된 협력체가 그 실행과정을 맡게 될 것이라고 산자부 관계자는 말했다.

북한 입장에서도 이르쿠츠크 사업은 초미의 관심사.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 참석한 북한 대표들은 초반 내내 “어떤 사업이든 가능한 한 빨리 추진하자”는 입장이었다. 이르쿠츠크 사업의 경우 가스관이 북한지역을 통과할 것으로 판단했던 북한 당국은 우선 건설과정에서의 고용유발과 함께 향후 고정적인 천연가스 수급, 이를 이용한 발전소 건설 등에 기대를 걸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북한지역 대신 서해 해저통과가 더 경제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이번 회의에도 유럽 기술진이 참석해 가스관 해저통과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북한측은 회의 후반에는 기술적으로 해저통과가 쉽지 않은 전력 연결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와 함께 전력 연결이 가스관에 비해 짧은 시간 안에 실행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도 한시가 급한 북한측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러시아 극동지역을 방문했던 북한 조창덕 부총리는 러시아 측에 ‘연해주~북한간 40만㎾ 전력교환’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지난해 말 러시아 민간기업으로부터 소규모 전력을 공급받기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북한의 에너지 수급사정은 1989년과 비교할 때 33%선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이 정도면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폭동이 일어났을 수준이라는 것이다. 북한 정부는 향후 3~4년 내에 이를 1989년의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당면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 과정에서도 북한은 비공식적으로 우리측 대표에게 탄광 현대화, 디젤유 공급, 전력기술 현대화, 전력망 정비사업 등 ‘임시방편용’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오래 걸리는 것이 오히려 장점”

일각에는 이러한 에너지 협력방안이 북한의 핵포기 등 구체적인 문제해결을 유도하는 ‘당근’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 사업 자체의 경제성을 검토해 투자를 유치하고, 가격, 세금, 이윤분배 등 ‘소프트웨어’에 합의한 뒤, 가스관이든 송전선이든 ‘하드웨어’를 연결해 실제로 에너지를 제공하기까지 최소한 2~3년, 길게는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안보연구원의 이동휘 연구실장은 “그러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적인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북핵문제만 놓고 봐도 앞으로 협상과정이나 핵폐기를 검증하는 작업에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하리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준비기간이 필요한 에너지 협력의 메리트가 더 커진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진행상황을 조절해가며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제네바 합의에서 제공된 ‘당근’이었던 KEDO의 경수로 지원도 역시 장기 프로젝트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다자간 에너지협력체는 KEDO식 해결을 좀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라 해석하면 된다.”

한편 이실장은 “노무현 정부가 다자간 에너지협력을 대북지원 방안으로 검토하는 것이 혹 반대진영의 ‘대북 퍼주기’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실제로 그런 효과가 있다 해도 사업 추진과정에서 생기는 ‘부수적인 효과’로 보는 것이 옳다. 노무현 정부가 오로지 비난이 두려워 다자 틀을 추진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자간 에너지 협력 틀을 이용한 대북지원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가장 민감한 것은 북한을 둘러싼 정치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 사업의 진척과 관련 국가들의 뜻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 5월12일로 예정돼 있던 관련회의가 취소된 일련의 과정은 이러한 한계를 잘 보여주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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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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