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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과 서울 개조론

건축가 김석철 교수의 대연구

  • 글: 김석철 명지대 교수

청계천 복원과 서울 개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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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과 서울 개조론

내청계천, 외청계천, 한강의 수리체계

교통문제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수리체계의 문제다. 도시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의 흐름이라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물의 흐름이다. 도시의 발전은 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도시는 물이 있어야 세워지고, 물을 버릴 수 있어야 지속된다. 템스강이 없는 런던이나 센강 없는 파리는 상상할 수 없다. 베이징이나 베를린같이 강변도시가 아닌 경우에도 도시 곳곳으로는 하천과 지류가 흐른다. 물의 흐름이 도시입지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21세기 도시인 라스베이거스나 실리콘밸리도 예외가 아니다.

도시와 물의 상관관계를 가만히 살펴보면, 보행중심의 도시에서는 물의 흐름이 도시 기본구조의 틀을 이루지만 자동차중심의 현대도시에서는 물의 흐름이 도로에 부속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역사도시 서울에서도 자연의 질서인 물의 흐름이 인간의 질서를 이끌었다. 조선시대 서울의 도면을 보면 자연의 흐름인 물길과 인간의 흐름인 도로가 혼연일체가 된 것을 볼 수 있고, 청계천과 나란한 종로가 도시의 중심가로가 되어 도시의 기본질서를 만든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물의 흐름은 단순히 물을 얻고 버리는 도시의 하부구조로서 뿐 아니라 도시문명의 상부구조인 문화 인프라로서도 큰 역할을 해왔다. 런던의 템스강, 파리의 센강, 베네치아의 그랑카날레 등은 모두 도시의 하부구조이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한 도시의 공공공간이다.

정도 당시의 도시원리였던 풍수지리에 입각해 살펴보면 청계천은 도성 안의 기를 진작하는 ‘내청룡’의 역할을 해야 할 내수다. 그러나 조선왕조 500년 동안 청계천이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계천은 파리의 센강이나 런던의 템스강처럼 도시의 하부구조와 상부구조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보다는, 도심지역의 주배수로 역할만을 담당하던 개천이었다. 영조 때 내청룡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시도한 적도 있지만 그 뜻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물을 ‘얻는’ 강이 아니라 물을 ‘버리는’ 개천이었으므로 청계천은 다른 역사도시의 중심하천과는 다른 양상을 띄게 됐다. 도성 전체에서 물이 나오고 사방에 지천이 있는 서울에서, 청계천은 상류의 물을 이어가는 강이 아니라 사방의 물이 모여 흐르는 도시하천이었다.



청계천을 새로운 공공공간으로서의 ‘문화 인프라’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번 복원사업의 목적이라면, 청계천의 하드웨어라 할 수 있는 외형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라 할 청계천의 ‘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청계천에 흐를 물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도심 한가운데로 흐르는 물은 그 자체가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이루는 문화 인프라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청계천은 한강이 아니다. 청계천은 도시를 관통하는 강이 아니라 도성 안의 물이 모여 흐르던 개천이다. 따라서 청계천의 수리체계도 당연히 원래의 수계를 회복해 도성 안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당연히 청계천 복원은 지천의 복원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고, 복원된 청계천은 도성 안에 내린 빗물이 모여들고 도성 안에서 솟은 물이 모이는 곳이 되어야 한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방안은 하루 10만 톤에 가까운 물을 도성 바깥에서 끌어와 흐르게 하는 형태다. 이는 자연을 거스르고 자연의 흐름에 역류하는 방안이다. 도성 안의 물만으로는 수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사대문안의 지하수와 강우량을 감안할 때 운하 형식이면 큰 무리 없이 물의 순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계천 전체를 여러 개의 운하가 단속적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도시의 일상에 청계천 복원의 철학이 살아 숨쉴 수 있을 것이다.

청계천이 복원되면 주변지역은 전혀 다른 땅이 된다. 복개도로와 고가도로에 의해 차단되었던 땅이 도시 한가운데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사대문안 청계천 주변은 이미 도시형 산업지구가 된지 오래며 나름대로 치밀하게 구성된 도시조직으로 그물같이 엉켜 있는 산업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세운상가, 방산시장, 평화시장, 동대문시장, 동대문 패션몰에 이르는 산업 클러스터는 비록 영세한 규모의 시민자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대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중심 업무지구보다 서울경제에 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구조직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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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석철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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