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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심화되는 한미 갈등, 시민사회 네트워크로 풀자

한국에선 반미론, 미국에선 혐한론

  • 글: 임현진 서울대 교수·정치사회학

심화되는 한미 갈등, 시민사회 네트워크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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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되는 한미 갈등, 시민사회 네트워크로 풀자

월남 여성이 주월 한국군에게 꽃다발을 걸어주고 있다.

미국 부시 정권은 북한을 ‘불량국가’로 불신하고 있다. 남한이 김대중 정권아래 대북 햇볕정책을 간단없이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부시 정권은 한국의 의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어왔다. 미국은 김대중 정권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불거진 대북 뒷거래 의혹과 관련, 한국을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햇볕정책이 핵 개발에서 보듯 전체주의 북한 정권의 수명을 연장시켜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워싱턴 정책서클에서 ‘혐한(嫌韓)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무현 새 정부에 대한 부시 정권의 ‘좌심(左心) 판정(?)’도 바로 이 ‘혐한’에 기인한다.

한국인은 계층에 따라 미국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한미관계에서 혜택을 입고 그것을 앞으로도 소중히 지켜나가기를 바라는 국민이 있는가 하면 저간의 한미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국민도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한국인이다. 민주화 시대의 한국정부는 누가 지도자가 되건 이러한 여러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한미관계에 명암이 있듯이 우리는 과거를 장밋빛으로 미화하거나 미래를 잿빛으로 투시할 필요는 없다. 한미관계에서 신화를 대신해야 할 것은 현실이지 또 다른 동화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을 일방적인 걸림돌로 여기는 민족공조나 미국을 무조건적인 디딤돌로 보는 한미공조는 똑같이 논리의 비약에 의한 현실 왜곡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미국은 구세주가 아니다. 미국도 하나의 국가이다. 그러나 초강대국이다. 이제는 지구제국(global empire)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오랜 한미관계의 역사로 인해 우리는 미국을 잘 안다고 막연히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미국 하면 좋은 나라, 강한 나라, 부자 나라라는 관념이 일부 국민에게 심어져 있다. 미국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이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미국의 빛과 그림자를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 세계에서 자유와 평화의 상징으로 그려져 있는 미국. 그러나 그 배후에 침탈과 정복의 어두운 면이 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이 미국으로 독립하기까지 프랑스, 스페인, 영국과의 전쟁이 있었다. 독립전쟁의 정당성은 그렇다 치고, 멕시코와의 전쟁은 오늘의 텍사스,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세 주가 말해주듯 땅 빼앗아먹기에 다름 아니었다.

미국이 초강대국이 되기까지 백인들에 의해 수많은 인디언 원주민, 흑인 노예, 여러 소수 인종, 하층 계급, 제3세계의 민중이 희생됐다. 자유와 평등의 이상 아래 삼권분립, 연방주의, 지방자치가 보장된 ‘생동하는 민주주의의 대표적 나라’치곤 억압과 차별의 흔적이 매우 심하다. 건국 이래 미국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라는 큰 지향 아래 체제를 유지해왔다.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양당제도의 맥락에서 구현되고 있는 그러한 이념적 차이는 국내외 정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러나 봉건주의와 사회주의의 전통이 없는 미국에서 자유주의나 보수주의는 통합적 이론체계를 갖고 있지 않다. 보수적 자유주의처럼 개인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인간복지보다 시장경제를 선호하는 자유방임적 분파도 있고, 진보적 자유주의와 같이 재산권보다 인간의 권리와 평등을 강조하는 민중적 입장도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활동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주장하는 전통적 보수주의의 유기체론적 시각도 있고, 자유적 보수주의처럼 다른 개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인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세속적 관점도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200년밖에 안 된 짧은 역사의 경험으로 인해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좌우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확고한 노선과 강령을 갖고 있지 않다. 뉴딜을 부르짖은 루스벨트 대통령 시기에 민주당의 자유주의 정책이 만개했다면, 신보수주의의 효시인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공화당의 보수주의 정책이 개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서민의 정당=민주당, 상층 정당=공화당이라는 도식은 옛 일이다. 특히 대통령선거에서 두 정당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성, 인종, 종교, 지역, 계층의 차이 없이 다양한 정책을 내거는 중도 통합적(catch-all) 경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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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현진 서울대 교수·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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