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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는 왜 실패했나

막오른 ‘힘의 정치’, 무너진 주권평등 원리

  • 번역·정리: 이남희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irun@donga.com

유엔 안보리는 왜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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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초국가주의를 거부한다. 미국의 입장에선 예산을 제한하고 통화를 통제하거나 군대가 게이들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에 국제체제가 관여하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유럽 국가들에선 EU(유럽연합)와 같은 초국가적 기구에 의해 정기적으로 결정된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자신의 저서에 “미국은 국가 자체보다 우위에 있는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썼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민주적 적법성을 국제 공동체의 의지에서 비롯된 흐름이라고 본다. 그리하여 유럽인들은 미국이 ‘저주’라고 여기는 주권 간섭을 편안하게 따를 수 있는 것이다. 무력사용을 제한하는 안보리의 결정은 단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유엔의 위상을 실추시킨 의견 불일치의 또 다른 원인은 국제적 규정이 만들어져야 할 시점과 관련이 있다. 미국인들은 교정적 법을 선호한다. 그들은 가능한 한 열린 경쟁의 장을 좋아하며 자유 시장이 실패했을 때만 규제를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반대로 유럽인들은 시장의 실패가 닥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규제를 선호하는 편이다. 유럽인들은 궁극적인 목표를 확인하기 좋아하며 미래의 어려움을 예상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막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특성은 유럽인이 안정성과 예측성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개혁과 순간적인 혼란을 편안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도의 기술과 통신 산업이 발달한 이 시기에 대서양을 가로지르며 드러나는 두 대륙의 판이한 반응은 그들의 정신에서도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무력사용에 대한 뚜렷한 차이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유엔의 시스템을 무력하게 만든 것은 ‘무력사용에 있어 유엔의 규정을 따를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각 국가의 태도 차이였다. 1945년 이후 꽤 많은 국가들이 결정적 순간에 유엔헌장을 위반하며 무력을 사용해 왔다. ‘국가가 법규를 지킬 것인가’를 의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북한이 미국과 휴전협정을 체결하고 계속 이행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할 것이다. 이 규정은 유엔헌장의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그러나 아무도 평양을 달랠 수 있다고 확신하진 않는다.

유엔헌장은 켈로그 브라이언드 조약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1928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주요 국가들이 전쟁을 국가 정책의 수단으로 삼지 말자는 내용의 조약을 체결했다. 외교 역사가 토마스 베일리는 이 조약이 “환상에 빠진 기념물이며 기만적일 뿐 아니라 위험하고 대중을 거짓된 안보 의식에 빠지게 했다”고 말한다. 한편 요즘은 어떤 이성적 국가도 “유엔헌장이 안보를 지켜줄 것”이라고 혹세무민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명백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제 변호사들은 이라크 위기에 직면해 유엔의 지위에 공포를 가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 미국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 며칠 전인 3월2일, 앤 마리 슬로터(미국 국제법학회 대표)는 “오늘날 일어나는 일들은 유엔 설립자들이 정확히 관찰했던 것이다”라고 썼다. 다른 전문가들은 유엔 헌장의 법규들이 여전히 의무사항으로 간주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각국이 ‘유엔 헌장에 명시된 무력 사용 규정이 더 이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선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의 실천 자체는 ‘국가가 유엔 헌장을 구속력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가 된다. 사실, 어떤 국가도 오래된 규칙이 사멸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함으로써 법규의 변화를 받아들이진 않았다. 국가는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불필요한 대립을 피한다. 국가들은 켈로그 브라이언드 조약이 더 이상 좋은 법이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적이 없다. 동시에 어떤 국가도 그것을 좋은 조약이라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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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정리: 이남희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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