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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에 짓눌린 ‘강남 특구’ 초등학생 24시

엄마는 ‘매니저’, 先行학습은 필수 그들만의 ‘로열서클’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사교육에 짓눌린 ‘강남 특구’ 초등학생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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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이들은 국어, 제2외국어, 역사, 과학이론 및 실험 등 주지 과목은 물론 피아노, 발레, 장구, 성악, 축구, 농구, 스케이트, 수상스키, 승마 등을 배우는 데도 열심이다.

대치동에 있는 F과학전문학원 실험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 6명이 하얀 가운을 입은 채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실험 주제는 “드라이아이스의 원리는 무엇인가”. 1주일에 2시간씩 이론과 실험 수업을 한다는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세 달에 한 번 겨우 실험을 할 수 있어요. 게다가 각 조마다 참가 인원이 많아 조장들만 제대로 실험에 참가할 수 있고요. 하지만 여기서는 배우는 내용 모두 직접 실험할 수 있어요. 무척 흥미롭죠. 또 미리 배우면 학교 실험시간에도 내가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 좋고요”라며 매우 만족해했다. “영수 학원도 다니느냐” 물었더니 대다수 아이들이 “당연하죠. 국어도 배워요”라고 대답했다.

실험과정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개설돼 있고 중학교 진학을 앞둔 5∼6학년 과정이 가장 인기다. 초등학생들만 300여 명이라는 것이 학원측 이야기.

또 대입에서 면접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토론, 철학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 철학연구소에서 철학 및 토론을 배우고 있다는 초등학교 2학년 강모양의 어머니 송모씨는 “보통 우리들끼리 팀을 짜서 원하는 날짜를 정하면 선생님이 방문해서 철학 및 토론 수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수업은 1주일에 한번,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다고.

어린이 토론 프로그램 ‘주니어 플라톤’에서 7세부터 12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방문 토론 교육을 하고 있는 정모(25)씨는 “아이들이 너무 바빠 조금이라도 늦게 시작하거나 늦게 끝낼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학원이나 과외수업을 13개나 하는 아이도 봤어요(웃음). 초등학교 저학년은 학교수업이 끝난 후 보통 오후 6∼7시까지 학원 수업을 들어요. 5∼6학년의 경우 밤 10시까지 공부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이렇게 촘촘히 스케줄이 짜여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시간이 어긋나면 큰일나죠.”

한달 사교육비 100만원 안팎

이렇게 여러 개 학원을 다니는 아이의 한 달 사교육비는 얼마나 될까. ‘학원이냐’ ‘개인 과외냐’ ‘그룹 레슨이냐’에 따라 교육비가 차이가 나는 까닭에 전체 평균을 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학원 수강료가 보통 과목당 12만원에서 20만원선, 그리고 한 아이가 기본 5∼6개 학원을 다닌다고만 가정해봐도 한 달 사교육비가 100만원 안팎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단순 추정치일 뿐이고 실제로 20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쓰는 사람도 강남에는 비일비재하다. 2001년 교육인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 지역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전국 평균의 2.6배 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사교육비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방학이라는 특수 상황이 있기 때문.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사는 동민이(10·가명)는 지난 겨울방학 내내 혼자서 놀아야 했다. 친한 친구들이 모두 호주나 뉴질랜드 등지로 영어캠프를 떠났기 때문. “엄마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는 동민이 엄마는 이번 여름방학 때 동민이를 영국으로 영어캠프를 보내기로 했다.

최근 강남에서는 방학 때 3주 동안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로 영어캠프를 보내는 것이 대유행이다. 영어캠프는 현지 공립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듣고 외국인 가정에서 ‘홈 스테이’를 하면서 현지 문화도 접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로 초등학교 3∼4학년생이 많이 참여한다.

“3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영어가 늘 수 있냐”는 질문에 한 유학원 관계자는 “상당수 아이가 두세 번씩 영어캠프를 다녀오는데, 그러면 확실히 영어가 많이 는다. 또 현지 공립학교에 3개월 이상 전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인기”라고 강조했다. 이번 여름방학 때 떠나는 캠프를 신청한 초등학생이 이 유학원만 해도 200명이 넘는다. 단기 전학 프로그램도 현재 수십 명이 신청한 상태. 3주 영어캠프의 비용은 유학원에 내는 것만 400만원 안팎이고 한번 다녀오는 데 600만원은 족히 든다.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G초등학교의 이모(50) 교사는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영어 연수를 떠나는 아이도 많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영어권 나라들은 6월 중순에 여름학교가 시작해요. 우리나라는 보통 7월 중순에 방학을 하죠. 때문에 외국 여름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방학도 되기 전 외국으로 떠나는 아이가 상당수 있어요. 한 반에 4∼5명은 됩니다. 방학이 시작되면 더 많은 아이가 단기 영어캠프를 떠나죠. 다 합치면 한 반에 50%는 외국에 가는 것 같아요. 영어캠프 보내는 것이 유행처럼 되다 보니까 너도나도 보내는 거죠. 학교 학사 일정까지 무시하고 떠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막을 방법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서울 대치동 B초등학교의 전모(39) 교사는 “방학이 끝나면 영어캠프를 다녀온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사이에 벽 같은 것이 생긴다. 특히 부유한 집 아이들은 2∼3번씩 영어캠프를 다녀오는데, 그런 아이들은 개학을 하면 자기들끼리 모여 영어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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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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