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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패밀리, ‘부활의 노래’ 부른다

‘마른 걸레 짜기’경영, 고객 맞춤 수주, 틈새시장 공략

  •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ns@donga.com

대우 패밀리, ‘부활의 노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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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상사맨들은 이른바 ‘세계경영’의 전도사답게 프로 근성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이나 유고 내전 때도 다른 상사들은 철수했지만, 대우 직원들은 끝까지 남아 사무실을 지켰다. 지금도 국내 상사 중 유일하게 이라크 지사를 가동하며 인맥을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난데없이 오지(奧地)로 발령이 나도 군소리 없이 짐을 싸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렇게 다져진 네트워크다 보니 그룹이 해체된 상황에도 제 기능을 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합상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국내 대기업이 대우 네트워크를 통해 무역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특히 자동차 부품, 방위산업, 곡물, 원유, 플랜트 공급 등의 분야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원개발사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투자가 완료된 페루 유전, 오만 LNG전 등에서는 투자액 전액을 회수하고도 매년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재 막바지 시추 작업을 벌이고 있는 미얀마 해상 A-1 광구의 경우 대우인터내셔널이 60%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천연가스 매장량이 한국에서 연간 사용하는 양의 최소 10배, 최대 40배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대우인터내셔널은 중국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중수교 이전에 국내 종합상사 중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해 시장을 개척한 덕분이다. 중국 지역 영업이 해외 비즈니스의 34%를 차지하며, 중국내 13개 지사와 21개 법인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120여 명의 중국 전문가들이 뛰고 있다.



親건강·親가족·親환경 마케팅

지난 2월20일 서울 힐튼호텔. 대우전자의 후신인 대우일렉트로닉스(대표·김충훈)가 신제품 발표회를 갖고 냉장고와 에어컨, 세탁기 등을 선보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몇몇 임직원들이 눈물을 글썽였다.

삼성과 LG는 한 달이 멀다 하고 신제품 발표회를 열지만, 대우는 회사가 채권단에 넘어간 2000년 1월 이후 자금줄이 꽁꽁 막혀 한 번도 신제품 발표회를 갖지 못했다. 구조조정으로 3분의 2에 가까운 동료들을 떠나보내고 3년 만에 갖는 신제품 발표회였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매각을 통한 경영 정상화’를 선언한 대우전자는 거대한 몸집을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영상·냉기·리빙 등 주력 사업은 자회사인 대우모터공업으로 양도하고, 반도체·모니터·가스보일러·오디오·중계기 등의 방대한 비주력 사업은 매각하거나 분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25개 사업부문이 7개로 축소됐고, 1만여 명을 헤아리던 직원은 4000여 명으로 줄었다. 서울 마포의 본사 사옥도 팔고 세를 얻었다. 대우모터공업은 지난해 11월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새출발했다.

처절하게 몸을 추스린 결과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출범 두 달 만에 매출 5100억원, 경상이익 200억원을 기록, 흑자 기업으로 전환했다. 올 1/4분기에는 4800억원 매출에 340억원 경상이익을 올려 올해 목표인 매출 2조7000억원, 경상이익 1000억원에 무난히 도달할 전망이다.

당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공격적인 전방위 마케팅에 맞설 처지가 못 됐기에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선택과 집중’이 이뤄진 7종의 제품을 최대한 차별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친(親)건강·친가족·친환경’ 마케팅이다. 가령 대우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세제 세탁기는 ‘세제를 쓰지 않아 환경을 보호하고, 세제 찌꺼기가 남지 않아 가족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컨셉트를 담고 있다. 산소 발생 에어컨 ‘수피아 O2’는 냉방병 등의 유해성을 최소화한 건강친화적 제품으로, 양문형 냉장고 ‘나노실버 클라쎄’는 주요 부위에 미세한 은(銀) 입자를 첨가해 항균과 탈취 등 건강·위생 기능을 강화한 제품으로 소개됐다.

이 중에서 친건강·친가족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다만 친환경 개념은 아직 소비자들의 환경의식 부족 탓인지 기대만큼은 먹혀들지 않고 있다. 환경친화적 요소를 당장 몸에 와닿는 혜택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돈을 더 지불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구매하려 들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어떤 신기술과 마케팅으로 메워야 할지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최첨단 家電 시험장

대우일렉트로닉스는 국내영업본부를 재편성하며 영업인력을 20배 가까이 늘렸다. 한동안 중단됐던 가전제품 양판업체 하이마트와의 거래도 재개했다. 옛 대우전자 판매여왕 출신의 ‘아줌마 부대’를 다시 모아 특판사업본부를 꾸리기도 했다. 가전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마당에 국내에서 치고받는 것보다는 아예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게 낫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우일렉트로닉스 이승창 전략기획부문장(전무)은 “모르는 소리”라고 잘라 말한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됨에도 국내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가전의 경우 한국 시장에서 성공해야 밖에 나가서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가전 시장은 최첨단, 최고급 제품의 성능 시험장이다. 그만큼 우리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이 높고 기호도 까다롭다. 영상가전을 예로 들면 프로젝션 TV, PDP, HDTV 하는 식으로 하루가 다르게 눈이 높아진다. TV 한 대가 서울 아파트 한 평값보다 비싸도 없어서 못 판다. 따라서 아무리 시장이 포화상태라도 제품 교체 수요는 끊임없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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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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