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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논단

사법부 관여로 공정성 확보해 ‘특검정치’ 막아라

政爭 수단으로 변질된 특검제

  • 글: 홍준형 서울대 교수·공법학 joonh@snu.ac.kr

사법부 관여로 공정성 확보해 ‘특검정치’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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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관여로 공정성 확보해 ‘특검정치’ 막아라

2002년 3월25일 차정일 이용호게이트 특별검사가 수사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대측은 이와 관련해 2000년 4월8일 북한 통천지구 공업단지 개발 및 철도, 전력, 관광사업 등 포괄적 경협사업 대가로 현금 3억5000만달러와 평양체육관 건립 등 현물 5000만달러 등 총 4억달러를 북측에 지급키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몽헌 회장이 현대상선을 통해 북측에 2235억원을 송금하고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등에게 지시해 자동차 운반선 등 선박 세 척 구입비명목으로 장부상에 거짓으로 기재하고 허위 공시한 사실을 밝혀내고, 정몽헌 회장에 대해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한편 특검 수사 막판에 불거진 현대그룹 150억원 비자금 조성의혹과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뇌물수수 여부는,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신청이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거부됨으로써 미제로 남아 이후 이른바 ‘재특검’이란 기이한 형태로 여야간 특검 논란을 재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대북송금 의혹 특검은 150억원 비자금의 향방 등은 파헤치지 못했을지라도 송금의 규모와 실체를 파악하는 등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상당 부분 확인·규명함으로써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대북송금 의혹을 형사사법의 잣대로 재단함으로써 6·15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를 훼손하고 남북관계를 냉각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괄목할 만한 성과,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특검제는 한시적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수사의 공정성 및 신뢰성 측면에서 불신을 받았던 검찰의 수사결과와는 사뭇 다른 범죄사실들을 밝혀냄으로써 최소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례로 2001년 이른바 ‘이용호게이트’ 사건에 대한 특검은 검찰의 기존 수사결과와는 판이하게 신승환, 이형택, 이수동 등 사건관련 피고인들의 로비, 청탁, 뇌물수수 등의 사실을 밝혀내는 개가를 올렸다.

대북송금사건 특검 역시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대북송금이 현대의 대북 경협자금이라고 밝혀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진술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결여한 방식으로 대북송금을 주도하거나 관여한 박지원씨 등 관련된 인물들을 기소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는 특검제가 한국의 헌정 및 사법현실에서 차지하는 독특한 의미와 존재이유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듯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오늘 이 시점에서 특검제가 문제로 지목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특검제, 무엇이 문제인가]

특검제 도입 여부나 방식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특검제 탄생의 배경에는 매우 높은 수준의 합의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특검제가 도입된 것은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사와 소추에 대한 기대를 고비 때마다 저버린 검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아닌게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이 광범위하게 의문시되어왔다. 어리석은 가정일지 모르지만 만일 검찰권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공정하게 행사되었다면 이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현대사의 반세기를 되돌아볼 때, 오히려 정반대의 판단이 국민적 공감을 받고 있고 많은 사례와 경험들이 그러한 현실인식이 옳았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반면 그동안 정권의 권력형 비리나 부정부패 혐의가 불거질 때마다 특검제 도입을 촉구하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역대 정권은 대체로 특검제 도입을 꺼렸다. 한국사회가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단계에 접어든 이후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 독재정권에 의한 검찰권력의 남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김대중 정부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역임했던 박상천씨는 장관 재임시 자신의 종전 소신을 번복하고 특검제 도입을 극구 반대해 시민단체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박상천 전 장관이 즐겨 원용했던 것이 미국의 특검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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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홍준형 서울대 교수·공법학 joon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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