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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 대기업·정통부, 휴대전화 전자파 논란 막는다?

  • 글: 이희욱 이코노미21 기자 heeuk@hanmail.net

‘한마음’ 대기업·정통부, 휴대전화 전자파 논란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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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이야기가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자국에 수출되는 휴대전화의 SAR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미국 휴대전화제조산업협회(CTIA)도 2000년 8월부터 휴대전화의 포장 내, 예컨대 설명서 등에 SAR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으며, 호주 휴대전화제조협회(AMTA)도 2001년 이후 출시되는 제품의 경우 제품설명서나 팜플렛에 이를 표기하고 있다.

굳이 설명서를 들춰보지 않더라도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면 전세계 주요 휴대전화 단말기의 SAR 수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 FCC 홈페이지에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휴대전화의 SAR 수치가 올라와 있으며, 휴대전화제조사포럼(MMF) 홈페이지에서도 모토롤러, 노키아 등 전세계 주요 휴대전화 제조사의 모델별 SAR을 열람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SARDATA(www.sardata.com)와 같은 휴대전화 관련 홈페이지에는 국내의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을 포함해 전세계 휴대전화의 모델별 전자파 흡수율이 공개돼 있는 것. 이쯤 되면 정통부가 이야기했던 ‘기업 경쟁력 보호’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었음이 분명해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통부는 지난해 10월30일, 국내의 몇몇 단말기 제조업체와 협의를 거쳐 연말인 12월까지 휴대전화의 SAR을 업체별로 자율적으로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12월이 다 지나가도록 업체별 SAR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고, 보다못한 박진 의원측은 올해 1월3일 SAR 표시 또는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전파법 중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그러자 다급해진 정통부는 3월부터 업체별로 SAR 수치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3월부터 인터넷에 이를 공개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정작 3월이 돼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SAR 수치를 공개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말이 자율공개지, 실제로는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한 뒤 단말기 모델명을 입력해야 SAR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등 절차가 여간 번거롭고 복잡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휴대전화를 구입한 뒤 거기에 적혀 있는 모델명을 입력해야 SAR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건데, 이 경우 휴대전화를 사기 전에는 전자파 수치를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공청회, “자율공개 개선돼야”



이에 대해 휴대전화 전자파의 유해성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YMCA 시민중계실의 함동균 간사는 다음과 같이 꼬집는다.

“문제는 소비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국내 시장지배력이 약한 모토로라코리아 같은 외국계 제조업체들은 오히려 국내 홈페이지를 통해 SAR 수치를 공개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들이 오히려 소비자의 정보접근을 어렵게 해놓은 건 어불성설 아닙니까. 적어도 외국 업체 수준까지는 공개해야죠.”

이렇게 되자 SAR 공개 의무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 4월 국회 과기정위에서 열린 법안 심사소위원회에서는 SAR 공개 의무화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다. 하지만 이 또한 정통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면서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해 논의하자’는 주장이 나왔고, 이에 따라 지난 6월20일 국회 과기정위 회의장에서 주요 전문가들의 진술을 중심으로 공청회가 개최됐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여기서 더욱 크게 불거졌다.

공청회는 그야말로 SAR 공개를 둘러싼 양쪽의 이해관계가 잘 드러난 무대였다. 발제를 맡은 박진 의원은 “이미 휴대전화의 전자파 흡수율은 국제시장에서 널리 공개된 제품의 사양”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휴대전화기의 SAR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제조업체들에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안윤옥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자기가 만든 제품의 인체 유해요소 정보를 공개하는 건 윤리적인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라며 거들었다.

물론 업체의 자율공개가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공청회에 참석한 윤현보 동국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도 전자파 흡수율 공개를 ‘의미 없는 미인대회’라고 하며 반대한 적이 있다”며 “모델별로 전자파 흡수율을 공개할 경우 소비자들이 전자파 흡수율의 순위를 휴대전화 안전성의 차이로 이해해 제품평가를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윤교수는 “비록 법적 강제는 아니라해도 제조업체가 자율적으로 SAR을 공개하고 누구나 열람 가능한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착되고 있다면, 국내 업체도 이를 수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태도에 대해선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함께 참석한 최형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자파환경연구팀장도 “외국에서도 SAR 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다”며 법제화에는 반대의 뜻을 보였지만 “국내 업체들의 지금과 같은 자율공개 방법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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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희욱 이코노미21 기자 heeu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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