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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사회갈등 대폭발

대한민국 법치주의는 실종중

초법적 발상 일삼는 참여정부…그 ‘혁명군적 사고’를 경계한다!

  • 글: 이석연 변호사·전 경실련 사무총장

대한민국 법치주의는 실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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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국가정보원법(제7조 1항)에 따르면 국정원장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빅4’, 즉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 등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금년 2월 임시국회에서 신설된 것이다. 국정원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그동안 시민단체 등이 오랜 기간에 걸쳐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으로, 대통령이 측근이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인사를 함부로 그 자리에 임명하지 못하도록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그 자질과 도덕성, 공무수행 과정에서의 균형성 유무 등을 청문회 형식으로 검증해 국회의 적부 의견에 대통령이 따르도록 하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제도다.

그러므로 법률로써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과정에서 그 자격과 절차, 방법 등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이런 점에서 우리의 현행 인사청문회는 미국의 ‘인준’ 청문회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현행 국회법 및 인사청문회법에서 그 임명에 국회 동의(사실상 인준)를 요하는 공직자의 인사청문을 국정원장 등의 그것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인사청문회로 표현하면서 동일한 절차에 따르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처럼 헌법에 근거한 법률에 의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경우 그 결과에 대통령이 따라야 하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이해할 수 있는 상식에 속한다. 청문회 결과를 따라도 좋고 안 따라도 좋다는 식으로 청문회를 장식용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인사청문회의 제도적 취지를 몰각시키는 위헌적 발상이다. 구태여 인사청문회법에 청문결과에 대통령이 구속된다는 선언적 의미의 규정을 둘 필요가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법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해 연 인사청문회의 결과, 국회가 당해 인사청문위원회 전원일치로 국정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는데도 이를 월권 또는 모욕이라 비난하면서 국회의 의견을 묵살하고 임명을 강행한 것은 국회 경시 내지 무시 차원을 넘어 헌법에 반하는 위헌적 행위다.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를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거라면 무엇 때문에 그 제도를 쟁취하기 위해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겠는가! 법리 이전에 너무나 평범한 상식이 무너지고 있어 안타깝다(필자는 국정원장 청문회 결과에 따른 객관적 법 현상을 논할 뿐 국정원장 특정인에 대한 호불호(好不好)의 가치판단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

대통령직속위원회의 월권



노대통령이 감사원 회계검사 기능의 국회 이관을 언급한 이후 마치 현행 헌법하에서도 회계검사권의 일부를 국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되고 실제로 국회와 감사원의 힘겨루기 양상으로까지 발전되기에 이르렀다.

헌법이 국가기관의 회계검사권과 공무원에 대한 직무감찰권을 명문으로 감사원에 귀속시키고 있는 한 국정감사, 조사에 수반하여 그 보조적 수단으로 제한적 범위에서 회계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헌법개정 없이 국회가 회계검사권의 일부라도 행사할 수 없다는 게 통설적 견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감사원이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 핵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헌법에 규정된 대로 감사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상의 비효율과 운영상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참여정부의 역할이다. 그렇지 않고 감사원의 기능을 개편 혹은 이관하여 감사원을 개혁하겠다는 발상이나 주장은 그것이 법률로 이뤄지더라도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직속의 김병준 정부혁신및지방분권위원장이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을 행정 각 부처에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한마디로 헌법에 대한 이해부족이거나, 정권을 잡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만용에서 나온 것으로 심히 유감스럽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국회에서 감사원장에게 ‘대통령 보좌진들에게 헌법교육을 시킬 것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라’고까지 한 속내를 이해할 것도 같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그랬지만 현 정부에 와서 최근 각종 위원회, 특히 대통령직속위원회의 월권 행위가 법치주의를 흔들고 있다. 이런 위원회는 법률로 설치된 게 아니라 대통령령 등 하위 법령에 의해, 그것도 상위법의 위임 없이 설치된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직속이라는, 그리고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위세를 몰아 헌법과 법률로 설치된 국가행정조직에 간섭하고 심지어 지휘·감독하는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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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석연 변호사·전 경실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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