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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전략·기획·재무통 列傳

그룹 총수 대리하는 무대 뒤의 핵심실세들

  •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ns@donga.com

대기업 전략·기획·재무통 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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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김창근(金昌根·53) SK(주) 사장이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직을 사퇴한 직후인 지난 6월18일 SK그룹은 구조본 해체를 선언했다. 1974년 ‘경영기획실’로 출범한 SK 구조본이 30년 만에 수명을 다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구조본 임직원들과 가진 ‘쫑파티’에서 김사장은 “내 잘못으로 구조본 식구들이 뿔뿔이 헤어지게 됐다”며 시종 눈시울을 적셨다고 한다.

고(故) 최종현(崔鍾賢) SK그룹 전 회장은 창업 초기부터 자신을 보좌한 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을 가리켜 “그 사람은 내 부하가 아니라 사업동지”라고 했다. 손회장이나 최태원(崔泰源) SK(주) 회장에겐 김사장이 그런 사람이다.

김사장의 별명은 ‘마징가’다. 매일처럼 하루 서너 시간만 잠자며 일에 매달리는 엄청난 체력의 소유자기 때문이다. 집에도 회사 근거리 통신망(LAN)을 깔아놓고 업무를 처리한다. 일과시간을 아끼려고 이메일은 새벽에 일어나 체크한다. 그러면서도 매일 밤 조깅을 빠뜨리지 않으며, 주말에는 골프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건강을 다진다.

1974년 입사 이후 SK케미칼 외환과장·자금부장·재무담당 상무를 거쳤고, 1997년에는 그룹 구조본 재무팀장을 맡는 등 줄곧 자금파트에서 근무하며 SK를 대표하는 재무전문가로 성장했다. 재무담당 임원 시절 기자들이 환율 전망을 묻곤 했을 정도로 숫자에 밝다. 1989년 나이 마흔에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MBA 코스를 밟을 당시 실명위기에 이를 만큼 공부에 파고들어 2년 과정을 1년 만에 마치고 돌아왔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상호지분 해소와 부채비율 축소 계획을 입안·실행하는 데 주력했고, 주거래은행과의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무리없이 추진하는 등 그룹 전체의 자금 흐름을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발 금융위기론으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했음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의 해외증권을 발행, 2조원 규모의 외자유치에 성공했다. 팍스넷 지분 인수, SK텔레콤과 KT의 지분 맞교환 등도 그의 작품이다.

김사장은 동갑인 유승렬(劉承烈) 전 SK(주) 사장(현 벤처솔류선스 사장)과 그룹내 양대 실세로 꼽혔다. 유 전 사장은 기획통, 김사장은 재무통으로 활약하며 ‘좌승렬 우창근’으로 불렸다. 승진은 유 전 사장이 한 발씩 앞섰다. 1998년 유 전 사장이 손길승 회장의 뒤를 이어 구조조정본부장(전무)에 올랐을 때 김사장은 구조본 재무팀장(상무)이었다. 김사장은 2000년 12월 SK(주) 사장으로 승진한 유 전 사장에 이어 구조조정본부장에 올랐고, 지난해 2월 유 전사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SK를 떠나자 SK(주) 사장 자리도 물려받았다. ‘양대 실세’에서 ‘유일 실세’가 된 것.

오너 지분확대 시도하다 무리수

최태원 회장 형제들은 선친인 최종현 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지분이 얼마 되지 않는다. 최 전 회장 자신이 많은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던 데다, 그는 폐암선고를 받고 나서도 자식들에 대한 지분상속을 서두르지 않았다. 1998년 8월 최 전 회장이 타계하자 최씨 일가는 가족회의를 열어 최태원 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주기로 했지만, 그룹을 확고하게 지배할 수 있는 수준은 못됐다. 최회장은 취약한 지배력 때문에 줄곧 적대적 M&A에 등에 대비한 경영권 방어에 신경을 써야 했다. 무엇보다도 그룹의 지주회사이자 주력 계열사인 SK(주) 지분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었다.

지난해 3월, 마침내 최회장과 SK 구조본은 ‘특공작전’을 감행했다. 최회장이 보유한 워커힐호텔 주식을 시세보다 높게 평가해 최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를 바 없는 SKC&C에 팔아넘기고, 그 매각대금으로 SK(주) 주식을 시세보다 싼 값에 사들여 그룹 지배권을 장악하려 시도한 것. 그 결과 최회장은 SK(주)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지만, 이 때문에 올 초 김창근 사장과 함께 업무상 배임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까지 불거져 재계 서열 3위의 SK그룹은 지금껏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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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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