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집중 취재

대기업 전략·기획·재무통 列傳

그룹 총수 대리하는 무대 뒤의 핵심실세들

  •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ns@donga.com

대기업 전략·기획·재무통 列傳

4/9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김사장의 그룹내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을 듯하다. “그룹 구석구석을 손금 보듯 꿰뚫는 그가 없으면 SK글로벌 회생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길이 막막하다”는 게 SK 관계자의 말이다. SK측이 최회장보다 김사장의 보석을 먼저 신청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 김사장은 보석으로 풀려난 후 일부 경영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렵사리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안을 입안했으며, 이를 승인받기 위해 사외이사들을 맨투맨으로 설득하는 등 온몸으로 뛰고 있다.

더욱이 지난 7월1일 SK(주)에 신설된 ‘투자관리실’이 구조본의 핵심 업무였던 자회사에 대한 재무·인사관리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알려져 김사장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후계자의 태사(太師)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는 구조조정본부가 없는 대신 ‘기획총괄본부’라는 기구가 있다. 현대차측은 기획총괄본부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 든다. “자동차 전문그룹이라 계열사들이 자동차 관련 업종들로만 이뤄져 있기 때문에 다른 그룹처럼 업종이 상이한 계열사 업무를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기능이 필요없다”는 것.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 생산라인 등의 중복 투자를 예방하고, 자동차산업의 중장기적 전략을 연구·기획하기 위해 기획총괄본부를 가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순원(鄭淳元·51) 사장이 이끄는 기획총괄본부가 실질적인 그룹 구조조정본부이자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는 것은 현대차에서 상식에 속한다. 기획총괄본부는 대관(對官)업무 및 정보수집·분석을 담당하는 전략기획실과 계열사의 자금 흐름을 관리하는 재무팀을 비롯해 경영기획팀, 사업전략팀, 기획지원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말 4개팀에서 6개팀으로 늘린 데 이어 올 들어서는 다시 1실 7개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근무인원은 지난해 30여 명 수준에서 60여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임원들의 직급도 높아져 본부장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부본부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격상됐다.



기획총괄본부는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20층에 있다. 바로 위층인 21층에 정몽구(鄭夢九) 회장과 김동진(金東晉) 사장의 방이 있는 것을 보면 이 조직의 위상을 짐작할 만하다.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은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鄭義宣·33) 현대차 부사장이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으로 본부장인 정순원 사장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것. 정사장으로선 ‘태사(太師)’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사장은 정몽구 회장의 ‘경제교사’이기도 했다. 정사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온 후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경제전문가. 1986년 현대경제사회연구원 경제연구개발본부장으로 현대그룹에 입사해 경영진에게 경제·경영분야 조언을 해왔는데, 정회장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정사장은 1998년 정회장이 기아차를 인수할 때도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인연으로 정회장은 1999년, 경복고 후배인 정사장을 현대·기아차 기획조정실장(부사장)으로 발탁했다. 정사장은 이후 현대차 계열분리, 다임러크라이슬러 외자유치 등을 주도하며 정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정사장은 정회장의 대변인 역을 자임해왔다. 2000년 봄 정회장과 동생인 정몽헌(鄭夢憲)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놓고 이른바 ‘왕자의 난’을 벌였을 때 정순원 당시 현대차 부사장은 경복고 동문인 이계안(李啓安) 현대차 사장 등과 함께 ‘장자승계 대세론’을 내걸고 전면에 나서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김재수 현대 구조조정본부장·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등 몽헌 회장측 가신들에 맞서 싸웠다.

이듬해 3월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이 사망하자 몽구 회장측은 장자의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가족장을 주장했고, 몽헌 회장측은 회사장이나 사회장을 바랐다. 결국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졌는데, 당시 정사장은 공식대변인으로 장례식을 진두지휘하며 정회장의 의중을 관철시켰다.

또한 지난해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대통령선거에 출마, 형인 몽구 회장의 처지가 미묘해지자 정사장은 그룹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는 일체의 정치적 활동에 개입하지 않고 기업경영에만 전념하겠다”며 정경분리원칙을 천명, 정회장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정사장은 2001년 3월 기획총괄본부장에서 갑작스레 현대모비스 부품사업총괄 부사장으로 발령, 현대차의 ‘성골’격인 현대정공 출신 인맥에게 밀려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지만, 다섯 달 만인 그해 8월 기획총괄본부장으로 복귀했다. 이 때문에 “현장실무를 익히게 한 뒤 보다 큰 역할을 맡기기 위한 정회장의 심모원려(深謀遠慮)였다”는 정반대의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4/9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ns@donga.com
목록 닫기

대기업 전략·기획·재무통 列傳

댓글 창 닫기

2022/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