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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계획도시를 가다 ④|일본 쓰쿠바

진화 멈추지 않는 일본 최고의 연구·환경도시

  • 글: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진화 멈추지 않는 일본 최고의 연구·환경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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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멈추지 않는 일본 최고의 연구·환경도시

쓰쿠바 설계 개념의 핵인 ‘센터’ 일대. 중앙 광장과 대형 쇼핑몰, 주차장과 버스터미널 등이 있다

그래서 쓰쿠바는 자가용 보급률이 매우 높다. 성인 가족의 수만큼 차를 갖고 있는 가정이 적지 않다. 학생들의 경우 대개 자전거를 이용하지만 주부, 직장인들에게 자가용은 생활필수품이다.

센터 근처 마쓰미공원에서 만난 맞벌이 주부 코야마 에이코씨도 “쓰쿠바는 차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한 도시다. 또 자전거도로가 워낙 잘 돼 있어 가까운 거리는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문제는 쇼핑할 때마다 차를 몰고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야마씨의 말대로 상업지구가 중앙에 집중돼 있는 도시 형태는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안겨줬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간선도로 주변의 소규모 서비스(쇼핑)센터, 즉 로드사이드 숍이다. 애초 계획에는 없던 변형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를 근거로 “도시 계획안 자체에 결정적 결함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비판하는 학자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쓰쿠바의 자연친화적 생활 환경은 쇼핑의 불편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앞서 설명한 대로 쓰쿠바에는 연구교육지구에만 모두 93개의 공원이 있다. 쓰쿠바의 1인당 평균 녹지율은 10㎡. 일본 평균인 1인당 6.5㎡ 보다 훨씬 높다. 도시 면적의 약 25%가 녹지인 셈이다. 연구단지의 경우 건물 주변 20m 이내에는 무조건 녹지를 조성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도로 양편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학교, 주거지, 연구단지, 도로 어디를 가든 숲을 연상케 하는 울창한 수목군을 만날 수 있다. 대형 교차로마저 산길처럼 느껴질 정도다.



대부분의 공원은 테니스코트와 어린이들이 축구 경기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잔디밭을 갖추고 있다. 박람회기념공원처럼 끝이 가물가물할 만큼 넓고 잘 가꾸어진 잔디밭도 여럿 된다. 저녁나절이면 아이들과 공을 차거나 조깅에 열중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쓰쿠바의 또 다른 자랑은 차도와 보도·자전거도로를 완전히 분리해 놓았다는 것. 웬만한 곳은 보도나 자전거도로를 통해서만도 얼마든지 찾아갈 수 있다. 매연, 소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교통사고 예방 효과도 크다.

쓰쿠바가 이처럼 모범적 구조를 갖게 된 데에는 1985년 개최한 쓰쿠바과학엑스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정부와 민간 기업의 막대한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당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도시 설계를 현실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쓰쿠바는 일거에 세계적 (R&D) 중심지로 발돋움하게 됐다. 지금 도시를 빛나게 하고 있는 공원, 연구소, 도로 등은 모두 이때 만들고 다듬어진 것들이다.

‘에코 오바상’의 힘

바닥부터 새로 다진 곳인 만큼 쓰쿠바는 일본 내 여타 도시에 비해 주거 공간이 넉넉한 편이다.

“도쿄에서 살 때랑은 전혀 다르죠. 비슷한 규모의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봐도 넓은 편이에요. 건물 사이사이에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 더 쾌적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고요.”

코야마 에이코씨의 말이다.

쓰쿠바에는 공무원과 연구원들을 위한 관사가 전체 주거시설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집합주택 또는 단독주택 형태로 지어진 관사에서 주민들은 비슷한 연령, 생활 수준을 가진 이웃들과 폭넓은 교류를 하며 지낸다. 상업지구가 덜 발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해서 퇴근 시간 이 후에는 길에서 사람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한편 열악한 문화시설은 시의 주말 공동화 현상을 불러오는 주범이기도 하다. 데이트가 있거나 최신 영화를 보고 싶은 경우, 도쿄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도심 곳곳에 고급 고층 맨션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쓰쿠바 익스프레스’의 개통을 겨냥한 포석이다. 철도 개통으로 도쿄-쓰쿠바 간 이동이 원활해질 경우 쓰쿠바를 베드 타운으로 활용하는 도쿄 직장인들이 크게 늘어나리라는 계산에서다.

쓰쿠바를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각종 연구소 건물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개중에는 국내외 저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도 적지 않다. 국책연구소들이 들어선 후 순차적으로 200여 개의 민간연구소가 입주했는데, 그 대부분이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소속이라 건물 자체의 기능과 모양새에도 남다른 주의를 기울인 까닭이다.

그렇다면 교육 환경은 어떨까.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입시 경쟁이 더 치열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한 도시의 교육 수준도 명문대학 진학률을 기준 삼아 평가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렇게 본다면 쓰쿠바는 단연 일본 최고의 교육 수준을 자랑하는 도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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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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