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호

‘양길승 파동’ 장본인 이원호씨 수사검사의 충격폭로

“청주 검찰과 경찰·청와대실장, 그 기막힌 ‘의문의 행적’”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08-21 1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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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길승 파동’ 장본인 이원호씨 수사검사의 충격폭로
    충북 청주시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50)씨의 범법혐의를 수사해온 청주지검 김모 검사(37)가 “검찰 내 이원호 비호세력으로부터 수사중단 외압을 받았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8월14일 언론에 보도돼 파문이 일었다.

    김검사는 보도 하루 전인 8월13일 ‘신동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검찰 상층부로부터 수사중단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김검사는 “경찰도 이원호씨를 불구속시키는 방향으로 비정상적 수사를 해왔으며 경찰에 이원호씨의 커넥션이 있다”고 추가로 폭로했다. 경찰 수사를 직접 지휘한 검사의 증언이어서 검찰과는 별도로 경찰에 대한 외압작용 의혹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원호씨는 4월17일 양길승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술자리를 갖기 직전 자신에 대한 조세포탈 내사를 알았다는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이 이 사건을 해명하면서 ‘4월 술자리’건을 누락시킨 데 대한 의문이 더 커지고 있다. 6월28일 이씨가 양 전 실장에게 두 번째 향응을 베풀기 하루 전, 경찰이 이씨 집을 압수수색한 사실도 확인됐다.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양 전 실장을 만날 당시 이씨의 사정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절박했다는 것이다. 양길승 파문의 흐름을 밀착추적했다.

    지휘 검사가 경찰수사에 직격탄

    청주지검 김모 검사는 8월14일 0시쯤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2003년 1월 대출 부정사건을 수사하다 우연히 1989년 발생한 배모씨 살인사건에 이씨가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 이씨에 대한 수사를 벌이려 했으나 청주지검 모 부장검사가 ‘사건이 오래됐는데 잘 해결되겠느냐’며 말려 수사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김검사는 이어 “최근 경찰 수사를 통해 이씨의 조세포탈 규모가 6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했으나 그 부장검사가 내 방으로 와 ‘천천히 해달라’고 수사 자제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검사는 이원호씨와 관련해 두 번에 걸쳐 검찰 상부로부터 ‘수사중단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한 것이 된다. 청주 K나이트 클럽 소유주 이원호씨는 2003년 4월, 6월 두 차례에 걸쳐 양길승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 접대를 하며 수사무마 청탁을 했다.

    김검사의 폭로는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한 청탁 파문 이후 처음으로 수사기관 외압을 사실로 확인되는 일이었다. 또한 현직 검사가 ‘검사조직 내 범법자 비호세력’을 최초로 고발한 ‘사건’이기도 하다.

    연합뉴스는 김검사의 이러한 폭로 기사를 8월14일 오전 2시7분발로 전국 언론사에 송고했다. 몇몇 방송사와 통신사 기자들은 연합뉴스 기사를 접한 이날 새벽, 김검사의 자택으로 찾아가 김검사를 만났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김검사는 해당 언론 보도에 대해 “나는 그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문제의 기사를 실은 언론사들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며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김검사는 이날 아침 청주지검에 출근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봤다. 그러나 기자들은 한나절 내내 김검사와 접촉할 수 없었다. 청주지방검찰청 입구엔 철문이 굳게 내려져 기자들이 검찰청사 내로 들어가는 것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김검사, ‘신동아’ 인터뷰에서 최초 폭로

    그러나 상황은 다시 반전됐다. 검찰 내 이원호씨 비호세력 여부에 대해 감찰을 벌이고 있는 대검 감찰부(유성수 검사장)는 이날 오후 3시30분 언론 브리핑을 통해 “김검사는 수사중단압력 발언을 했음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김검사가 파장을 우려해 일시 부인했다는 것이다.

    김검사는 8월14일 0시쯤 연합뉴스 기자와 인터뷰하기 13시간30분 전인 8월13일 오전 10시30분 ‘신동아’와 10여 분쯤 전화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김검사는 ‘신동아’ 인터뷰에서도 이원호씨 관련 사건에 대해 검찰 상부로부터 수사중단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인터뷰에서 김검사는 “외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청주지검 주변에선 ‘검찰 상부에서 이원호씨 관련 수사를 못하게 막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라고 질문하자 김검사는 “그런 얘기를 하긴 하죠”라고 말했다. 이어서 기자가 “이런 얘기가 사실입니까”라고 재차 묻자, 김검사는 “제 입장이 좀…. 제가 얘기를 못하는 이유를 아시잖습니까”라고 답했다.

    김검사는 또한 이원호씨로부터 수사무마 청탁을 받은 후 양길승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내게는 액션을 안 취했다. 나한테까지 액션을 취했겠느냐”고 답했다.

    특히 김검사는 “경찰수사가 이원호씨를 불구속시키는 방향으로 비정상적으로 진행되어왔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원호씨와 경찰 간 커넥션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는 말까지 했다. 인터뷰 녹음 자료에 따르면 이원호씨에 대한 검·경 수사를 직접 지휘해온 김검사가 경찰수사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리는 발언을 한 것이다.

    다음은 김검사의 ‘신동아’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6월16일 이원호씨의 윤락행위방지법위반 문제와 관련해 경찰이 김검사에게 지휘를 처음으로 요청했는데요. 그때 김검사께서 사실관계 입증이 부족하다며 1차 보강수사 지휘를 했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의미입니까.

    “그러니까 이원호와 대표이사가 자신은 윤락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는데 경찰은 보강조사도 안 하고 부인하는 채로 내버려두고 있어 보강수사를 지시한 겁니다.”

    -이원호씨가 어떻게 부인했습니까.

    “자기는 모른다, 나이트클럽의 대주주일 뿐이어서 여자종업원들에게 윤락을 시켰는지 여부는 모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결국 이원호는 무혐의처리밖에 더 되겠습니까.”

    “이원호 수사는 통상적 수사와 달랐다”

    -제가 경찰과 얘기를 나눴는데요. 경찰은 이원호씨가 대주주일 뿐이고 나이트클럽에서 공식직함이 없다고 하더군요. 또한 본인이 부인하고 있으므로 처벌하기 곤란하다고 하던데….

    “수사관이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 됩니다. 어떻게 수사관이 봐줄 생각부터 합니까. 봐주기야 쉽지요. 부인하는 것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니까요. 그럴 거면 수사기관이 필요없지요. 청주시민들에게 물어보세요. 이원호가 어떤 사람인지. 실제로 날마다 나이트클럽에 나와서 영업하던 사람입니다.”

    -이원호씨가 K나이트클럽의 실제 주인이면서 실질적 경영자이므로 윤락행위 알선에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말씀입니까.

    “언론보도에 나온 대로 이원호는 K나이트클럽의 실제 주인입니다.”

    -7월7일 김검사께선 관련자 증언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차지휘를 경찰에 냈는데….

    “지휘를 하도 많이 내서 그렇게 하나하나 짚어서 말하면 뭐라고 대답을 못하겠는데요. 지휘 낸 게 굉장히 많거든요. 뭣도 좀 조사하고 뭣도 좀 조사하라고 해서…”

    -자금흐름과 이원호씨 등의 역할관계 수사를 보강해 8월16일까지 보고하라고 경찰에 지휘했다는데 그게 3차 지휘거든요. 자금흐름이라는 것은 여성종업원이 화대로 받는 20만원 중 K나이트클럽측에 주는 3만원이 이원호 회장 쪽으로 흘러갔는지 여부를 조사해보라는 얘기입니까.

    “네. 3만원 부분입니다. 그것도 내가 지휘를 내린 것입니다.”

    -경찰조사로 드러날 수 있나요? 계좌추적 해야 하지 않나요?

    “계좌추적까지는 필요 없고, 사업자 통장만 보면 됩니다.”

    -사업자 통장이 이씨 통장입니까.

    “아니오. 대표이사 통장입니다. 대표이사 통장에서 현금이 빠져나가면서 자기네들이 정산하니까요. 그러면 주대에서 얼마, 봉사료에서 얼마 이렇게 빠져나가거든요. 나이트클럽 수익이 딱 두 가지 입니다. 주대와 봉사료. 술값 아니면 여자 봉사료죠.”

    -사업자 통장에서 돈이 인출됐다 하더라도 이씨 통장으로 계좌이체가 안 되고 현금으로 건네졌다면 그 돈이 이회장에게 갔는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사업자 통장에서 돈을 가져가는 사람은 K나이트클럽의 주주일 것 아닙니까. 이씨를 포함해서 5명인데, 이들에게 물어보면 되잖아요.”

    -이 부분은 경찰이 수사하고 있습니까.

    “하고 있겠죠.”

    -제가 경찰과 통화한 게 최근이거든요. 그런데 이 부분은 안 나타난다고 얘기하던데요.

    “이원호 불구속 처리하겠다고 내게 또 오겠네요.”

    -경찰이 이씨를 봐주려고 한다는 의혹이 있다는데….

    “속마음을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경찰수사가 통상적 수사와 달라서 김검사께서 3차례나 재지휘를 내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렇죠. 통상적인 수사와 다르게 수사를 하니까 제가 다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청주에서 일부 경찰이 이씨와 유착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는데요.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이원호와 경찰의 커넥션이 누구누구인지 다 가르쳐줄 테니까요.”

    -이원호의 경찰 커넥션이 있습니까.

    “그런 소문이 있죠.”

    -양길승씨 쪽 의혹에 대해선….

    “양길승씨가 청주에 6월28일 왔죠. 6월28일에 왔는데… 1차 수사지휘가 6월16일…”

    -이원호 회장이 살인 교사했다는 의혹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습니까.

    “아직 남아 있습니다. 내년 5월까지인가…, 남아 있습니다.”

    -살인죄가 확정되어 복역했다가 출소한 뒤 이원호씨를 협박해 3000만원을 뜯어내 달아난 기소중지자는 언제 잡습니까.

    “기소중지자. 기소중지자를 찾고 있는데 잡기가…”

    -청주지검에 있다 평택지청으로 간 윤검사와 통화했었거든요.

    “네.”

    -윤검사는 ‘이원호 회장의 살인교사 부분에 대해서 작년에 내가 수사를 했다가 중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인교사혐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수사를 중단했느냐’고 묻자 윤검사는 ‘그건 아니다. 거기에 대해선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얘기했습니다. 윤검사가 평택지청으로 간 뒤 김검사께서도 이원호 회장의 살인교사혐의에 대해 수사를 하다가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왜 중단했습니까.

    “글쎄요. 확인해줄 수 없습니다.”

    -네?

    “확인해줄 수 없습니다.”

    -왜 중단했는지 그게 궁금한데요. 말씀해주실 수 없는 일인가요.

    “그걸 제가 말할 수 없죠.”

    -위에서 수사중단 압력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하여튼 그 부분에 대해서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청주지검 주변에선 검찰 상부에서 못하게 막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긴 하죠.”

    -이런 얘기가 사실입니까.

    “내 입장이 좀…. 제가 얘기를 못하는 이유를 아시잖습니까.”

    -검찰과 관련, 양길승씨 쪽은….

    “글쎄요, 본인이 액션을 안 취했다고 하니까. 저에겐 액션을 취한 것이 없습니다. 저한테까지 그랬겠습니까.”

    불구속 의견 vs 수사 재지휘

    올해 1월 K나이트클럽의 여자종업원 두 명이 업소로부터 윤락행위를 강요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K나이트클럽측이 여종업원들의 윤락행위를 알선해주는 대가로 20만원의 화대 중 3만원을 받아 수익을 올렸다고 보고 있다. 사건의 핵심은 이원호씨가 처벌대상이 되느냐는 것.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나이트클럽에서 대표이사 등 공식직함이 없고 윤락행위가 일어난 지 몰랐으며 화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도 없다는 점을 들어 불구속 입건 의견을 검찰에 올렸다”고 말했다. 반면 김검사는 K나이트클럽은 주식회사가 아닌 개인사업장 형태이므로 대표이사라는 직함 자체는 고려대상이 아니고, 이씨가 나이트클럽의 대주주이면서 실제 경영인이며 화대 수익의 흐름을 파악하기도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이씨의 구속’ 쪽으로 경찰에 수사 지휘했다.

    김검사에 따르면 경찰이 이씨 불구속 의견을 올리면 김검사는 구속 쪽으로 수사하라고 재지휘를 내려보내는 일이 3차례나 계속됐다. 이 때문에 비교적 처리가 빠른 윤락사건이 이씨의 경우 7개월이 지나도록 종결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이를 두고 김검사는 “경찰이 피의자 말만 듣고 검사의 수사 지휘가 있음에도 불구속 처리하는, 통상적이지 않은 수사를 하니까 나도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3차례에 걸친 재지휘)을 택한 것”이라는 말까지 하는 것이다.

    김검사는 이에 앞서 8월12일 ‘신동아’ 인터뷰에서도 경찰수사에 의혹을 제기했었다. 다음은 8월12일 인터뷰에서 김검사의 증언이다. “‘한겨레’ 기사는 방향이 틀렸다. 나는 이원호를 봐주려고 3차례 경찰수사를 재지휘한 것이 아니라 이원호를 구속시키려고 재지휘한 것이다. 경찰이 마담 등에 대해서만 구속의견을 올리고 이원호에 대해선 계속 불구속의견을 올려오더라. 봐줄려고 하는 건지 의도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자꾸 재지휘를 한 것이다. 그 때문에 3만원 부분에 대해 자금추적까지 하라고 한 것이다.” 김검사는 또 “업소에서 윤락행위가 벌어졌다면 실질적 대주주면서 경영자인 이원호는 당연히 구속대상이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K나이트클럽은 여성접대부들이 들어올 수 있는 방을 24개 갖고 있는데 이는 청주 유흥업소 중 가장 큰 규모다.

    8월13일 이원호씨가 검찰에 긴급 체포됨으로써 경찰의 해당 수사는 종결됐다. 경찰의 이 사건 수사 책임자는 “김검사가 구속 쪽으로 지휘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는 김검사의 말과 다른 것이다. 이 책임자는 또 “화대가 이씨에게 들어간 물증을 찾을 수 없었다. 영업사장과 마담이 화대 수익은 자기들이 모두 나눠 가졌다고 주장했다. 수사축소나 외압은 전혀 없었다. 이씨와 경찰의 커넥션도 없다. 이씨 혐의부분은 계속 수사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원호씨의 조세포탈의혹 수사의 경우, 경찰은 올해 초 이 사건 내사에 착수했다. 4월 들어 경찰은 청주시내 유흥업소 중 이원호씨 소유 K나이트클럽의 조세포탈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K나이트클럽에 술을 공급하는 주류도매상 2곳을 대상으로 K나이트클럽과의 거래실적을 사실상 공개 조사하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공개적으로 내사를 벌였기 때문에 4월17일 이원호씨가 양길승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 향응을 베풀기 직전 이원호씨는 경찰이 자신 업소의 조세포탈혐의를 내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K나이트클럽이 10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탈세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적용을 받게 되어 5년 이상 징역에 탈세액을 모두 추징당한다. 이씨는 자신이 이처럼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을 알게 된 직후 양길승 당시 실장과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문재인 민정수석은 지난 8월9일 청와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4월 술자리에선 청탁이 없었으며 사건 수사나 내사가 있기 전이어서 청탁이 있을 상황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4월 술자리는 보고서에서 빼고 기자들에게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에 대한 내사는 4월 술자리 이전에 이미 시작됐다고 일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수석의 설명을 완전히 뒤엎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 경찰 내사사실을 이씨가 술자리 참석 때까지 몰랐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를 내사한 경찰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씨가 4월 술자리 이전에 경찰의 내사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수석은 이메일 해명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 셈이다.

    이원호씨는 6월28일 양길승 당시 실장과 두 번째 술자리를 갖는다. 그런데 경찰에 따르면 전날인 6월27일 이른 아침 경찰은 영장을 발부받아 이씨가 거주하는 아파트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이씨는 집에 있으면서 경찰의 수색을 지켜봤다. 하루 전인 6월26일 경찰은 K나이트클럽을 압수 수색해 매출관련 자료를 모두 압수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도 이씨는 경찰수사가 자신의 턱밑에까지 다다랐음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양길승 당시 실장을 만나 접대 및 청탁을 한 것이다.

    수사 조여올 때마다 술자리

    양씨가 청주에 도착해 청와대 관용차를 돌려보낸 뒤 다음날 오원배씨측 승용차로 상경했다는 점은 주목거리다. 그 승용차엔 40여 만원어치 선물이 실려 있었다. 오원배씨가 6월28일 술자리를 취재한 지방신문 ‘충청리뷰’의 보도를 막기 위해 이씨로부터 받은 돈을 사용하려 했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이씨와 오씨는 로비자금을 주고받는 관계임이 확인된 것이다.

    이씨가 두 차례에 걸쳐 양씨를 접대한 시기가 모두 이씨가 ‘구속 및 거액 추징’의 위기감을 절박하게 느낄 만한 사건이 일어난 직후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씨측이 양씨에게 제공한 것이 200만원어치 향응(자신이 경영하는 업소였으므로 실제 부담액은 이보다 적었을 것)과 선물뿐이었겠느냐는 의혹, 양씨가 이씨의 청탁을 듣기만 했겠느냐는 의혹이 그동안 언론에 의해 계속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청와대는 “승용차 안엔 선물 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는 조사결과를 밝혔다. 4월에도 양씨가 추가로 받은 것은 없다고 했다. 양길승씨는 “6월 술자리에서 향응 및 40여 만원 상당의 선물 이외 더 받은 것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이원호씨 관련 수사과정에서 이씨와 이씨 부인의 금융거래 자료를 입수했다. 그러나 검·경은 아직까지는 계좌추적 작업을 할 의향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원호씨의 K나이트클럽에서 조직폭력배의 조직원이 여종업원들을 상대로 사채 대부를 해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펴고 있다. 조폭이 이씨의 나이트클럽에서 활동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충북엔 8개 폭력조직이 있으며 청주엔 파라다이스파, 시라소니파 등 양대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K나이트클럽에서 사채 대부업을 해왔다는 인물은 파라다이스파 조직원으로 알려졌다.

    김검사는 “그 사람은 파라다이스파 1기 조직원으로, K나이트클럽에 고용됐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파라다이스파 내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이모(37)씨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원호씨가 긴급체포되기 전 이씨의 휴대전화로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씨 업소 관계자를 통해 이씨와의 인터뷰를 몇 차례 요청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이씨는 기자들에게 “양길승 실장에겐 몇 마디 하소연한 것뿐이다. 청탁·압력행사는 안 했다. 윤락행위는 나와 무관하며 살인교사 부분도 결백하다”고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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