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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vs 언론, 그 치열한 ‘전쟁’ 뒷이야기

“‘낙뢰’라는 말도 있는데 왜 ‘벼락’이라고 쓰나”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청와대 vs 언론, 그 치열한 ‘전쟁’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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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1일을 앞두고 청와대에 “3·1절 경축사에 언론과의 화해를 언급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 좋겠다”는 외부 보고서가 전달됐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무시됐다. 그 이후로 ‘언론 유화책’을 건의하는 보고는 올라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청와대와 내각의 핵심 측근들은 대통령을 설득하기보다는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하는 언론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중요한 사실은, 청와대와 언론의 극한적 대립은 대통령 본인의 의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었으며 추후에 이에 동조한 대통령 측근들에 의해 확대되고 제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은 ‘새디스트’(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가학적 테러리스트’(조광한 청와대 부대변인), ‘쓰레기통 뒤지는 사람’(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됐다. 한 청와대 출입 기자는 “이 정도면 기자를 거의 ‘정신병리환자’ 수준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 홈페이지 보며 가판기사 검색

지난 6월 청와대가 국가정보원 간부들과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오마이뉴스’에 제공해 그 사진이 인터넷에 오른 일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 B출입기자는 노대통령이 참석한 모 지방행사 사진을 제공해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정식으로 공문을 제출해야 하며 몇 단계 결재라인을 거쳐야 하므로 며칠이 걸린다”고 답변했다.



반면 청와대는 오마이뉴스엔 즉석에서 사진을 줬다는 것. 담당자도 같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청와대는 언론사 요청이 있으면 즉시 사진을 제공하는 것이 관례였다. B기자는 “언론사는 속보성이 생명인데 며칠 뒤 사진을 주겠다고 해서 난감했다. 다 같은 언론사인데, 청와대는 왜 우리에게만 깐깐하게 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7월21일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자금공개 특별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전날, 기자회견 때 질문할 기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소란이 있었다. 한 언론사 C기자가 순번이 아님에도 질문자로 선정됐다는 타사 기자들의 항의가 나온 것이다. 한 출입기자는 “청와대의 실세로 통하는 D비서관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C기자를 질문자로 밀어넣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상대적으로 많이 쓴 일부 출입기자들은 과거 정권의 ‘긴장 속 협력관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한다. 청와대와 이들 기자 사이의 ‘긴장’과 ‘적대감’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고, ‘협력’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메이저 신문사 기자는 “청와대에 벼락이 떨어졌다”는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대다수 언론이 이 기사를 받았다. 이 기자는 “무엇인가 타는 냄새를 맡고 취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내부자 제보가 아닌 그야말로 ‘기자의 동물적 후각’이 발동해 취재의 단서를 잡았다는 점을 이 기자는 강조했다. 이 기자는 “기사가 난 뒤엔 취재원 보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푸념했다. 보도 후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낙뢰’라는 표현도 있는데 왜 굳이 ‘벼락’이라고 쓰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의 가판신문 구독금지 지시 이후 청와대는 오후에 배달되는 다음날자 가판신문을 안 본다. 대신 매일 오후 각 신문사 인터넷 사이트를 면밀히 검토한다. 신문사들은 가판 나오는 시점과 비슷하게 인터넷 사이트에도 같은 기사를 올리기 때문에 가판신문 보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다. 대통령은 “가판 신문 보고 기사 빼달라고 안 한다”고 했지만 대신 청와대는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를 살펴본 뒤 “기사가 잘못됐으니 정정해달라”는 요구를 언론사에 해온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그럴 바에야 청와대는 가판신문을 다시 보는 게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말실수 자체가 뉴스

비서진들은 기자들과 가급적 접촉을 피하라는 것이 청와대의 주문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기자들은 청와대 비서진들을 만나기 어렵다. 그러나 예외가 없는 건 아니다. 한 예로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E비서관은 청와대를 출입하는 동향출신 F기자와 가까운 사이다. F기자가 같은 고향출신 벤처사업가 G회장을 E비서관에게 소개시켜준 이후 이 세 사람은 외부에서 함께 만났다.

G회장의 벤처기업은 2003년 5월 정보통신연구진흥원으로부터 정보화촉진기금 사업자로 선정돼 20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됐다. 7월엔 경찰청이 발주한 17억원 규모의 서울 일대 경찰용 장비 납품자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또한 국방부의 전자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F기자는 “E비서관, G회장과 함께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 차원의 만남이어서 문제될 일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삼계탕집에서 재벌총수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경제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장소가 삼계탕집인 것에 대해 노대통령의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정도 나왔다. 그러나 얼마 뒤 대통령 핵심 측근의 2차 술자리에 이 삼계탕집 주인이 동석했다. 술값은 삼계탕집 주인이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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