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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고 속이는 산삼의 세계

선물용’ 대부분 장뇌삼, 인삼씨 뿌려 산삼 ‘수확’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속고 속이는 산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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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고 속이는 산삼의 세계

한국산삼협회가 지난해 10월 개최한 산삼 공개경매 행사

흥미로운 건 현역 국회의원인 박종희(한나라당), 배기선 이용삼(이상 민주당) 의원도 한국심마니협회의 자문위원(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 박종희 의원실 관계자는 “그쪽(산삼) 일을 하는 먼 친척이 자문위원이 되어 줄 것을 부탁해서 ‘그렇게 하시라’고 한 것”이라 답했다.

이유야 어찌됐건 정치인들과 산삼은 그리 멀지 않은 사이인 듯하다. 2002년 1월 결성된 한국산삼감정협회의 회장도 13,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석무씨다. 산삼감정협회측은 “박회장이 산삼과 깊은 인연은 없지만, 무료감정을 통해 가짜 산삼의 유통을 근절하려는 감정협회의 창립 취지가 좋다며 협회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라 밝힌다.

농업법인 형태로 2000년 11월 창립한 한국산삼협회(회장 채준기)는 산삼 직거래 외에도 2001년부터 매년 10월에 산삼 공개경매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도 10월11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3번째 경매행사를 개최할 예정. 그러나 경매행사장에서 고가의 산삼이 팔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산삼협회 이인식(49) 사무국장은 “진짜 고가의 산삼을 원하는 사람들은 신분 노출을 꺼려 경매 때는 물건만 보고 간다. 그 뒤 매스컴의 관심이 잠잠해지면 나타나서 조용히 사가거나 개인적으로 찾아온다”며 “요즘의 산삼 열풍은 지난 봄에 천종산삼을 캔 사례 2∼3건이 언론에 잇따라 보도되면서 로또복권처럼 ‘돈이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커진 데다 외환위기 때보다 경기상황이 안 좋다고 하니 ‘대박’을 노리고 산삼을 찾아 산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분석한다.

산삼 1인분은 1억원대



그렇다면 이 많은 삼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산삼은 말 그대로 만병통치약일까.

인천 K한방병원 C한의사는 “보통 난치병 환자들이 찾는다. 말기암 환자이던 한 전직 장관은 죽기 전에 꼭 한 번 복용해보고 싶다며 산삼을 구입해 먹었지만, 안타깝게도 다음날 결국 사망한 사례도 있다”며 “2001년 종영된 KBS 1TV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견훤의 부친 ‘아자개’가 1000년 된 산삼을 먹고 기사회생한 뒤 장수했다는 내용이 방영되자 VIP 말기암 환자들이 너도나도 산삼을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해프닝마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일반적으로 산삼은 인체의 기력을 크게 돋워주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산삼과 오래된 장뇌삼의 성분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산삼은 씹어서 생식하는 것이 통례. 심마니들은 한 사람이 3냥(1냥은 37.5g)은 먹어야 산삼의 약효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천종산삼 1냥이 3000만원대를 호가하니 3냥을 다 먹으려면 1억원 가량이나 드는 셈이다.

그러나 산삼이 단순히 건강관리나 치료 목적으로만 쓰이는 건 아니다. 지인(知人)들로부터 산삼을 구입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는 한 한의사의 말.

“개인적 경험에 비춰볼 때 산삼의 30∼40% 가량은 구입자 본인이나 그 가족이 건강관리용으로 소비한다. 나머지 60%는 거의 다 선물용이었다. 주로 중소기업 사장들이 산삼을 ‘선물용’으로 사가는 경우가 많은데, 선물의 ‘종착지’에 대해선 스스로 말하기 전엔 알 수 없다. 처음부터 선물용으로 장뇌삼을 찾는 사람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이 때문에 산삼이 신종 뇌물로 각광받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돈다. 선거철이면 가격이 오른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산삼 판매업자들의 말은 다르다. 30여 년간 심마니 생활을 하다 현재 강원도 원통에서 산삼 위탁판매업을 하는 김덕수씨는 “1980년대만 해도 개인사업자들이 고위층에게 산삼을 상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옛날 얘기”라며 “천종산삼은 구입자 본인이 건강관리 차원에서 먹거나 노부모에게 드리는 경우가 많지, 요즘 선물용으로 사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몇십, 몇백만원짜리 장뇌삼을 선물용으로 사가는 경우는 가끔 있다”고 잘라 말한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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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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