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장은 학교생활에서도 그만의 규칙이 있다. 매일 아침 학교에 도착하면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체육관을 스무 바퀴 돈다. 보통 2∼3교시에 있는 수업시간에도 웃음과 활력이 넘치도록 애쓴다. 수업이 끝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바로 퇴근해 집으로 돌아온다.
-회식이나 친구들 모임엔 으레 술자리가 따른다. 이때도 스스로 정한 규칙을 깨뜨리지 않는지 궁금하다. 사회생활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
“학교에서 회식이 있으면 찬조금조로 얼마간의 돈만 내고 온다. 간혹 동료교사들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묻기도 하고, 이제 건강도 되찾았으니 예전처럼 술 마시고 고기 먹고 밤낚시도 함께 가자고 부추길 때가 많다. 그래도 그동안 지켜온 규칙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과거처럼 생활하면 또다시 암에 걸릴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 생활에 관심을 갖는 동료교사가 많아졌고 몇몇은 우리집으로 ‘연수’를 오기도 한다. 멀리 살고 있는 친구들도 이곳에 와서 휴식을 취하다 가곤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특별히 문제될 건 없다. 웬만한 사람들은 내가 죽다가 살아난 줄 다 아니까.”
‘자연생활의 집’ 입소자 90%가 암환자
송원장과 부인 김옥경씨는 자연생활의 집에서 암을 비롯해 각종 질병을 가진 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9박10일 자연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암 발병 이후 건강을 되찾기까지 그가 터득한 지식과 경험을 배우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필자가 취재차 자연생활의 집을 찾아간 날은 마침 ‘9박10일 자연식 체험 프로그램’ 33기 참가자 47명이 입소한 첫날이었다. 송원장은 입소자 중 90%가 암환자라고 귀띔했다.
직장암 3기말 판정을 받고 수술한 뒤 재발한 상태에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황운영(53)씨는 과거에도 두 번이나 자연식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다고 했다.
“수술 직후 항암치료를 받다 우연히 이곳을 알게 돼 들어오게 됐다. 그땐 통증이 몹시 심해 말하기조차 힘들었다. 여기서 며칠 생활하면서 진통시간이 점차 늦어지고 말하는 게 차츰 나아졌다. 수술 후 일단 몸이 살 만하고, 의사가 수술이 잘 됐다고 해 여기서처럼 먹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암이 재발해 주변으로 전이된 상태다. 몹시 후회된다. 이번에 나가면 자연식도 철저히 지키고 생활습관도 바꿀 생각이다. 유방암에 걸린 아내와 여동생도 함께 들어왔는데 여동생은 주방에서 일하며 자연식 요리법을 배우는 중이다.”
송원장이 자연식 체험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95년 경남 양산 덕계에서였다. 그가 건강을 되찾은 사실이 주위에 소문나면서 알음알음으로 문의하는 암환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동병상련이라고 기왕이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내가 경험한 것을 체계적으로 알려주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곳에서 100여 회 진행하다 2001년 11월 지금의 장소로 옮겨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송원장 역시 여느 암환자들처럼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마흔두 살이었다. 학창시절부터 계속 운동을 했고 용인대에서 유도를 전공했다. 체육교사로 있으면서 배구감독을 맡기도 했는데 그런 내가 한창 나이에 배에 인공항문을 내고 성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수술해도 생존확률이 낮다는 의사의 말에 뭣하러 병원에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나 싶어 수술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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