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당무회의 중 국장급 당직자 두 사람이 전당대회 수집 안건 표결처리를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신당이 원내정당을 지향한다면 중앙당과 지구당의 위상과 역할이 대폭 축소돼 당사를 위한 공간을 최소한만 확보하면 된다. 결국 신당은 신당파 등 현역의원이 주축을 이루고 여기에 정치권 안팎의 신당추진세력이 합류하는 기존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의 신당 창당은 정치권 안팎의 신당 추진세력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통합연대는 물론 신당연대나 개혁당은 이미 신당 창당에서 기득권의 완전한 포기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따라서 이들은 통합논의 과정에서 민주당 신당파가 배타적 주도권을 행사하거나 현역의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유지하려는 시도를 할 경우 독자적 신당 창당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은 스스로 인정하듯이 정치적 지명도가 낮고 정치권내 기반도 취약하다. 법적 제도적 여건도 정치 신인이거나 원외인 이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역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신당에 동참하는 것은 17대 총선 출마를 사실상 포기하는 정치적 자살행위다. 민주당 신당논의 과정에서 현역인 구주류조차 신주류의 인위적 인적청산을 우려했던 점을 감안하면 신당추진세력들의 통합논의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당파 내부에서는 정치권 안팎의 신당추진세력들이 하나의 정당으로 통합되지 못하고 결국 2∼3개 정당으로 분열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신당파 내 강경세력이 주장하고 있는 신당 창당을 통한 기존 정치세력 교체론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개혁세력은 분열로 망한다는 역사적 교훈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신당의 창당 방식과 이에 따른 정계개편 전망과 관련, 반드시 짚어 보아야 할 변수는 노대통령의 향후 행보다. 노대통령은 그간 신당문제에 대해 불개입 원칙을 고수해왔다. 최근 신당파의 탈당이 기정 사실화하면서 추미애(秋美愛), 조순형(趙舜衡) 의원 등 중도파들이 노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지만 노대통령은 기존 원칙을 지켰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결국 신당 창당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리라는 데는 정치권내에서도 이견이 없다. 그리고 노대통령이 신당파의 창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도 그간 발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17대 총선은 정치개편의 완성
신당 창당 과정에서 노심(蘆心)의 개입은 ‘신당=노무현당’이라는 등식을 성립시켜 민주당 구주류와 한나라당의 비판, 호남민심의 이반 등과 같은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신당파들이 구주류와 한나라당의 노무현당 창당 비판에 대해 “노심은 절대 중립이고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수 차례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지역주의 타파를 내건 신당이 창당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노대통령의 신당 지지는 신당에게 내용상 여당의 지위를 보장해줄 뿐 아니라 노대통령 지지세력의 신당 지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노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초 90%대를 육박하다 최근 30%대로 급전직하했으나 추가 하락 없이 30∼40%대의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노대통령의 고정 지지율이 최하 30%대에 이른다는 분석이 가능한 셈이다. 더구나 노대통령의 지지율은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음에도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같이 호남이나 영남에 편중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양김과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최대의 정치적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당 창당이 정치권 구도 개편의 출발이라면 17대 총선은 개편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 17대 총선이 범개혁세력 통합신당 대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의 경쟁구도로 짜여질 경우 총선의 쟁점은 신당파 내 강경세력 주장대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정치세력 교체로 집약될 수 있다. 이는 통합신당 후보에게는 분열된 다수 후보와 경쟁하는 것으로 당연히 유리한 구도다. 이와 관련, 노대통령이 8월23일 총선출마를 위해 사직한 청와대 참모 7인에게 “선거는 큰 구도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