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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세현 통일부 장관

“진보도 보수도 北 한 단면만 보고 있다”

  • 글: 송문홍 동아일보 논설위원 songmh@donga.com

정세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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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소관계를 돌이켜봐도 그래요. 미국과 소련은 이념적 대립관계에 있었지만 언제까지 그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다, 결국 동쪽 진영의 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만 군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미국은 소련 및 동구권에 대해 경제지원을 계속해서 연계고리를 만들어 나간 겁니다. 물론 그 전부터 전략무기제한 협상 같은 것으로 일정 부분 성과를 냈지만, 경제적 연계고리가 생기면서 소련도 군사적 공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굉장히 길었어요.

한국인의 성질이 급한 것은 유명합니다. 남북관계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내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것이 군사적 변화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이런 점을 처음부터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또 한 가지, 지난 5년간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북지원 액수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사실 지원 액수가 많다 적다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봐요. 과거 서독이 동독에 지원한 액수에 비해 32분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독일은 워낙 잘사는 나라니까 동쪽의 못사는 사람들 돕는 것에 대해 저항이 크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대북지원은 시간 걸리는 사업”

-그러니까, 일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북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우리나라는 명목상으론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지만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편차가 큽니다. 연소득 2000달러 미만인 가구가 많아요. 그런 저소득계층이 많다 보니 북쪽을 돕는 것에 대해 불평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북 협력이나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에 치러야 할 기회비용은 사실 더 크거든요. 사람들이 이 부분을 제대로 보지 않는 것 같아요.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산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경제가 나빠지고, 그러면 자기 수입이 줄어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또 북한이 완전히 남도 아니고, 현실적으로는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관계지만 동포가 헐벗고 굶주리는 데 이들을 돕는 것은 어떻게 보면 도리입니다. 이런 걸 계산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일이죠. 들어간 만큼 나오는 게 없다지만 그 싹은 이미 자라나고 있다고 봐요. 북한이 지난해 7월1일 취한 경제개선 조치나 올 4월에 단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대내 개혁, 이런 것들은 우리가 그동안 추구해오던 바로 그런 방향입니다. 레닌도 자본주의 불균등 발전론을 제기했었지만, 북한 같은 사회가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과 개방을 해나갈 때 걸리는 시간이 반드시 중국과 같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중국이 24~25년 걸려서 이룬 것을 북한은 4~5년 안에 해낼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개발과 같이 비무장지대를 넘나드는 사업은 남북 공동의 이익이 되는 일입니다. 논자에 따라선 일방적인 퍼주기라고 비판하지만, 금강산 관광을 퍼주기라고만 본다면 통일을 이루기는 참 힘들어집니다. 관광은 경제성과 함께 사회문화적 성격을 갖는 사업입니다. 금강산 관광을 나쁘게 말하는 분들은 ‘철조망 사이로 줄 서서 보고 오는 것이 무슨 관광이냐’고 하지만, 그 철조망을 통해서도 남과 북의 사람들 사이에선 수많은 소리 없는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처음엔 남쪽 관광객을 외면하고 손도 흔들지 않던 북한 사람들이 이제는 손도 흔들고 궁금해합니다. 그런 점에서 금강산 관광은 일종의 사회문화적 동질성을 찾는 노력이라 보고 싶어요.

한편 개성공단은 남북이 경제적 접점을 모색하는 하나의 실험실입니다. 개성공단을 개발하려다 보니까 철도·도로를 깔기 위해 철조망을 잘랐고, 지뢰를 제거했고, 직통전화가 가설됐습니다.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는 11년 전에 약속했던 것이 이제야 이뤄진 겁니다. 이렇게 경제적 이해관계가 생기면서 군사부문에서도 작지만 긴장완화의 씨앗이 자라나기 시작한 거지요. 앞으로 5년간 이걸 더욱더 발전시켜야 해요.”

“금강산·개성공단은 자본주의 실험장”

-금강산 관광에 대해 말씀했지만 이건 인도적 지원이라든가 정부 차원의 쌀·비료 지원과는 다른 문제가 아닌가요? 민간사업인 금강산 관광은 애초에 현대아산이 북한과 계약할 때부터 무리였고 그 때문에 적자가 누적돼 왔습니다. 이걸 보전해주기 위해 최근에도 정부가 경협자금에서 199억원을 지원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런 식의 정부 지원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현대아산이 북한과 재협상을 거쳐 개선된 사업안을 가져올 때 정부가 일정 부분 돕는다면 국민여론도 한결 긍정적으로 돌아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만.

“금강산 관광사업은 북한이 현대에게 50년간 독점적인 개발권을 주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자가당착적인 측면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50년간 독점으로 사업을 한다면 그동안은 통일이 안 된다는 말이니까. 그런데 고성항은 사실 군사항구란 말입니다. 이 사업이 북한에 현금을 준다고 해서 국민들로부터 비판받았지만 북한은 사실 큰 결단을 내려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은 남북관계를 오늘날까지 이끌어오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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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문홍 동아일보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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