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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이후 한반도, 어디로 가나

한국도 北 압박 ‘레드라인’ 가져야 한다

6자회담 이후 한반도,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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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현재 국면에서 흔히들 3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첫째는 스탠드스틸(standstill), 즉 현 상태를 동결하고 악화를 방지하는 겁니다. 둘째로는 롤백(rollback), 작년 10월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고, 세 번째가 크루즈(cruise), 즉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진전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검증 가능한 핵 사찰 및 폐기가 포함되지요. 처음에 우리 쪽이 이런 단계를 구상했고 여기에 대해 워싱턴측이 솔깃해했던 것 같은데, 나중에 차질이 생겼어요. 미국의 입장은 스탠드스틸이나 롤백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핵 및 핵시설의 해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제가 알기에는 우리 정부도 현재 이 같은 미국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한미일 3국은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해 스탠드스틸과 롤백만으로는 안 된다,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투명성 보장 및 해체와 8000개의 폐연료봉과 관련한 모든 투명성 및 해체에 대한 조치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한미일 3국이 완전히 동의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6자회담에서 미국이 만족했던 것은 바로 이 대목, 즉 해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것에 대해 북한이 응할 용의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윤박사는 북한의 의도에 대해 회의적으로 말씀했지만, 아무튼 북한은 거기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혔어요. 대신 북한은 자기네도 전제조건이 있다, 지금 롤백을 한다면 그건 제네바 합의로 돌아가는 것이니까 중유 공급을 재개하고 경수로사업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건 현재 미국의 국내정치 상황상 불가능합니다. 일단 예산 상정도 안 돼 있을 뿐 아니라 경수로사업에 대한 회의가 엄청나게 커요. 이 부분에서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을 위한 대안(代案) 체제가 필요하게 되는 겁니다.

북한이 핵 포기 선언을 하게 되면 미국도 보다 가시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대한 안보 우려의 해소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국무부는 이미 여기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었어요. 북한은 그 구상에 대해 내심 상당히 솔깃해 있었는데, 이번 6자회담에서 그 카드가 나오지 않은 거예요. 회담 후 북한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던 겁니다.

6자회담은 북한에 기회



사회 윤교수와 신박사도 말씀했지만 역시 문제해결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결국 북한이 핵 포기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있는데….

문정인 나는 이렇게 봐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느냐, 지금 상태라면 당연히 안 하지요.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게 바로 외교입니다. 따라서 명분을 주지 말아야 해요. 지금은 미국의 강경파 네오콘들이나 북한의 강경파가 모두 상대에게 명분을 주고 있는 상황이에요. 나머지 4개국이 할 일은 이 악순환을 깨고 신뢰 구도를 만드는 겁니다.

인간관계만 해도 얘기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를 불신하면 신뢰가 생길 수 없어요. 부정적인 점이 있어도 시도를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사회 굉장히 낙관적이시군요(웃음).

문정인 그래요. 내가 너무 말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지난번 청와대에 가서도 이런 얘기를 했어요. 6자회담을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마라, 이것도 실패하면 갈 곳은 유엔안보리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의장 성명에서 시작해서 결국 경제제재, 해상봉쇄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 1994년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되는 건데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6자회담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건 북한도 잘 알고 있어요. 북핵문제가 유엔으로 넘어가 해결될 경우 에너지, 경제지원 문제는 패키지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북한 입장에서도 6자회담을 잘만 활용하면 안보 우려도 해소하면서 에너지난,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는 겁니다.

신지호 앞으로 6자회담이 지속되려면 먼저 북한이 핵 포기 선언 정도라도 내놓고, 핵 활동을 동결하고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겠다고 천명해야 할 겁니다. 미국도 대화가 진행되는 중에는 군사행동을 안 하겠다, 그 다음 북한이 제대로 응해오면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해줄 의사가 있다는 것을 밝혀야 해요. 그리고 이것을 나머지 4개국이 보장하는 형식이 있어야 하겠지요.

윤덕민 6자회담은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전기입니다.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파키스탄식일 겁니다. 핵무기도 갖고 싶고 국제사회의 지원도 얻어야 하고, 이런 매직 포뮬라(magic fomula)를 만들어야 하는데 상황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죠. 6자회담 참가국 5개국이 모두 북한의 비핵화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담이 실패하면 제재 국면으로 간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나름대로 계산을 많이 할 겁니다.

문제는 부시 행정부도 북한의 이런 속셈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경제적 압박과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구상(PSI) 등을 통해 북한에 압력을 가할 것이고, 중국에 대해서도 압력을 가할 것입니다. 그래서 시한을 정하는 게 필요한데, 사실 미국으로서도 시한을 설정하는 건 부담이 있습니다. 그때까지 해결이 안 되면 다른 국면으로 넘어가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은 중국과 지역 국가들을 적극 활용해서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쪽으로 문제 해결을 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닌가, 그래서 북한이 핵 활동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일단 내년 대선까지는 소강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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